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예상경로…남해안 지날 때 '만조', 폭풍해일 우려
"중심 위치 50㎞ 변동…상륙지점 특정 말고 대비해야"
제주·남해안 순간풍속 40~60㎧…폭풍반경 내 안전한 곳 없어
전국에 비 100~300㎜…전국 대부분 지역 200㎜ 이상
힌남노, 내일 오전 1시 제주·7시 남해안 도달…전국이 영향권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가장 가깝게 지나는 시점은 6일 오전 1시께로 예상된다고 기상청이 5일 밝혔다.

한상은 기상청 총괄예보관은 5일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힌남노는 강풍반경이 400㎞에 달하는 매우 큰 태풍으로 전국 대부분 지역에 강풍이 불고 많은 비가 내릴 수 있다"라면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해달라"라고 당부했다.
힌남노, 내일 오전 1시 제주·7시 남해안 도달…전국이 영향권
◇ 내일 새벽 제주 최근접하고 아침 남해안 도달…정오께 동해로

기상청은 브리핑에서 힌남노가 제주에 가장 근접하는 시점은 6일 오전 1시이고 경남해안에 도달하는 시점은 오전 7시 전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북진하면서 중심 위치가 좌우로 50㎞ 이상 변동하고 있다"라면서 특정 지역을 상륙지점으로 상정하지 말고 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힌남노가 우리나라 주변에 접근할 때 중심기압은 950hPa 정도일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이 전망대로면 가장 강한 세력을 가지고 국내에 상륙한 태풍이 될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중심기압이 957hPa인 상태에서 경남 거제시에 상륙했던 2020년 9호 태풍 '마이삭'과 힌남노 상황을 비교했다.

지금은 마이삭 때에 견줘 남해상 수온과 열용량이 마이삭 때보다 높고 많다는 것이 기상청 설명이다.

힌남노는 마이삭보다 훨씬 강한 태풍인데 환경도 세력을 유지하기 유리한 상황이다.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수치예보모델은 힌남노가 제주를 지나 남해상에 근접하는 때에 풍속이 더 세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고 한다.

현재 남해상이 힌남노가 세력을 유지하기 좋은 조건인 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힌남노는 5일 오전 현재 서귀포시 남남서쪽 390㎞ 해상에서 시속 23㎞로 북진하고 있다.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30hPa와 50㎧로 '매우 강한 태풍'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위력이 세다.

힌남노와 국내 지점 간 거리는 서귀포 390㎞, 제주 420㎞, 경남 통영 630㎞, 부산 700㎞, 경북 포항 790㎞, 울릉도 1천㎞다.

힌남노는 매우 이례적으로 북위 30도선을 넘으면서 더 발달하는 모습이다.

힌남노 왼쪽과 오른쪽에 각각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자리해 힌남노의 저기압성 회전을 강화해주고 있다.

약한 태풍의 경우 북위 30도선을 넘으면서 다시 강해지는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지만 힌남노처럼 강한 태풍이 북위 30도선을 넘어서 재강화하는 모습은 매우 특이한 사례라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힌남노는 6일 오전 9시 부산 북북동쪽 80㎞ 지점을 지나겠다.

기상청은 "힌남노는 6일 정오 전에 울산이나 경북 경주시 부근으로 동해상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점차 대기 상층 제트기류에 이끌리면서 더 빠른 속도로 이동하리라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힌남노, 내일 오전 1시 제주·7시 남해안 도달…전국이 영향권
◇ 만조 때 남해안 지나 폭풍해일 우려…"폭풍반경 내 안전한 곳 없어"

현재 예상대로면 힌남노가 남해안을 지나는 시간대가 만조 때와 겹친다.

기상청은 경남해안을 중심으로 폭풍해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6일 만조시간을 보면 제주 서귀포 오전 5시 20분, 전남 여수와 목포 오전 5시 5분과 오전 9시 36분, 경남 거제와 마산 각각 오전 4시 41분과 오전 4시 48분, 부산 오전 4시 31분이다.

