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에 있는 과천 위버필드. 사진=한경DB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에 있는 과천 위버필드. 사진=한경DB
경기도 과천 전셋값이 반년 가까이 상승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맞물려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역전세난 우려가 있을 정도로 전셋값이 하락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과천 전셋값은 0.44% 올랐다. 같은 기간 경기도 평균 전셋값이 0.64% 떨어진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올해 누적으로도 경기도 전셋값은 1.39% 내렸지만, 과천은 20주 연속 상승해 0.81% 뛰었다.

과천 전세값은 1분기 말부터 반등하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과천 전셋값은 1월 첫 주부터 14주 연속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다. 지난해 초 2128가구 규모 '과천위버필드', 연말 2099가구 규모 '과천자이' 등 한 해동안 약 5500가구가 입주하며 전세 공급이 대거 늘었던 여파다.

전셋값이 하락에서 상승으로 돌아서며 반년 만에 전셋값이 2억원 뛴 곳도 있다. 과천 갈현동 '과천 푸르지오 라비엔오' 전용 84㎡는 지난 2월만 하더라도 7억2000만원(6층)에 전셋집을 구할 수 있었지만, 지난달에는 9억2000만원(7층)에 임대차 계약이 체결됐다.

서울은 역전세난으로 2억 내렸는데…과천 전셋값은 2억원 올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셋값이 하락하는 가운데 나홀로 상승한 셈이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는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늘어나며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거래 절벽에 일부 집주인들이 매도하려던 집을 전세로 돌리고, 신규 입주까지 더해지면서 동대문·관악구 등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역전세난이 벌어지며 전셋값이 단기간 2억원 급락하기도 했다.
한 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한 중개업소에 전세와 월세 상담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세입자 모시기 전쟁이 벌어진 서울 등 수도권과 달리 과천 전셋값이 오르는 이유는 3기 재건축(주공 4·5·8·9·10단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별양동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주공 10단지' 외에는 모두 시공사 선정을 마쳤고 '주공 4단지'는 이주를 시작했다"며 "과천 도심 아파트 단지 가운데 절반에서 전세 매물이 사라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약 4600가구 규모인 이들 단지가 재건축 수순을 밟으며 세입자를 받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 1월 611건에 달했던 과천시 전세 매물은 지난 5일 434건으로 약 30% 감소했다. 과천 도심에 해당하는 별양·중앙·부림·원문동으로 국한해 보면 424건에서 238건으로 약 44% 급감했다.

재건축으로 전세 수요도 늘어났다. 1110가구 규모 주공 4단지가 이주를 시작했고 800가구 규모 '주공 5단지'도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외부 수요도 적지 않은 탓에 과천 전세 시장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별양동 B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부분 살던 지역에서 멀리 벗어나길 바라지 않기에 과천, 평촌 등으로 이사한다"며 "지난해부터 '로또청약'을 노리고 전입한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급격히 늘어난 외부 수요에 전세 물량이 소진된 상황에 대규모 내부 수요까지 겹치니 매물이 부족하다"며 "5단지 이주가 본격화하면 과천 뿐 아니라 성남, 안양, 의왕 등 주변 지역 전세 시장에도 영향이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천에서 4600가구 이주 수요…성남·안양·의왕도 영향권

과천에서는 단지별로 무순위청약이 꾸준히 이뤄질 예정이다. 대부분은 지난해 경기도특별사업경찰단이 부정청약을 적발해 계약 취소를 통보한 물량이다. 초기 분양가에 공급되기에 막대한 시세차익이 예상되는데, 공고일 기준으로 과천에 전입한 상태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어 지난해부터 외지인이 대거 유입됐다는 게 지역 중개사들의 설명이다.
과천 주공 8·9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과천 주공 8·9단지 재건축 조감도. 사진=현대건설
실제 지난 5월과 8월 진행된 '과천 위버필드'와 '과천 자이' 무순위 청약은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4가구를 모집한 과천 위버필드에는 8531명이 접수해 2132대 1, 10가구를 모집한 과천 자이에는 7579명이 지원해 7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C 중개업소 관계자는 "계약 취소를 통보받은 가구가 176가구에 달한다"며 "부정청약 여부를 두고 소송이 벌어지고 있기에 언제 얼마나 무순위청약이 이뤄질지 알 수 없지만, 2019년 분양가로 나오는만큼 상당한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순위 청약을 노리고 과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사는 분들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나마 내달 갈현동에 '과천 푸르지오 벨라르테'가 입주하며 약 180건의 전세 물량이 공급되기 시작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긴 어렵기에 당분간 과천 전세 시장은 불안이 지속할 전망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의 월세화 등으로 일반적인 전세 시장이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되긴 했지만, 과천은 공급이 줄고 수요는 늘어나는 예외적인 상황"이라며 "순차적으로 발생하는 4600가구라는 수요가 단기간 내 소화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