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보다 1666배 빠른 비트코인 네트워크가 있다고? [한경 코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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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훈종의 알쓸₿잡 <46>
9월 5일 한국경제신문의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코알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주 3회 아침 발행하는 코알라를 받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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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해하기전에 먼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작동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이 거래될 때마다 거래 기록을 담은 장부 전체를 통째로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한 마을에서 A와 B가 돈 거래를 한다고 치자. 이때 거래 기록(장부)은 두 사람이 각각 한 부씩 보관한다. 이 경우 둘 중 누군가가 장부를 조작해 거짓말을 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A가 B한테 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거나, B가 돈을 주지도 않고 줬다고 우길 수도 있다. 둘 다 각자 갖고 있는 장부를 보여주며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A와 B가 거래하면서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장부를 한 부씩 나눠줬다면 어떨까? 최소한 마을 사람들을 과반수 이상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장부를 조작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거래를 기록한 장부를 네트워크에 참여하고있는 모든 노드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을 쓴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보내놓고 안보낸척 한다거나, 안 보내놓고 보냈다고 우기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
은행 같은 제3자가 개입하지 않고도 거래의 신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인 기술임과 동시에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단 100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거래하더라도 그때마다 전체 네트워크 데이터를 통째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혼잡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만원 이하의 소액 거래라면 수수료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거래 시간은 기본 10분에서 많게는 한 시간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 이게 모두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보냈다는 간단한 사실을 네트워크 노드 모두가 알고 공유해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이다.
사실 금액이 큰 비트코인 거래일수록 수수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액 거래엔 문제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사먹는데 수수료가 커피값 만큼 나올 수 있다. 내가 결제를 하는 시점에 비트코인 네트워크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갑자기 수수료가 치솟을 수 있는것도 문제다. 예컨대 10만원 짜리 물건을 사려고 비트코인을 보내는데 수수료가 10만원 이상이 나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거래에 드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분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바쁜 게 미덕인 나라에서 커피 한 잔 값을 결제하기 위해 10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것이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다.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와는 별도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하나 더 만든 것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소액 결제를 쉽게, 수수료 없이,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방식은 이렇다. 자주 거래하는 특정인 간의 거래인 경우 매번 비트코인 네트워크 장부에 올리지 않는다. 여러 번 거래한 이후 한꺼번에 정산해 마지막 한 번만 장부에 올린다. 예컨대 A와 B 사이에 비트코인 거래를 100번 한다고 치자.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100번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다음, 최종 정산해 둘이 얼마를 거래했는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전송한다. 이렇게 하면 메인 네트워크에서 장부를 업데이트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한 번만 내면 된다. 둘 사이에 수백 차례 거래해도 사실상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메인 네트워크에 주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속도도 ‘라이트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번개처럼 빠르다.
비트코인 관련 기술 개발사인 블록스트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초당 처리 건수 (TPS) 는 4000만 건에 달하며 이는 비자카드(2만4000건)보다 약 1660배나 빠른 수준이다. 겨우 193건을 처리하는 페이팔에 비해서는 거의 20만 배나 빠를 만큼 압도적인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
LNbits는 무료 서비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이용할 수는 없다. 마치 90년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에 접속하기 위해서 먼저 모뎀을 켜야 했듯, LNbits에 접속하려면 먼저 라이트닝 노드를 켜야한다.라이트닝 노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장부를 라이트닝 네트워크로 가져와 동기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개인 서버를 직접 운영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장부를 동기화하면 비트코인 노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장부를 동기화하면 라이트닝 노드인 셈이다. 개인이 라이트닝 노드, 즉 개인 서버를 직접 운영하면 LNbits와 같은 오픈소스 앱을 자체 호스팅할 수 있게된다. 쉽게 말해 타인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 이제 꼭 카카오페이나 토스 앱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개인대 개인, 서버대 서버의 거래이므로 전 세계에 있는 누구에게든 아무런 제한없이 돈을 송금할 수 있게된다. 진정한 ‘Internet of Money (돈의 인터넷)’이다.
