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미중 갈등 반사이익…추석에도 연일 특근"[에스피지 탐방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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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탐방 리포트
※한경 마켓PRO는 이종근 교보증권 에쿼티영업부 차장과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기업을 대신 탐방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궁금한 기업이 있으시면 마켓PRO 기사 댓글이나 이차장 Live 텔레그램을 통해 탐방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지난 5일 초정밀 모터와 감속기 등을 만드는 에스피지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1991년 설립된 에스피지는 자동문과 컨베이어벨트 등에 쓰이는 산업용 모터나 냉장고나 얼음분쇄기 등에 활용되는 가전용 모터를 주로 만듭니다. 다만 2019년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던 로봇용 감속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차세대 성장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스피지는 국내 첫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인천 송도에 있는 에스피지 연구소(본사)를 함께 둘러보시죠. 기사 말미에는 여영길 에스피지 사장이 로봇용 감속기의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직접 답하는 인터뷰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의 어려운 거시경제 상황 속에서도 에스피지 측이 견조한 실적을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습니다.
"(차)생활가전이나 산업 자동화 제품에 쓰이는 기어드모터가 주력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자동화 물결이 거세지면서 산업자동화형 기어드모터와 로봇 정밀감속기 분야에서 레벨업하고 있습니다"
▷에스피지 실적 전망은 어떤가요?
"(차)가전수요는 코로나19 혜택을 많이 본 만큼 최근 낮아지는 분위기는 있습니다. 다만 4분기 말 신규로 중국 5대 가전사에 들어가는 품목들의 매출이 발생될 것 같습니다. 산업용 수요의 경우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설비투자가 주춤한 분위기인 건 사실인데 최근 중국에 공장을 가진 경쟁기업들이 미주양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반사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율은 헷지가 안 돼 있는 상황인가요?
"(차)100% 열려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이익을 더 보긴 합니다"
▷현재 에스피지는 가전 쪽 매출이 70%입니다. 산업용 매출이 올라오면서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지가 관건인데요. 로봇과 산업 매출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올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우리나라 로봇 1위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같이 협력 중입니다. 현재 5kg 협동로봇을 공동 개발했고 10kg 협동로봇도 공동 개발 중입니다. 전반적으로 로봇을 한다는 업체들은 다 에스피지 제품을 테스트해 보는 추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질구레한 중소 로봇업체까지 커버하지 말고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큰 기업만 집중해서 공략하고자 합니다. 국내는 로봇 시장이 작다 보니 결국에 로봇 매출의 80%는 수출에서 얻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11월 독일 전시회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을 가져가 우리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로봇용 정밀감속기 업체 에스비비테크가 상장 예정입니다. 에스피지가 더 뛰어난 점이 있다면요?
"(여)우리는 제품 라인업이 보다 다양합니다. 로봇용 감속기도 HS 감속기와 HR 감속기를 둘 다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로봇을 만드는 기업은 한 부품업체에서 다양한 부품을 한꺼번에 조달하길 원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저희는 대기업과 오랜 기간 일을 해왔던 업력이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선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오래 거래해왔던 기업과 하고 싶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만 저희는 60여명이나 됩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단 겁니다."
▷증설 계획은 있습니까?
"(여)해야 합니다. 현재 하모닉드라이버(SH감속기)는 기존 공장이 2만대를 커버할 수 있어서 국내 로봇 업체는 모두 커버가 가능합니다. 국내 로봇용 감속기 오더가 다 합쳐봤자 1만대가 채 안 되기 때문입니다. SR 감속기의 경우 1만대는 커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 기종을 만들다 보면 5000개 정도까지만 커버가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추가 오더도 들어오고 하다 보니 증설을 하는 중입니다. 또 일본 로봇 감속기 업체들이 계속해서 기술이 앞서가다 보니까 해당 기종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 투자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본업체의 하모닉드라이버 특허권이 만료된 지 8~9년이 돼 가고, 국내 업체들은 해당 특허로 기술 개발하는 상황입니다. 그 사이 하모닉드라이버는 더 앞서갈 수밖에 없는데요. 에스피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여)오늘 새 감속기 투자계획을 세웠습니다. 조직 개편해서 정밀 감속 쪽에 더 많이 보강도 시켰고요. 물론 하모닉드라이버를 따라가긴 쉽지 않습니다. 조금 따라잡을 만하면 또 도망가는 실정이니까요(여영길 사장은 벽면에 붙어있던 하모닉드라이버와 에스피지의 기술력 차이를 비교해 놓은 표를 떼 와서 보여주며 설명함). 하지만 국내에선 저희를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물론 상장하는 기업도 있지만 상장해서 자금이 들어오고 투자하고 설비가 실제 들어오는 시점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를 만든다고 합니다. 관련 감속기는 더 만들기 어렵습니까?
