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9~12일)를 앞두고 역대급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하자 농산물값이 폭등세를 보일 조짐이다. 라면 등 가공식품과 공공요금 인상까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잠시 주춤한 듯했던 소비자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추석 대목 덮친 태풍…농산물값 연일 최고치
5일 팜에어·한경 농산물가격지수(KAPI)를 산출하는 테란에 따르면 배추, 감자, 마늘 등 총 22개 농산물 가격을 종합한 KAPI는 지난 3일 기준 216.35로 전날보다 4.15포인트(1.9%) 올랐다. 이는 최초 데이터 집계 시점(2013년 1월 3일) 후 최고치를 경신한 수치다.

양배추는 ㎏당 1041원에 거래돼 전주보다 85.3% 올랐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5배(157.7%) 급등한 금액이다. 전주에 비해 풋고추(69.1%), 방울토마토(56.2%), 파프리카(48.2%) 등도 가격이 치솟았다.

농산물 가격은 여기서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명절 대목 수요는 한창이지만, 7월부터 이어진 폭염, 폭우 등으로 작황이 극도로 부진한 와중에 창고에 쌓아 놓은 재고마저 부족해 공급이 달리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은 이 같은 농산물 가격 상승세에 기름을 부을 전망이다. 유통업계는 특히 본격적인 수확철이 다가오고 있는 포도, 사과, 배 등 과일과 상추 등 엽채류의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힌남노 습격에 따른 피해로 작물 출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하면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겨울 김장철에까지 타격을 줄 수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창고에 저장해둔 배추, 무 물량이 벌써 부족한 실정인데, 태풍까지 덮쳐 공급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김장철인 11~12월에도 시세가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산물 유통시장에서 10㎏짜리 고랭지 배추는 현재 3만120원으로 한 달 전보다 49.0% 올랐다. 1년 전보다는 2.5배 비싸졌다.

문제는 추석 이후 가공식품 가격과 공공요금 인상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농심은 15일부터 ‘신라면’ 등 26개 품목을 평균 11.3% 인상한다.

정부와 낙농가가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에 합의하면서 흰 우유 소비자가격은 1L에 3000원을 넘길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0월 이후 도시가스 요금과 택시 기본요금 인상까지 거론되고 있다. 푸드테크 기업 록야의 권민수 대표는 “정부가 이번 추석을 앞두고 비축 농·수·축산물을 집중적으로 방출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일시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태풍 등 변수가 속출하고 있어 현장에선 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했다.

하수정/이미영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