필자처럼 집에 직접 기기를 설치하여 노드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만, Voltage처럼 대신 노드를 운영해주는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Voltage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계정을 만들면 바로 라이트닝 노드를 개설할 수 있다. 노드 개설 비용까지는 공짜이지만 해당 노드를 이용하여 실제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트랜잭션을 태우면 비용이 발생한다.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으로 시간당 $0.043로 책정되어 있으니 한달 내내 사용해도 대략 $30 정도이다. 물론 정액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이제 라이트닝 노드가 준비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LNbits를 사용할 수 있다. LNbits는 많은 종류의 확장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생활에 바로 접목해볼 수 있는 기능을 2개만 소개하려고 한다.
이벤트 티켓
말 그대로 이벤트 티켓, 즉 입장권을 생성하고 비트코인으로 티켓값을 결제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얼마전 성황리에 종료된 Korea Blockchain Week 2022 행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풀리자 블록체인 산업에서 다시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세계 도처에서 열리는 추세다. 특히 요즘은 메인 행사장 근처에 작은 공간을 빌려서 유료 이벤트나 전시를 열고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기업들이 늘고있는데, 아마 이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LNbits의 ‘Events’ 메뉴에서 ‘새로운 이벤트 만들기’ 버튼을 누르면 입장권에 대한 상세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벤트 이름을 ‘샌드뱅크 취업설명회'로 입력하고, 입장권은 9월 29일까지만 판매, 이벤트는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 동안만 열리는 것으로 설정했다. 총 몇 장의 입장권을 발행할 것인지, 그리고 입장권 가격은 장당 얼마인지도 설정할 수 있다. 상세내역을 입력한 후 하단의 ‘이벤트 생성' 버튼을 누르면 샌드뱅크 취업설명회에 참석할 구직자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가 생성된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이 링크에 접속하여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고 QR 코드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티켓 비용을 납부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가 사전에 설정한 티켓 가격은 1000 sats 이다 (약 273원).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하면 비트코인으로 티켓 비용을 납부할 수 있다. / 출처: LNbits
샌드뱅크는 행사 당일 입구에서 참여자들의 입장권 소지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각 입장권에는 고유 QR코드가 있으며 한번 스캔되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되어 입장권의 중복 사용을 막을 수도 있다.
오프라인 샵
행사장 주변에서 이벤트나 전시를 여는것 외에도 자기가 만든 물건을 팔고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작은 트럭을 빌려 커피나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팔면서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업도 본 적이 있다. 만약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팔고 댓가로 비트코인을 받고 싶다면 LNbits의 ‘오프라인 샵' 기능을 이용하면 좋다. 이 기능은 판매자가 포스기나 신용카드 단말기가 없어도 쉽게 오프라인 매장을 열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판매할 물건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도 괜찮다. 필자는 탄산수를 판매목록에 추가해봤다. 판매할 제품명과 간단한 설명, 제품 이미지를 첨가할 수 있다. 개당 가격은 5000 sats (약 1367원)로 정해봤다. 판매자는 원하는 만큼 판매할 제품을 생성하여 판매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각 제품별로 위에서 기입한 정보가 담긴 QR 코드를 프린트한 뒤 마치 가격표처럼 부착해서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가 바로 결제하게 할 수도 있고, 계산대로 가져오게 한 뒤 스마트폰을 스캔하여 결제하게 할 수도 있다. LNbits는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마치 카카오톡 선물 교환권처럼 QR 코드를 받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미리 설정된 금액만큼 출금해갈 수 있는 기능도 있고,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려면 먼저 비트코인을 지불하게 만드는 ‘Paywall’ 기능도 있다. 결국 모두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글로벌 결제망을 이용해 편안한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들이다. 언뜻 들어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벤트 티켓과 물건 가격표를 디지털 형태로 만드는 것은 그 전에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LNbits에는 좀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바로 제 3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독자적인 탈중앙 결제 시스템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세상에 넘쳐난다. 세계은행이 불과 2017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직 은행계좌도 갖지 못한 사람의 수가 전 세계에 17억명에 달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아직 전체 가구의 5.4%에 해당하는 710만 가구가 은행계좌를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모두 내버려 두는것이 옳을까, 아니면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가르쳐 활용하게 하는것이 옳을까.
