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에도 주택 대량 공급하는 日…"내년 빈집 1000만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일본의 빈집이 내년이면 처음 1000만채를 넘을 전망이다. 2038년에는 일본의 주택 3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인구가 감소하는데도 일본 정부가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정책을 고수한 탓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3년 일본의 전체 주택수가 6546만채로 2018년보다 4.7% 늘어날 것으로 4일 전망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23년 일본의 세대수가 5419만세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주택수가 세대수를 1127만채 웃돌게 된다.

2018년 일본 전체 주택의 13.6%인 849만채가 빈집이었다. 예상대로라면 일본의 빈집은 4년 만에 24.7%(278만채) 급증한다. 다이도 아키라 노무라종합연구소 매니저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노후주택을 철거하는 속도가 둔화하면서 주택과잉이 빠른 속도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빈집 문제는 2023년 이후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세대 숫자가 내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인구는 줄었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난 영향으로 일본의 세대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인구 감소에도 주택 대량 공급하는 日…"내년 빈집 1000만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하지만 2024년부터 세대 숫자가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잉여주택도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노후주택을 철거하는 속도가 둔화할 경우 “2038년 빈집이 2303만채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의 전체 주택 3채 가운데 1채가 빈집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미우라 겐 교토대 교수는 “과잉주택이 2000만~3000만채씩 쌓여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정책 오류가 빈집 문제를 더욱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1960년대까지 극심한 주택부족이 계속되자 일본 정부는 대규모 주택공급 정책을 시작했다. 1973년 일본의 주택공급률은 100%를 넘어서 주택부족이 해소됐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2000년대까지 매년 백만채 이상의 신축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을 이어갔다. 미우라 교수는 “인구감소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주택산업을 육성하는 경제정책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고도경제성장 시대의 잔재”라고 지적했다.
거주자가 있는 주택은 5360만채 가운데 700만채(왼쪽 빨간 그래프)는 지진에 대비한 내구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기준을 충족했지만 정부의 에너지 절약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주택은 3450만채(오른쪽 빨간 그래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거주자가 있는 주택은 5360만채 가운데 700만채(왼쪽 빨간 그래프)는 지진에 대비한 내구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기준을 충족했지만 정부의 에너지 절약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주택은 3450만채(오른쪽 빨간 그래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 니혼게이자이신문)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질보다 양 중심의 공급 정책을 지속한 대가도 만만치 않다. 2021년 일본 정부가 확정한 주생활기본계획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사람이 살고 있는 주택은 총 5360만채였다.

이 가운데 700만채는 지진에 대비한 내구성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기준을 충족했지만 정부의 에너지 절약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주택은 3450만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진성과 에너지 절감 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집은 자연스럽게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일본의 주택거래 시장에서 기존주택 거래의 비중은 14%로 불과하다. 역사가 오랜 주택을 높게 평가하는 미국과 영국의 기존주택 거래 비중이 80~90%에 달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기존주택을 꺼리는 일본 주택시장의 풍토가 계속되면 빈집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주택을 거주지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자와 1인 세대를 위해 활용하고 노후주택의 해체시장을 육성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