"(여)그렇지 않습니다. 휴머노이드에는 감속기 자체보다 센서와 제어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산업용과 다른 점입니다.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유선 감속기보단 산업용 로봇에 들어가는 하모닉드라이버 N타입을 작게 만드는 게 더 어렵습니다."
▷로봇감속기 만으로 매출이 100억원이 넘어가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요?
"(여)올해는 50억원 달성이 목표입니다. 대량생산 하는 로봇도 같이 검토하고 있어 내후년이면 200~3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업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산업 자동화 및 가전제품 매출 현황은 어떻습니까?
"(차)서두에 말했듯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다만 산업용 기어드모터의 경우 미주에 들어갈 수 있는 모터를 4~5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게 있습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업체들도 있지만 대부분 현지 공장이 중국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봉쇄 때문에 중국 공장이 납기 일정을 못 맞추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이후 '메이드인차이나'는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그 사이에서 에스피지 제품이 대체군으로 선택받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를 비롯해 펩시 등 업체들이 탄산과 음료수를 섞어주는 모터를 에스피지 것으로 쓰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 자동화 매출은 낮아져도 해외 매출이 방어해 줄 것으로 봅니다. 가전 쪽은 4분기 말부터 중국 5대가전사에 냉장고, 냉동고 관련 부품을 납품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단일 부품별로 납품했다고 한다면 이번엔 대부분 묶어서 모듈로 공급해 나갈 예정입니다. 볼륨과 수익성을 동시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가전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모델로 비중을 높여 나가되 산업용 매출 비중을 높이면서 3년 내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반사 수혜가 그리 큰가요?
"(여)기어드모터 시장은 미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굉장히 커지고 있었지만, 중국 공장이 많아 코로나19 이후 납기를 제대로 못 지키고 있습니다. 에스피지는 고객에게 실망하게 한 적이 없어 고객이 미국 기업 납기에 문제가 생기면 승인도 안 난 에스피지 제품을 먼저 가져가고 승인받기도 합니다. 에스피지는 추석에도 특근이 이어져 하루밖에 안 쉽니다. 가공라인 잔업이 12월까지 풀(full)로 들어갑니다."
▷그럼 당장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차)전반적인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미주로 수출되는 부분이 적극적으로 올라오는 분위기이고, 가전 신규 납품도 증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적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상반기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위아래로 소폭 조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한경 마켓PRO는 이종근 교보증권 에쿼티영업부 차장과 투자자들이 궁금해하는 기업을 대신 탐방해 드립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궁금한 기업이 있으시면 마켓PRO 기사 댓글이나 이차장 Live 텔레그램을 통해 탐방을 요청하시면 됩니다. 지난 5일 초정밀 모터와 감속기 등을 만드는 에스피지 탐방을 다녀왔습니다. 1991년 설립된 에스피지는 자동문과 컨베이어벨트 등에 쓰이는 산업용 모터나 냉장고나 얼음분쇄기 등에 활용되는 가전용 모터를 주로 만듭니다. 다만 2019년 일본 기업들이 독점하던 로봇용 감속기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차세대 성장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에스피지는 국내 첫 인간형 이족보행 로봇인 '휴보(Hubo)'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와 함께 협동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합니다.
이 기사를 통해 인천 송도에 있는 에스피지 연구소(본사)를 함께 둘러보시죠. 기사 말미에는 여영길 에스피지 사장이 로봇용 감속기의 개발 진행 상황에 대해 직접 답하는 인터뷰도 준비돼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의 어려운 거시경제 상황 속에서도 에스피지 측이 견조한 실적을 전망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돼 있습니다.
