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은 원샷…'·'위라클'·'난 내가 꼭 행복하지 않아도 돼'·'내 마음속의 신…'
주변서 만나는 우영우·이영희…장애극복 에세이 잇달아 출간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천재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 주목을 받았다.

발달장애인 화가 정은혜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이영옥(한지민 분)의 다운증후군 쌍둥이 언니 이영희 역으로 열연해 큰 화제를 모았다.

최근 들어 출판계에서도 장애를 다룬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만, 특수교육학이나 재활학, 의학 등 관점을 토대로 한 책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장애를 가진 당사자들의 극복기를 담은 에세이가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끈다.

주변서 만나는 우영우·이영희…장애극복 에세이 잇달아 출간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 운영자인 시각장애인 김한솔(29)은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위즈덤하우스)에서 18살에 시력을 잃은 후 지금까지 자신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고백한다.

먹구름 짙던 인생이 어떻게 맑아졌는지, 어떻게 미래를 꿈꾸게 됐는지 솔직하게 전한다.

2019년 10월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2년 10개월 만에 구독자 39만 명을 돌파했고, 누적 조회 수 1억8천만 회를 기록했다.

시각장애인의 삶을 유쾌하게 영상으로 담아내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채널명 중 '원샷'에는 김한솔의 두 가지 바람이 담겨 있다.

세상의 어둠을 모두 삼켜버리겠다는 마음, 술 한잔 원샷한 뒤 서로 터놓고 대화를 나누듯 구독자들과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지금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 벽을 허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책에서 김한솔은 실명 후 충격에 빠져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던 때를 회상한다.

'내 인생은 망했다'며 절망하기도 했지만, 가질 수 없는 것보다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성장기가 또 다른 아픔을 겪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불씨가 되길 소망한다.

주변서 만나는 우영우·이영희…장애극복 에세이 잇달아 출간
유튜브 채널 '위라클 WERACLE'을 운영하는 전신마비 장애인 박위(35)는 '위라클(WERACLE)'(토기장이)에서 2014년 낙상사고로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됐지만, 포기하지 않고 좌절을 극복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가 지은 '위라클'은 우리를 뜻하는 '위'(We)와 기적을 뜻하는 '미라클'(Miracle)을 합친 단어다.

박위는 책에서 전신마비 진단을 받고 모든 것이 멈춰버렸을 때 느꼈던 감정, 퇴원 후 죽을힘을 다해 재활에 힘쓰던 과정, 장애와 우리 사회에 대한 생각, 유튜브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이후 변화된 삶에 대해 생생하게 밝힌다.

그는 영상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오는 이들과 통화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용기를 전한다.

그는 "고난을 극복하지 않았다, 고난 속에서 기쁨을 찾아 느끼는 중"이라며 "힘든 순간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에는 행복한 순간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주변서 만나는 우영우·이영희…장애극복 에세이 잇달아 출간
2017년 JTBC 예능 프로그램 '효리네 민박'에 출연하면서 이름을 알린 청각장애인 모델 정담이(29)는 에세이스트 김유은과 함께 쓴 '난 내가 꼭 행복하지 않아도 돼'(좋은북스)에서 후천적 청각 장애를 받아들이고 더 즐겁게 살아가게 된 용기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정담이는 책에서 "들을 수 없어서 더 많은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며 "지금을 살아갈 수 있음에, 세상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한다.

2017년 예능 촬영 당시 느꼈던 생각들과 출연진인 가수 이효리, 이상순, 아이유에 관한 진솔한 이야기도 담았다.

그는 "장애를 갖고 살아간다는 게 아무렇지 않은 일은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좌절하지 않고 묵묵히 걸어 나간다"며 "내가 세상을 바꿀 힘은 없어도 막막하고 우울해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주변서 만나는 우영우·이영희…장애극복 에세이 잇달아 출간
17년간 조현병 치료를 받는 신진행(37)은 '내 마음속의 신을 움직이다: 직업사회 편'(북랩)에서 포기하지 않고 취업에 성공한 뒤 직장 생활에서도 고군분투하는 경험담을 소개한다.

전작 '내 마음속의 신을 움직이다'에서 조현병의 현상에 관해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도전'과 '희망'을 키워드로 정했다.

그는 처음에 복지 일자리부터 시작해, 장애인고용공단에서 소개해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했다.

이후 대학병원을 거쳐 국가 행정기관과 개발원 등에서 일했고 보건소 콜센터 상담 업무도 맡았다.

현재는 한 연구원의 연구별정직으로 일한다.

신진행은 "병으로나 정신적으로 억압돼 짊어졌던 업보는 꽤 무거운 것이었다"며 "생각의 질은 완전히 달라졌고, 달라진 생각의 질은 깨달음을 줬다.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나서서 하는 편"이라고 말한다.

▲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 = 244쪽. 1만5천원.
▲ 위라클(WERACLE) = 264쪽. 1만5천원.
▲ 난 내가 꼭 행복하지 않아도 돼 = 280쪽. 1만6천원.
▲ 내 마음속의 신을 움직이다: 직업사회 편 = 200쪽. 1만4천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