비트코인을 기본 결제수단으로 삼는 순환경제가 형성되면 제 아무리 금융 인프라가 낙후되고 독재 정부에 의해 자유가 억압당하는 지역이라도 다시 희망이 싹틀 것이다. LNbits가 제공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확장 프로그램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그동안 당연히 누려야했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한 금융 포용성을 제공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앞으로 열릴 대규모 블록체인 행사에서 뭔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면, 이 기회에 LNbits를 활용해 보는것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빨리 비트코인의 존재를 알려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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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소액송금 기술, 라이트닝 네트워크
비트코인에는 현재 두 가지 종류의 네트워크 효과가 동시에 상호작용하고 있다. 하나는 전통 금융 네트워크가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면 할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탈중앙 네트워크로서의 힘이다. 다른 하나는 기본 레이어가 지닌 탈중앙성을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신용카드 속도에 버금가는 빠른 거래 체결 속도와 거의 무료에 가까운 비용의 이점을 제공하는 2단 레이어 네트워크로서의 힘이다. 오늘은 이 둘 중 후자인 2단 레이어 네트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바로 비트코인의 레이어 2 솔루션인 ‘라이트닝 네트워크 (Lightning Network)이다.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해하기전에 먼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작동방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비트코인이 거래될 때마다 거래 기록을 담은 장부 전체를 통째로 업데이트하는 시스템이다.
비유를 하자면 이렇다. 한 마을에서 A와 B가 돈 거래를 한다고 치자. 이때 거래 기록(장부)은 두 사람이 각각 한 부씩 보관한다. 이 경우 둘 중 누군가가 장부를 조작해 거짓말을 하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 A가 B한테 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하거나, B가 돈을 주지도 않고 줬다고 우길 수도 있다. 둘 다 각자 갖고 있는 장부를 보여주며 자신의 말이 옳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런데 만일 A와 B가 거래하면서 마을의 모든 사람에게 장부를 한 부씩 나눠줬다면 어떨까? 최소한 마을 사람들을 과반수 이상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장부를 조작하기 어렵다. 비트코인은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해당 거래를 기록한 장부를 네트워크에 참여하고있는 모든 노드들에게 공유하는 방식을 쓴다. 누군가 비트코인을 보내놓고 안보낸척 한다거나, 안 보내놓고 보냈다고 우기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
은행 같은 제3자가 개입하지 않고도 거래의 신용을 담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은 매우 혁신적인 기술임과 동시에 비효율적이기도 하다. 단 100원어치의 비트코인을 거래하더라도 그때마다 전체 네트워크 데이터를 통째로 업데이트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의 혼잡도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지만 만원 이하의 소액 거래라면 수수료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거래 시간은 기본 10분에서 많게는 한 시간 이상씩 걸리기도 한다. 이게 모두 A가 B에게 비트코인을 보냈다는 간단한 사실을 네트워크 노드 모두가 알고 공유해야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효율이다.
사실 금액이 큰 비트코인 거래일수록 수수료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소액 거래엔 문제가 될 수 있다. 비트코인으로 스타벅스 커피 한잔을 사먹는데 수수료가 커피값 만큼 나올 수 있다. 내가 결제를 하는 시점에 비트코인 네트워크 사용량이 폭증하면서 갑자기 수수료가 치솟을 수 있는것도 문제다. 예컨대 10만원 짜리 물건을 사려고 비트코인을 보내는데 수수료가 10만원 이상이 나오는 황당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거래에 드는 시간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정보업체 코인마켓캡(CoinMarketCap)에 따르면, 비트코인 거래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0분 정도다. 우리나라처럼 바쁜 게 미덕인 나라에서 커피 한 잔 값을 결제하기 위해 10분을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고자 탄생한 것이 바로 라이트닝 네트워크다. 쉽게 말하면 비트코인 네트워크와는 별도로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하나 더 만든 것이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이용하면 비트코인 소액 결제를 쉽게, 수수료 없이, 즉각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방식은 이렇다. 자주 거래하는 특정인 간의 거래인 경우 매번 비트코인 네트워크 장부에 올리지 않는다. 여러 번 거래한 이후 한꺼번에 정산해 마지막 한 번만 장부에 올린다. 예컨대 A와 B 사이에 비트코인 거래를 100번 한다고 치자.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 100번의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다음, 최종 정산해 둘이 얼마를 거래했는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전송한다. 이렇게 하면 메인 네트워크에서 장부를 업데이트할 때 발생하는 수수료를 한 번만 내면 된다. 둘 사이에 수백 차례 거래해도 사실상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메인 네트워크에 주는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속도도 ‘라이트닝’이라는 이름에 어울리게 번개처럼 빠르다.
