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침수 있었지만 지난달 폭우 때보다 덜해…가슴 쓸어내리며 정리 작업
[태풍 힌남노] 뜬눈으로 밤 지새운 반지하 주민들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남부지방을 휩쓸고 간 6일 아침 서울 관악구와 서초구 등 강남 일대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불과 한 달 전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수해가 발생했던 이곳 주민들은 또다시 물난리 걱정에 밤잠을 못 이뤘다면서도 피해가 크지 않아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던 오전 8시 30분께 관악구 신사시장 인근 주택에서 만난 80대 노부부 황태원·우봉화씨는 집 앞 작은 마당에서 폐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황씨는 "비가 또 무섭게 쏟아질까 봐 잠을 못 잤는데 생각보다 적게 왔다"며 "이번엔 별일 없어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우씨는 "지난번엔 들이닥치는 비를 막느라 이불을 버리고 다음 날 아침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오늘은 평소랑 다른 게 없다"고 했다.

비가 완전히 그치고 갠 하늘이 보이자 시장에서는 상인들의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사시장에서 35년간 과일가게를 운영해온 이경자(69)씨는 "가게 안까지 물이 밀려온 건 지난번이 처음이어서 이번에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면서도 "생각보다 비가 별로 안 와서 이번에는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신사동 반지하에 거주하는 김태양(26)씨는 "이번 태풍이 심하다고 해서 혹시나 우리 집도 침수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지만 재난 문자가 계속 와서 잠을 잘 못 잔 것 빼고는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 뜬눈으로 밤 지새운 반지하 주민들
지난달 폭우 당시 침수·단전 등의 피해를 본 서초구 진흥아파트는 아파트 한 동 지하 주차장에 물이 차서 아침부터 배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주민들은 폭우 피해가 얼추 회복되자마자 침수가 또 발생해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피해가 크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었다.

아파트 상가 주인이자 주민이기도 한 40대 김 모 씨는 "간밤에 가게가 침수되는 꿈을 꿔 겁나고 무서웠다"면서도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다"고 했다.

지난달 폭우 때 사망자가 나왔던 서초동 강남빌딩에서도 침수 등 눈에 띄는 피해는 보이지 않았다.

빌딩 관계자들은 지하주차장 입구에 쌓아뒀던 모래주머니 정리 작업에 한창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집중호우 당시와 비교해 강남 일대 누적강수량은 크게 줄었다.

지난달 8∼9일 이틀간 서울 자치구별 누적 강수량은 동작구 515㎜·서초구 480.5㎜·금천구 445㎜·강남구 439.5㎜·관악구 430㎜ 등으로 집계됐으나 태풍 힌남노 영향권에 든 이달 4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동작구 176㎜·서초구 228.5㎜·금천구 202.5㎜·강남구 251.5㎜·관악구 213.5㎜를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