에스피지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사무실
인천 송도 테크노파크역 근처에 있는 에스피지 본사는 6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3층에는 에스피지의 역사와 주요 제품들을 소개하는 전시관이 있습니다. 배낭을 매고 남동공단의 공장을 찾으려던 여영길 사장이 시간을 내 직접 기자를 안내해 줬습니다. 위 제품은 1970년대 에스피지가 생산했던 AC 팬 모터입니다. 당시 금성사(현재 LG전자) 가전에 들어갔던 제품이라고 합니다. 현재도 에스피지의 주력 제품은 가전용 모터로 모터 매출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다만 1980~1990년대를 거치면서 산업용 모터 비중이 점차 커져 왔습니다. 여영길 사장은 "일본은 한국만큼 지하철 스크린도어가 보편적으로 설치돼 있지 않다"며 "최근 일본 지하철 스크린도어의 설치가 확대되면서 에스피지의 산업용 모터도 많이 쓰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위 제품은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은 로봇용 감속기입니다. 로봇의 관절과 같은 역할을 하며, 기술이 좋을수록 로봇이 물건을 쥐는 강도와 방향을 미세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감속기는 로봇에서 차지하는 원가가 30%가량으로 가장 큰 부품입니다. 사람의 팔을 형상화한 협동로봇(우측 빨간 모형)에는 6개의 감속기가 들어갑니다. 로봇용 감속기는 SH 감속기와 SR 감속기로 나뉘는데, SH 감속기는 협동로봇 등 소형 로봇에 주로 이용되고 SR 감속기는 중대형 제조용 로봇에 활용됩니다. 여영길 사장은 "협동로봇이 대형 로봇보다 가격이 저렴해 기업들이 선호하는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6층으로 올라가 봅니다. 6층에는 직원들의 사무실과 사장실이 있습니다. 6층에 들어서자마자 사무실 벽면에 걸린 액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액자엔 '2022년도 경영방침 내실경영'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여영길 사장은 "매출이 당장 크지 않더라도 초조해 말고 내실경영을 통해 단단하게 커나가자는 포부를 담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 작년에는 경영방침이 무엇이었냐'고 기자가 물었더니, 여영길 사장은 "사실 작년에도 똑같았다"고 고백했습니다. 사장실 접객용 책상에 놓여있는 로봇용 감속기입니다. 로봇용 감속기가 에스피지의 차세대 수입원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단면인 듯합니다. 여영길 사장은 "올해는 로봇감속기로 50억원의 매출을 내는 게 목표지만 내후년엔 200~300억원도 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여영길 사장은 인터뷰 도중에 이 로봇감속기를 직접 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여영길 사장 "美기업 中공장 납기 못맞춰…반사수혜로 특근 중"
이번엔 여영길 사장(아래 사진)과 차희중 IR 팀장에게 에스피지의 현황과 전망에 관해 물어봤습니다. 내용은 질의응답식으로 정리합니다. 여영길 대표는 '여'로, 차희중 부장은 '차'로 표기했습니다. 질문은 이종근 교보증권 에쿼티영업부 차장이 맡았습니다. ▷에스피지를 모르는 분들에게 간단한 기업설명을 부탁드립니다."(차)생활가전이나 산업 자동화 제품에 쓰이는 기어드모터가 주력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자동화 물결이 거세지면서 산업자동화형 기어드모터와 로봇 정밀감속기 분야에서 레벨업하고 있습니다"
▷에스피지 실적 전망은 어떤가요?
"(차)가전수요는 코로나19 혜택을 많이 본 만큼 최근 낮아지는 분위기는 있습니다. 다만 4분기 말 신규로 중국 5대 가전사에 들어가는 품목들의 매출이 발생될 것 같습니다. 산업용 수요의 경우 기업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설비투자가 주춤한 분위기인 건 사실인데 최근 중국에 공장을 가진 경쟁기업들이 미주양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반사 수혜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율은 헷지가 안 돼 있는 상황인가요?
"(차)100% 열려 있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이익을 더 보긴 합니다"
▷현재 에스피지는 가전 쪽 매출이 70%입니다. 산업용 매출이 올라오면서 수익성이 얼마나 개선될지가 관건인데요. 로봇과 산업 매출비중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올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여)우리나라 로봇 1위 기업인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같이 협력 중입니다. 현재 5kg 협동로봇을 공동 개발했고 10kg 협동로봇도 공동 개발 중입니다. 전반적으로 로봇을 한다는 업체들은 다 에스피지 제품을 테스트해 보는 추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자질구레한 중소 로봇업체까지 커버하지 말고 레인보우로보틱스를 비롯해 큰 기업만 집중해서 공략하고자 합니다. 국내는 로봇 시장이 작다 보니 결국에 로봇 매출의 80%는 수출에서 얻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11월 독일 전시회에서는 레인보우로보틱스 로봇을 가져가 우리 제품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로봇용 정밀감속기 업체 에스비비테크가 상장 예정입니다. 에스피지가 더 뛰어난 점이 있다면요?
"(여)우리는 제품 라인업이 보다 다양합니다. 로봇용 감속기도 HS 감속기와 HR 감속기를 둘 다 만들 수 있습니다. 보통 로봇을 만드는 기업은 한 부품업체에서 다양한 부품을 한꺼번에 조달하길 원합니다. 그래야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소재가 명확해지기 때문입니다. 또 저희는 대기업과 오랜 기간 일을 해왔던 업력이 있습니다. 대기업 입장에선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오래 거래해왔던 기업과 하고 싶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연구개발(R&D) 인력만 저희는 60여명이나 됩니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대응이 가능하단 겁니다."
