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석 계명대 교수, 올해 6월 ICSID 취소 결정 분석
"중재판정부 1인, 당사자가 선정…지명자 편드는 것 예상 가능"
"중재판정 취소신청 성공률 11%…론스타건, 만반 대비해야"
정부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약 2천800억원을 배상하라는 세계은행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의 판정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한국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소수의견의 분량이 이례적으로 많다며 판정 취소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5일 법학계에 따르면 오현석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지난 6월 서강법률논총에 'ICSID 취소 결정의 최근 동향 및 사례 분석'이라는 논문을 발표하고, 일부 중재인이 분쟁 당사자에 유리한 의견을 내는 결과는 "중재판정부 중 1인을 당사자가 선정하는 시스템을 고려할 때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ICSID 중재판정부는 3명의 중재인으로 구성된다.

이 중 중재재판장(의장중재인)을 제외한 2명은 투자자·국가분쟁해결(ISDS) 당사자들이 각각 1명씩 지명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논문에 따르면 지난 1984년 독일 기업 클뢰크너와 카메룬 정부 간의 ISDS 판정문에서 클뢰크너 측 중재인은 판정이 잘못됐으니 취소해야 한다며 총 53페이지에 달하는 소수의견을 개진했다.

정부가 론스타 분쟁 판정 결과 브리핑에서 "흔치 않은 상황"이라며 취소 신청 검토의 근거로 든 40페이지가량의 소수의견보다 많은 분량이다.

아직 사건 판정문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해당 소수의견을 작성한 중재인 역시 한국 정부가 지명한 브리지트 스턴 프랑스 파리1대학 명예교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 교수는 2012년 다임러 대 아르헨티나 사건, 2008년 듀크에너지 대 페루 사건 등 패소한 국가·기업 측 중재인이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이러한 반대의견을 근거로 해당 국가·기업이 판정 취소 신청을 하는 일은 흔하다며 "당사자가 선정한 중재인의 반대의견이 중재판정 취소신청 증가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당사자들은 공정하고 독립적인 중재인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적극적·공격적으로 대변하는 사실상의 대리인을 찾을 것"이라며 "ISDS 시스템의 근본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재판정 취소신청 성공률 11%…론스타건, 만반 대비해야"
오 교수는 판정 취소 신청이 실제 취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작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ICSID의 경우 중재판정 전부가 취소된 사건은 총 6건, 일부 취소된 중재판정은 13건으로 모두 합쳐 19건(2020년 말 기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취소신청 철회나 절차가 중단된 경우 등을 포함하면 총 165건의 중재판정 취소신청이 이뤄졌고, 이 중 19건만이 전부 또는 일부 취소된 점을 볼 때 성공률은 11.5%로 낮다는 게 오 교수 분석이다.

오 교수는 "많은 취소 결정을 통해 취소사유의 적용 및 해석에 관한 이론적 토대가 명확한 상황"이라면서 "정치적·재정적 부담을 완화하려는 무모한 취소신청이 이어짐으로 인해 ISDS의 실효성이 크게 손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론스타가 제기한 ISDS 사건에 대해 "우리는 이미 2018년 다야니 가문(이란)과의 ISDS에서 패소한 뒤 제기한 중재판정 취소 신청이 무위로 끝난 경험을 했다"며 "중재판정 취소 절차의 경우 기존 취소 결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정부 지명 중재인이 낸 소수의견과 관련해 "당사자가 지명했다고 해서 반드시 그쪽의 변호사처럼 일하는 것은 아니다.

중립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임한다"라며 "론스타 측 중재인도 소수의견을 냈으나 3페이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