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5개월 만에 1370원대까지 치솟으면서 코스피지수는 장중 2400선이 붕괴됐다. 코스피지수가 장중 24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7월 27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달러 인덱스가 20여 년 만에 110선을 돌파하는 등 강(强)달러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제롬 파월 Fed 의장 연설, 선물옵션 동시 만기일 등 굵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있는 국내 증시의 변동성은 당분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5일 코스피지수는 0.24% 하락한 2403.68에 거래를 마치며 간신히 2400선을 사수했다. 이날 오전 장중 2424.77까지 올랐던 코스피지수는 오후 들어 하락세로 전환해 장중 2392.63까지 떨어졌다.

초강세인 달러 가치가 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8원80전 오른 달러당 1371원40전에 마감했다. 환율이 달러당 1370원을 돌파한 건 13년5개월 만이다. 미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안감과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 소식에 따른 유로화 약세, 중국 청두시 봉쇄 조치 연장 소식에 따른 중국 위안화 약세 현상 등이 달러 강세를 자극했다. 이날 장중 달러 인덱스는 20년3개월여 만에 110선을 돌파했다.

이 여파로 오후 들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7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664억원어치를 팔았다. 기관투자가가 134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방어했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거래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출현한 주요 수급 주체의 순매도가 지수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코스닥지수의 낙폭은 더 컸다. 1.84% 하락한 771.43에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34억원, 23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장 7일(현지시간)엔 Fed의 베이지북이 공개되고, 8일엔 파월 의장이 미 케이토연구소에서 연설에 나선다. 이번 연설에서도 긴축 기조 의지에 대한 방향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ECB의 기준금리 결정도 예고돼 있다.

연말까지 코스피지수가 전저점(7월 4일·2300.34) 부근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문장은 “전저점 수준에서 하단을 버텨내는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며 “급격한 금리 인상은 하반기부터 경기에 타격을 주기 시작할 텐데 아직 그 충격의 폭은 누구도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