▷증설 계획은 있습니까?
"(여)해야 합니다. 현재 하모닉드라이버(SH감속기)는 기존 공장이 2만대를 커버할 수 있어서 국내 로봇 업체는 모두 커버가 가능합니다. 국내 로봇용 감속기 오더가 다 합쳐봤자 1만대가 채 안 되기 때문입니다. SR 감속기의 경우 1만대는 커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여러 기종을 만들다 보면 5000개 정도까지만 커버가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추가 오더도 들어오고 하다 보니 증설을 하는 중입니다. 또 일본 로봇 감속기 업체들이 계속해서 기술이 앞서가다 보니까 해당 기종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 투자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일본업체의 하모닉드라이버 특허권이 만료된 지 8~9년이 돼 가고, 국내 업체들은 해당 특허로 기술 개발하는 상황입니다. 그 사이 하모닉드라이버는 더 앞서갈 수밖에 없는데요. 에스피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여)오늘 새 감속기 투자계획을 세웠습니다. 조직 개편해서 정밀 감속 쪽에 더 많이 보강도 시켰고요. 물론 하모닉드라이버를 따라가긴 쉽지 않습니다. 조금 따라잡을 만하면 또 도망가는 실정이니까요(여영길 사장은 벽면에 붙어있던 하모닉드라이버와 에스피지의 기술력 차이를 비교해 놓은 표를 떼 와서 보여주며 설명함). 하지만 국내에선 저희를 따라올 수 있는 기업이 없습니다. 물론 상장하는 기업도 있지만 상장해서 자금이 들어오고 투자하고 설비가 실제 들어오는 시점까진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를 만든다고 합니다. 관련 감속기는 더 만들기 어렵습니까?
"(여)그렇지 않습니다. 휴머노이드에는 감속기 자체보다 센서와 제어 기술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산업용과 다른 점입니다. 휴머노이드에 들어가는 유선 감속기보단 산업용 로봇에 들어가는 하모닉드라이버 N타입을 작게 만드는 게 더 어렵습니다."
▷로봇감속기 만으로 매출이 100억원이 넘어가는 시기는 언제가 될까요?
"(여)올해는 50억원 달성이 목표입니다. 대량생산 하는 로봇도 같이 검토하고 있어 내후년이면 200~300억원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본업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산업 자동화 및 가전제품 매출 현황은 어떻습니까?
"(차)서두에 말했듯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다만 산업용 기어드모터의 경우 미주에 들어갈 수 있는 모터를 4~5년 전부터 준비해 온 게 있습니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미국의 업체들도 있지만 대부분 현지 공장이 중국에 있습니다. 코로나19 봉쇄 때문에 중국 공장이 납기 일정을 못 맞추고 있을 뿐 아니라 미·중 무역분쟁 이후 '메이드인차이나'는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그 사이에서 에스피지 제품이 대체군으로 선택받고 있습니다. 맥도날드, 코카콜라를 비롯해 펩시 등 업체들이 탄산과 음료수를 섞어주는 모터를 에스피지 것으로 쓰고 있습니다. 국내 산업 자동화 매출은 낮아져도 해외 매출이 방어해 줄 것으로 봅니다. 가전 쪽은 4분기 말부터 중국 5대가전사에 냉장고, 냉동고 관련 부품을 납품합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단일 부품별로 납품했다고 한다면 이번엔 대부분 묶어서 모듈로 공급해 나갈 예정입니다. 볼륨과 수익성을 동시 강화하는 전략입니다. 가전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모델로 비중을 높여 나가되 산업용 매출 비중을 높이면서 3년 내 영업이익률 1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미·중 무역분쟁 반사 수혜가 그리 큰가요?
"(여)기어드모터 시장은 미국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 굉장히 커지고 있었지만, 중국 공장이 많아 코로나19 이후 납기를 제대로 못 지키고 있습니다. 에스피지는 고객에게 실망하게 한 적이 없어 고객이 미국 기업 납기에 문제가 생기면 승인도 안 난 에스피지 제품을 먼저 가져가고 승인받기도 합니다. 에스피지는 추석에도 특근이 이어져 하루밖에 안 쉽니다. 가공라인 잔업이 12월까지 풀(full)로 들어갑니다."
▷그럼 당장 3분기 실적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차)전반적인 분위기가 안 좋은 건 사실입니다. 다만 미주로 수출되는 부분이 적극적으로 올라오는 분위기이고, 가전 신규 납품도 증가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적이 낮아진다고 하더라도 상반기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에서 위아래로 소폭 조정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