비트코인 관련 기술 개발사인 블록스트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초당 처리 건수 (TPS) 는 4000만 건에 달하며 이는 비자카드(2만4000건)보다 약 1660배나 빠른 수준이다. 겨우 193건을 처리하는 페이팔에 비해서는 거의 20만 배나 빠를 만큼 압도적인 처리 속도를 자랑한다.
LNbits로 라이트닝 네트워크 활용하기
LNbits는 오픈소스 서비스로 일종의 라이트닝 네트워크 확장 프로그램 모음 사이트이다. 크롬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크롬 브라우저에 확장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더욱 다채롭고 편안한 인터넷 이용이 가능해지듯, LNbits도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시스템을 더욱 다채롭게 이용할 수 있게끔 여러가지 확장 프로그램들을 제공한다.LNbits는 무료 서비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이용할 수는 없다. 마치 90년대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등 PC통신에 접속하기 위해서 먼저 모뎀을 켜야 했듯, LNbits에 접속하려면 먼저 라이트닝 노드를 켜야한다.라이트닝 노드는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장부를 라이트닝 네트워크로 가져와 동기화하는 역할을 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개인 서버를 직접 운영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장부를 동기화하면 비트코인 노드, 라이트닝 네트워크의 장부를 동기화하면 라이트닝 노드인 셈이다. 개인이 라이트닝 노드, 즉 개인 서버를 직접 운영하면 LNbits와 같은 오픈소스 앱을 자체 호스팅할 수 있게된다. 쉽게 말해 타인에게 돈을 송금하기 위해 이제 꼭 카카오페이나 토스 앱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개인대 개인, 서버대 서버의 거래이므로 전 세계에 있는 누구에게든 아무런 제한없이 돈을 송금할 수 있게된다. 진정한 ‘Internet of Money (돈의 인터넷)’이다.
필자처럼 집에 직접 기기를 설치하여 노드를 운영하는 방법도 있지만, Voltage처럼 대신 노드를 운영해주는 호스팅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Voltage 홈페이지에서 간단히 이메일과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계정을 만들면 바로 라이트닝 노드를 개설할 수 있다. 노드 개설 비용까지는 공짜이지만 해당 노드를 이용하여 실제 라이트닝 네트워크에 트랜잭션을 태우면 비용이 발생한다. ‘스탠다드' 요금제 기준으로 시간당 $0.043로 책정되어 있으니 한달 내내 사용해도 대략 $30 정도이다. 물론 정액제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한 만큼만 지불하면 된다. 이제 라이트닝 노드가 준비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LNbits를 사용할 수 있다. LNbits는 많은 종류의 확장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오늘은 그 중에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실생활에 바로 접목해볼 수 있는 기능을 2개만 소개하려고 한다.
이벤트 티켓
말 그대로 이벤트 티켓, 즉 입장권을 생성하고 비트코인으로 티켓값을 결제 받을 수 있는 기능이다. 얼마전 성황리에 종료된 Korea Blockchain Week 2022 행사를 통해 알 수 있듯,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가 풀리자 블록체인 산업에서 다시 대규모 오프라인 이벤트들이 세계 도처에서 열리는 추세다. 특히 요즘은 메인 행사장 근처에 작은 공간을 빌려서 유료 이벤트나 전시를 열고 프로젝트를 홍보하는 기업들이 늘고있는데, 아마 이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LNbits의 ‘Events’ 메뉴에서 ‘새로운 이벤트 만들기’ 버튼을 누르면 입장권에 대한 상세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 필자는 이벤트 이름을 ‘샌드뱅크 취업설명회'로 입력하고, 입장권은 9월 29일까지만 판매, 이벤트는 9월 30일부터 10월 1일까지 이틀 동안만 열리는 것으로 설정했다. 총 몇 장의 입장권을 발행할 것인지, 그리고 입장권 가격은 장당 얼마인지도 설정할 수 있다. 상세내역을 입력한 후 하단의 ‘이벤트 생성' 버튼을 누르면 샌드뱅크 취업설명회에 참석할 구직자가 티켓을 구입할 수 있는 웹사이트 링크가 생성된다.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이 링크에 접속하여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적고 QR 코드를 통해 비트코인으로 티켓 비용을 납부할 수 있다. 참고로 필자가 사전에 설정한 티켓 가격은 1000 sats 이다 (약 273원). 이름과 이메일을 입력하면 비트코인으로 티켓 비용을 납부할 수 있다. / 출처: LNbits
샌드뱅크는 행사 당일 입구에서 참여자들의 입장권 소지여부를 검사할 수 있다. 각 입장권에는 고유 QR코드가 있으며 한번 스캔되면 자동으로 출석이 체크되어 입장권의 중복 사용을 막을 수도 있다.
