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비대위원 총사퇴' 8일 출범 준비 마쳤지만…'주호영 시즌2' 이견·가처분 변수
주호영 재기용에 법원결정 등 부담…정진석 "추석 전 마무리 능사 아냐" 속도조절론도
이준석, 칠곡서 두루마기·갓 차림으로 尹 우회 겨냥 해석…권성동 "자중자애하라"
與, 새 비대위 채비 속전속결…"부메랑 될 것" "가처분 두렵나"(종합)
국민의힘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추석 전 출범을 위한 사전 채비를 5일 사실상 마쳤다.

그러나 유력하게 거론되는 주호영 비대위원장의 재기용에 대한 회의론이 일각에서 고개를 드는 데다, 법원 일정을 고려한 비대위 출범 속도조절론까지 제기되는 등 당내가 들썩이면서 명절을 앞둔 당내 여론의 향배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 비대위 출범을 위한 당헌·당규 개정을 완료했다.

지난 2일 상임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 요건인 '비상 상황'을 구체화한 당헌·당규 개정안을 마련한 데 이어 전국위에서 이를 의결한 것이다.

의결과 동시에 공포된 새 당헌은 이 전 대표가 4차례에 걸쳐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의식해 비대위 전환 절차와 관련한 하자가 없도록 요건을 개정했다.

먼저 법원이 문제 삼은 '비상 상황'의 경우 기존 당헌에 '대표가 궐위되거나 최고위의 기능이 상실되는 등'으로 두루뭉술하게 기술된 것을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 '그 밖에 최고위 전원찬성으로 비대위의 설치를 의결한 경우' 등으로 명확히 했다.

또 비대위 구성 완료와 동시에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의 지휘와 권한이 상실된다는 항목도 추가됐다.

與, 새 비대위 채비 속전속결…"부메랑 될 것" "가처분 두렵나"(종합)
비대위원장 사고·궐위에 따른 대행 규정도 명확히 하고, 당이 실시하는 투표나 의결 사안 등에 자동응답시스템(ARS)이나 모바일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도 신설했다.

이 역시 이 전 대표가 문제 삼은 것이다.

이밖에 상임전국위의 유권해석권 및 적용에 대한 판단권 구체화, 당헌 개정 주체 명확화, 당연직 비대위원 규정 추가, 비대위 존속기간 구체화 등 기존 당헌에서 수정된 항목이 13군데에 달한다.

국민의힘은 오후 2시에는 상임전국위를 열고 개정된 당헌을 토대로 현재의 당 상황이 '비상 상황'이라는 당헌 유권해석까지 일사천리로 마쳤다.

이와 함께 '주호영 비대위 시즌 1'에 참여했던 비대위원들은 이날 일괄 사퇴서 제출로 개정된 당헌의 비대위 전환 요건을 충족하면서 새 체제를 위한 길을 터주기로 했다.

이제 남은 절차는 사실상 비대위 인선뿐이다.

비대위원장의 사퇴로 당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권성동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원장 임명의 건을 의결하는 오는 8일 전국위 개최 이전에 인선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발표 시기에 대해 "수요일(7일) 오후 늦게나 아니면 목요일(8일) 오전에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새로 뽑힌 비대위원장이 지명한 비대위원까지 8일 상임전국위에서 의결하면 추석 연휴 돌입 전 비대위 구성이 가능하다는 '속전속결' 시나리오다.

'민심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 때 집권 여당 지도부가 존재하지 않는 사상 초유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與, 새 비대위 채비 속전속결…"부메랑 될 것" "가처분 두렵나"(종합)
그러나 당내에서는 '주호영 비대위'가 다시 출범하는 것에 대한 부정 여론도 없지 않다.

이미 법원으로부터 제동을 당한 체제를 다시 띄우는 것에 대한 당 안팎의 시선이 곱지 않은 데다 이준석 전 대표가 추가로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황에서 자칫 법원의 인용 가능성을 높이는 악수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을 또 내놓는 것은 법원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격"이라며 "국민들께도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게 도리인데 '그 나물에 그 밥'을 내놓고도 새롭다고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주호영 비대위 시즌1'에 참여했던 한 비대위원도 "어떤 면이든지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며 "이전과 똑같이 가면 법원에서 삐딱하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추석 연휴라는 시간표에 굳이 얽매이지 말고 오는 14일 예정된 법원의 가처분 심리 결과 이후 신중하게 결정하자는 의견도 고개를 들고 있다.

대표적 당내 친윤(親尹)계로 꼽히는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 측의 추가 가처분 신청과 당이 제기한 이의 신청 결과를 지켜보는 게 순리고 상식"이라며 "추석 전에 마무리하겠다고 채근하고 서두르는 게 능사는 아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與, 새 비대위 채비 속전속결…"부메랑 될 것" "가처분 두렵나"(종합)
이에 이번 '새 비대위' 전환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인 초·재선 그룹에서 비대위원장감을 찾자는 '깜짝 발탁'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성이 높지 않다는 반론 속에 키를 쥔 권 원내대표는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할 전망이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도 장외 여론전에 열을 올렸다.

그는 페이스북에 "가처분 맞을 것이 두려워서 비대위원장이 누군지도 못 밝히는 비대위를 이제 추진합니까.

가처분이 아니라 민심을 두려워하면 안 됩니까"라고 썼다.

또 비대위원들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서가 '수취인 부재'로 송달되지 않은 것을 두고 "가처분 지연시키려고 하는 전술인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제례를 담당하는 종헌관(終獻官) 차림으로 경북 칠곡군의 400년 종갓집인 석담종택의 불천위(不遷位) 제사에 참여한 사진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인 지난해 12월 두루마리에 갓을 걸치고 안동 도산서원을 방문한 것과 같은 옷차림으로 윤 대통령을 우회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이 전 대표를 향해 "국민이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당원이 어떻게 생각할지 심사숙고해서 자중자애해야 한다"며 "본인을 지지하지 않는, 반대하는 모든 사람들을 향해 총을 난사하듯이 공격하는 그런 태도야말로 결국 부메랑이 돼서 이 대표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가 전날 대구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작금의 상황에 대해서 후회할지 예단하고 싶지 않고 후회할지 아닐지 생각하고 싶지 않다.

왜냐면 모든 것은 부메랑"이라고 한 발언을 그대로 돌려준 셈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