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유족연금을 받던 배우자가 재혼할 경우 연금 수급 자격을 잃도록 한 공무원연금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가 재혼을 유족연금 수급권 상실 사유로 규정한 공무원연금법 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재혼을 유족연금 수급권 상실 사유로 규정한 옛 공무원연금법 59조 1항에 대해 재판관 5 대 4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군무원인 배우자 B씨가 사망한 뒤 1992년 4월부터 매월 공무원 유족연금을 받아왔다. 이후 2014년 다른 사람과 사실혼 관계가 됐다. 2017년 이를 알게 된 공무원연금공단은 2014년부터 그 시점까지 지급한 유족연금 약 3800만원을 환수하겠다고 고지했다.

A씨는 공단을 상대로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에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A씨의 신청을 인용해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헌재에 제청했다. 의견이 팽팽히 갈렸지만 합헌 결정을 내린 헌재는 “재혼을 유족연금 수급권 상실 사유로 규정했다고 해도 이는 한정된 재원의 범위 내에서 부양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고려해 유족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재량의 한계를 벗어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다만 이석태·이은애·이종석·김기영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내고 “배우자는 혼인 기간 내내 공무원의 성실한 근무를 조력하고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함께 구성하면서 연금 형성에 기여한 사람”이라며 “이런 재산적 기여를 정당히 고려하지 않고 공무원의 유족이라는 지위를 상실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 전부를 영구히 박탈하는 것은 합리적 입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