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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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증시가 다른 국가에 비해 안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다.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는 양호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싸진 엔화를 미리 구입해 향후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日 펀드 수익률 ‘튼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설정액 10억원 이상 국내 펀드는 총 36개다. 이 펀드들은 지난 1일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 0.31%, 6개월 수익률 4.51%를 기록했다. 전체 해외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1.97%, -8.10%)보다 높다.

역대급 엔低에 日증시 강세…ETF·엔화 투자 늘리는 '일학개미'
일본 토픽스(TOPIX)지수 변동률을 세 배로 추종하는 ‘KINDEX 일본TOPIX레버리지(H) 상장지수펀드(ETF)’는 2개월간 9.75%, 3개월간 1.8% 수익률을 보였다. 닛케이225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도 준수한 수익을 냈다. ‘TIGER 일본니케이225 ETF’는 2개월간 7.71%, 3개월간 0.7% 수익률을 기록했다. ‘KINDEX 일본니케이225(H) ETF’는 2개월간 6.5%, 3개월간 약 1% 수익률을 냈다.

일본 펀드에 투자하는 ‘일학개미’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콤 정보 플랫폼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TIGER 일본니케이225 ETF’에 3081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ETF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어왔다. 같은 기간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TIGER 미국S&P500 ETF’ 순유입 액수(1610억원)의 두 배에 육박한다.

유입 속도도 빠르다. TIGER 일본니케이225 ETF는 순자산 33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7월 국내 상장된 일본 투자 ETF 중 처음으로 순자산 1000억원을 넘긴 뒤 한 달 만에 세 배 이상 성장했다.

○나 홀로 버티는 日 증시

일본 펀드가 탄탄한 수익률을 내는 것은 일본 증시가 꾸준히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달 1일 기준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지난 1월 말 대비 2.4% 상승했다. S&P500지수와 코스피지수가 같은 기간 각각 12.2%, 9.3%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세계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 고점 대비 하락폭도 낮다. 일본 닛케이225지수의 지난해 9월 14일 최고점(30,795) 대비 하락률은 10% 정도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고점 대비 20%가량 떨어진 것과 다른 양상이다.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일본 증시를 떠받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9월 109엔 정도였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1일 140엔에 근접했다. 24년 만의 최고치다. 통상 엔저 현상은 일본 증시에 호재다. 수출 기업 비중이 높은 일본의 특성상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 투자 매력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경제가 엔화 약세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역사적으로 엔·달러 환율과 닛케이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당국의 확장적 통화정책 기조도 증시 하방선을 지지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이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일본은행은 여전히 유동성을 풀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인 10년물 국채 금리 목표치도 0%로 설정했다.

○엔화 투자도 인기

일본 증시뿐만 아니라 엔화에 투자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역사적인 수준으로 저렴해진 엔화를 미리 사놨다가 향후 차익을 거두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7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7월 국내 엔화예금은 5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말(52억5000만달러)보다 늘었다. 달러화, 위안화 등 다른 외화예금이 같은 기간 줄어든 것과 다른 양상이다.

엔화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도 관심을 끌고 있다. ‘TIGER 엔선물 ETF’는 5월 시가총액이 68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14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9월 2000주였던 하루 평균 거래량도 이달 4만8000주로 크게 증가했다.

엔저 현상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일본 증시 호조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박 연구원은 “일본 증시 역시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기조 및 글로벌 경기침체 리스크에 연동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일본 증시의 ‘상대적 강세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