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9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돌파했다.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어서다. 해운사 등 ‘달러 안전판’ 역할을 했던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도 환율이 더 뛸 것이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달러 안전판' 해운사 휘청이면…환율 1400원 넘을수도
4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최근 거래일이었던 지난 2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7원70전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362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2009년 4월 1일(1379원50전) 이후 13년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지난주(8월 26일~9월 2일)에만 31원30전 뛰었다. 주간 상승 폭 기준으로 2015년 9월 넷째 주(21~25일·31원90전) 이후 가장 컸다.

환율이 껑충 뛰어오르는 것은 미국 달러 가치가 다른 통화에 비해 압도적으로 강해진 결과다. 지난 7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1.50~1.75%에서 연 2.25~2.50%로 0.75%포인트 올린 Fed는 이달에도 0.5~0.75%포인트 추가 인상할 의지를 드러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고금리를 좇는 투자금이 미국으로 몰리고 달러 가치가 상승한다.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중국 쓰촨성 청두시가 도시를 봉쇄한 것도 위안화와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두 나라 환율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기 때문이다.

해운사 실적이 주춤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환율 상승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의 운송수지 흑자액은 106억3560만달러(약 14조4900억원)를 기록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로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247억8290만달러)의 42.9%에 달했다. 운송수지(운송 수입에서 운송지출을 뺀 금액)는 경상수지를 구성하는 항목으로 한국 항공사·해운사가 화물·인력을 운송하고 해외에서 받은 운송료 순수익을 말한다.

그동안 해운사들은 경상수지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달러 가치를 방어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 하지만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를 비롯해 해운사 운임 지표가 추락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전문가들은 운송수지가 악화하면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최근 발간한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관은 환율을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무역수지 적자 등을 꼽았다.

대한상의는 달러화 강세가 과거처럼 국내 기업의 수출 증가로 이어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외화 부채에 대한 기업의 이자 부담이 커질수록 투자가 위축될 수 있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 기업 투자세액 공제 확대, 수출금융지원 확대 등 기업의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대책들이 적기에 시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익환/배성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