오프라인 샵
행사장 주변에서 이벤트나 전시를 여는것 외에도 자기가 만든 물건을 팔고싶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필자는 작은 트럭을 빌려 커피나 레모네이드를 만들어 팔면서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는 기업도 본 적이 있다. 만약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팔고 댓가로 비트코인을 받고 싶다면 LNbits의 ‘오프라인 샵' 기능을 이용하면 좋다. 이 기능은 판매자가 포스기나 신용카드 단말기가 없어도 쉽게 오프라인 매장을 열 수 있게 해준다. 심지어 판매할 물건에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아도 괜찮다. 필자는 탄산수를 판매목록에 추가해봤다. 판매할 제품명과 간단한 설명, 제품 이미지를 첨가할 수 있다. 개당 가격은 5000 sats (약 1367원)로 정해봤다. 판매자는 원하는 만큼 판매할 제품을 생성하여 판매목록에 추가할 수 있다. 각 제품별로 위에서 기입한 정보가 담긴 QR 코드를 프린트한 뒤 마치 가격표처럼 부착해서 사람들이 구경을 하다가 바로 결제하게 할 수도 있고, 계산대로 가져오게 한 뒤 스마트폰을 스캔하여 결제하게 할 수도 있다. LNbits는 이 외에도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마치 카카오톡 선물 교환권처럼 QR 코드를 받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미리 설정된 금액만큼 출금해갈 수 있는 기능도 있고, 동영상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려면 먼저 비트코인을 지불하게 만드는 ‘Paywall’ 기능도 있다. 결국 모두 라이트닝 네트워크라는 글로벌 결제망을 이용해 편안한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능들이다. 언뜻 들어보면 별로 특별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수도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벤트 티켓과 물건 가격표를 디지털 형태로 만드는 것은 그 전에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라이트닝 네트워크와 LNbits에는 좀더 특별한 구석이 있다. 바로 제 3자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만의 결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독자적인 탈중앙 결제 시스템이 꼭 필요한 사람들은 세상에 넘쳐난다. 세계은행이 불과 2017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아직 은행계좌도 갖지 못한 사람의 수가 전 세계에 17억명에 달한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아직 전체 가구의 5.4%에 해당하는 710만 가구가 은행계좌를 하나도 보유하고 있지 않은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을 모두 내버려 두는것이 옳을까, 아니면 비트코인과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가르쳐 활용하게 하는것이 옳을까.
비트코인을 기본 결제수단으로 삼는 순환경제가 형성되면 제 아무리 금융 인프라가 낙후되고 독재 정부에 의해 자유가 억압당하는 지역이라도 다시 희망이 싹틀 것이다. LNbits가 제공하는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 확장 프로그램들은 이런 사람들에게 그동안 당연히 누려야했지만 제대로 누리지 못한 금융 포용성을 제공하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앞으로 열릴 대규모 블록체인 행사에서 뭔가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면, 이 기회에 LNbits를 활용해 보는것은 어떨까.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더 빨리 비트코인의 존재를 알려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COO는…▶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안전한 크립토 투자 앱 샌드뱅크(Sandbank)의 공동 창업자 겸 COO이다. 가상자산의 주류 금융시장 편입을 믿고 다양한 가상자산 투자상품을 만들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샌드뱅크를 만들었다. 국내에 올바르고 성숙한 가상자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