5~6일 제주해상·남해상·서해남부먼바다에, 6일부터 7일 오전까지 동해상에 바람이 14~50㎧(시속 50~180㎞)로 불고 물결이 3~12m로 매우 높게 일겠다.

서해상에는 6일까지 바람이 10~20㎧(시속 35~70㎞)로 불고 물결이 2~4m 높이로 높게 일겠다.

여기서 물결의 높이는 '특정 시간 주기 내 모든 파고 가운데 높이가 상위 3분의 1에 드는 파고의 평균 높이'인 유의파고를 말한다.

즉 제시된 높이보다 훨씬 높은 물결이 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현재 예상대로 힌남노가 움직이면 우리나라 대부분이 '가항반원'(안전반원)에 들어 피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오는 것에 대해 기상청 측은 "폭풍반경(바람이 25㎧ 이상으로 강하게 부는 구역)에 들어가면 경로상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북반구에서는 태풍 진행방향 왼쪽이 가항반원이고 오른쪽이 위험반원이다.

가항반원에선 태풍에서 부는 바람과 주변에서 부는 바람 방향이 반대라 풍속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위험반원은 두 바람 방향이 일치해 풍속이 강하다.

다만 가항반원과 위험반원은 상대적인 것으로 태풍 주변이면 어디든 위험하다.

한 총괄예보관은 "힌남노 진로에 따른 폭풍반경을 보면 남부지방은 물론 충청남부와 강원남부 일부 등도 들어간다"라면서 "태풍 진행방향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폭풍반경에 들면 매우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16년 제주를 거쳐 부산에 상륙한 '차바'는 힌남노보다 훨씬 약한 세력으로 제주와 부산을 사실상 스쳤는데도 10명의 인명피해를 발생시키고 재산피해액이 2천150여억원에 달했다.

차바가 제주와 부산을 지날 때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은 각각 '955hPa·40㎧'와 '975hPa·32㎧'였다.

5~6일 순간최대풍속 예상치는 제주·전남남해안·경남해안·울릉도·독도 40~60㎧, 강원영동·경북동해안·전남서해안 30~40㎧, 남부지방(해안 제외)·충청·강원영서남부 20~30㎧, 수도권·강원영서중부·강원영서북부 15~20㎧다.

제주엔 5일 오후부터 6일 아침까지, 남부지방은 5일 밤부터 6일 오전까지, 동해안은 5일 밤부터 6일 오후까지 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바람이 세게 부는 시점은 태풍이 각 지역에 최근접하는 시간이라 볼 수 있다.

제주와 전남은 힌남노가 강한 비구름대를 유입시켜 비가 계속 많이 오겠다.

중부지방은 남쪽 따뜻한 공기와 북쪽 찬 공기가 충돌해 많은 비가 내리겠다.

현재 힌남노와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에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불어넣는 가운데 북서쪽에서 차가운 공기를 가진 기단이 제트기류와 기압골에 의해 끌려들어오는 형국이다.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의 충돌로 인해 힌남노 강풍반경에서 벗어난 서울 등 중부지방 북서부지역에도 현재 비가 많이 내리고 있고 많이 올 전망이다.

비는 5~6일 전국에 100~300㎜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부지방 북서부를 제외하면 전국 대부분 지역 누적 강수량이 200㎜를 넘겠다.

제주산지에는 600㎜ 이상 비가 오고 남해안·경상동해안·제주(산지 제외)·지리산 부근·울릉도·독도에는 400㎜ 이상 비가 올 수 있겠다.

기상청은 비가 가장 강하게 쏟아지는 시점을 '6일 오전까지'로 예상했다.

이때 제주·남해안·경상동해안·강원영동·지리산 부근·울릉도·독도에는 시간당 강수량이 50~100㎜, 다른 지역은 50㎜ 정도 되겠다.
힌남노, 내일 오전 1시 제주·7시 남해안 도달…전국이 영향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