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뒤처진 새 - 라이너 쿤체
철새 떼가, 남쪽에서
날아오며
도나우강을 건널 때면,
나는 기다린다
뒤처진 새를

그게 어떤 건지, 내가 안다
남들과 발 맞출 수 없다는 것

어릴 적부터 내가 안다

뒤처진 새가 머리 위로 날아 떠나면
나는 그에게 내 힘을 보낸다

시집 <나와 마주하는 시간>(봄날의 책) 中

뒤처진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요. 모두 어디론가 급히 떠나고 있는 것만 같아요. 저는 어디로 가고 있던 걸까요? 무엇과 싸우고 있었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내게 주어진 자유마저 스스로 잃어버리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야 할 텐데요. 이 순간 제게 힘을 보내고 있는 이들과 당신께 힘을 보내고 있을 이들에 대해 생각합니다. 뒤처진 새를 날아 보내요. 우리는 그들에게 힘을 보내고 또한 우리가 그 힘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차원선 시인(2021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