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애국심 고취 프로젝트…"러시아 학생, 매주 특강 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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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명분 강조 목적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애국심 주입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젊은 층의 높은 반전(反戰) 목소리를 잠재우겠다는 목표에서다.
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교육부는 자국 학교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당성을 알리는 특별 강의를 오는 12일부터 매주 열라"고 지시했다. 강의명은 '우라나라-러시아'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기지를 세우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이번 주간 프로그램은 애국심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서 "교사들은 수업이 시작될 때 러시아 국가를 틀고 국기를 게양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정부는 다른 연령대 보다 젊은 층에서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다는 점을 문제로 봤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가 지난달 25~31일 러시아인 1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8~24세 응답자의 65%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체 응답자의 찬성 여론(65%) 보다 낮았다.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서도 가장 낮았다.
젊은 층이 러시아 정부가 개입하는 국영 TV 대신 소셜미디어를 자주 이용하는 만큼 러시아에 전쟁의 책임을 묻는 국제 여론에 더 많이 노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러시아 학교 내에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찾기 힘들어지고 있다. 지난 3월 러시아 군대의 신용을 떨어뜨리는 것을 범죄로 규정한 법률이 통과된 이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의문을 제기하는 교사들이 행정적 처벌을 받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애국심 고취를 위한 특별 강의까지 개설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 정치학자인 에카테리나 슐만은 "어리고 취약한 아이들에게 이데올로기를 심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전쟁 직후 망명 생활을 택한 모스크바 주립 학교의 역사 교사인 타마라 아이델만은 "러시아는 더 전체주의적인 교육 모델을 향해가고 있다"면서 "무언가를 끝없이 반복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는데 이것이 프로파간다(선동)의 법칙"이라고 지적했다.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가 설립한 독립교원노조는 공개서한을 통해 "이번 강의는 학교 내 선전을 금지하는 러시아 헌법에 위배된다"고 비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