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수능, 50만8030명 응시…N수생 비율 22년만에 최고치

전체 응시생 전년보다 1791명↓...졸업생 7468명↑
순수 졸업생 28%…검정고시 등 합산 31.1%
통합수능·인서울 정원 유지 등으로 재수 늘어

국어 '언어와매체' 고른 이과생 급증

올해 11월 17일 치러질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N수생 비율이 28%로 2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5일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원서접수 결과’에 따르면 2023학년도 수능에 50만8030명이 지원했다. 지난해보다 1791명(0.4%) 감소한 수치다.

수능 응시자는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1학년도에 처음으로 50만명 선이 무너졌으나, 2022학년도에 50만9821명으로 늘어난 후 이번 시험까지 50만명 선이 유지되고 있다. 전체적인 학생수는 급격히 줄고 있지만, 정시 확대와 통합수능 등으로 졸업생 응시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수능에 N수생 증가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N수생 증가 경향이 더 뚜렷하다. 이번 수능을 접수한 졸업생수는 14만2303명으로 지난해보다 7469명(5.5%) 증가했다. 전체 수능 응시생 중에는 28.0%를 차지해 비율로 따지면 2002학년도 수능(29.2%) 이후 22년만에 최고치다. 1994학년도 처음으로 수능을 도입한 이래 역대 8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졸업생과 검정고시생을 합한 비율은 31.1%에 달한다.

반면 재학생 응시자는 감소했다. 재학생 응시자는 35만239명으로 전년 대비 1만471명(2.9%) 줄었다. 전체 수능 응시생 중에는 68.9%를 차지한다.

재수생 비율이 높아지는 이유 중 하나는 통합수능이다. 통합수능은 지난 2022학년도부터 도입됐는데, 수학 영역의 이과 선택과목 표준점수가 높게 나오는 경향에 이과 학생들이 문과 학과로 교차지원까지 가능해지며 이과에 유리한 체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위권 문과 학과에 이과생들이 합격하면서 밀려난 문과생, 통합수능을 발판으로 점수 상승을 기대하는 이과 졸업생들이 다시 수능을 치르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생은 지난해 통합수능 도입에 따른 피해 의식이 생겨 재도전이 늘어났고, 이과생은 여전히 통합수능이 이과에 유리하다는 기대심리를 가지고 있어 수능을 치는 졸업생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약대가 학부 신입생을 뽑으며 의약학 계열 선발 인원이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임 대표는 “최근 의·약학 계열에 진학하기 위해 대학 재학생 수능에 재도전하거나, 군대에서 재수하는 군수생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했다.

상위권일수록 재수 경향은 뚜렷하다. 수능을 여러번 칠수록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쉬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학생수는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학생들이 입학하고 싶어하는 인서울 대학정원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서다.

○이과생 ‘언어와매체‘ 선택 늘어

영역별로는 전체 지원자 가운데 국어 영역은 50만5133명(99.4%), 수학 영역은 48만1110명(94.7%), 영어 영역은 50만2247명(98.9%)이 선택했다. 탐구 영역은 49만7433명(97.9%), 제2외국어/한문 영역은 7만4470명(14.7%)이 선택했고, 한국사는 필수다.

선택과목별로는 국어에서 ‘언어와매체’ 선택비율이 34.1%로 전년대비 4.7%포인트 늘었다. ‘화법과 작문’ 선택자는 65.9%를 기록했다. 임 대표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이과생이 집중적으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6월 모의평가에서 ‘언어와매체’를 선택한 이과생은 지난해 31.7%에서 올해 45.0%로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과생들은 국어 공부 부담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표준점수가 높게 산출되는 경향이 있는 ‘언어와매체’가 입시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수학 영역에서는 ‘미적분’ 선택자가 43.7%로 전년대비 5.5%포인트 증가했다. ‘확률과통계’ 선택자는 50.0%로 3.2%포인트 감소, 기하학 선택자는 6.3%로 2.3%포인트 감소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