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이 공급업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자 나타난 반전[기업 인권경영 리포트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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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2018년 ‘인간존중경영 규정’ 제정
2019년 선도적으로 인권영향평가 실시
공급업체서 일부 미비점 나오자 개선 작업 착수
해당 사업장 CSR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인간존중의 핵심 가치 공급망 전체로 확산
인권경영은 정책‧절차 있어도 실천 어려워
경영진의 적극적 자세 필요해
2019년 선도적으로 인권영향평가 실시
공급업체서 일부 미비점 나오자 개선 작업 착수
해당 사업장 CSR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인간존중의 핵심 가치 공급망 전체로 확산
인권경영은 정책‧절차 있어도 실천 어려워
경영진의 적극적 자세 필요해
‘기업 인권경영 리포트’는 새로운 경영 화두로 떠오른 인권경영과 관련된 글로벌 동향과 모범사례를 살펴봅니다. 해외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인권경영을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법무법인 지평의 인권경영 전문가들이 풍부한 사례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인권경영의 첫걸음은 기업이 인권정책을 선언하고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인권영향평가란 기업이 비즈니스의 전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지, 그 사람들의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발견’하는 과정이다. 문제를 파악해야 해결할 수 있기에 인권영향평가는 인권경영의 필수 절차라고 할 수 있다.
풀무원은 2018년 인간존중경영을 선언하고 ‘풀무원 인간존중경영 규정’을 제정했다. 선언문과 규정에는 풀무원이 인권경영의 국제기준(UNGPs 등)을 지지하고,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며, 인권경영 전담부서 및 고충처리절차 등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풀무원은 국내 다른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른 시기에 인권정책을 수립했다. 사진 : 한경DB
풀무원은 2019년 공급업체 4곳을 대상으로 파일럿 형태의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공급망에서 차별금지‧근로시간‧산업안전 등 9개 영역과 관련된 인권 리스크가 있는지 평가했다. 평가 결과 △일부 공급업체가 초과근로에 대한 동의서를 받지 않은 점 △외국인 근로자에게 모국어 또는 영어로 된 급여명세서나 안전보건표지 등을 제공하지 않은 점 △노사협의회 또는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갖추지 않은 점 등을 발견했다.
풀무원은 공급업체에 인권경영 교육 및 컨설팅 등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참여했다. 이후 4곳 중 1곳의 업체는 2019년 말 CSR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중소벤처기업부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사진 : 한경DB
물론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공급망의 인권 이슈를 모두 개선한 것은 아니다. 공급업체마다 처한 상황과 역량이 다르고 공급업체가 독자적으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다만 풀무원이 자사의 인권경영 원칙을 공급업체에 설명하고, 인간존중의 핵심 가치를 공급망 전체로 확산하려는 시도는 의미가 있다.
공급망 끝단으로 내려갈수록 정부의 행정력이 미치기 어려운 인권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 이 경우 선도 기업이 비즈니스 관계에서 영향력을 사용해 인권 개선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풀무원은 인권영향평가를 통해 공급망 근로자들의 인권 침해 예방에 일부 기여했다. 나아가 이 경험을 토대로 ‘풀무원 인간존중경영 실천을 위한 협력기업 행동규범’을 제정해 인권경영을 비즈니스 관계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한 규범적 토대와 방법론을 정비했다.
풀기 어려운 숙제는 가까운 곳에 있다. 다른 회사의 인권 문제를 점검하는 것보다, 자신의 회사 직원들이 겪는 인권 이슈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풀무원은 올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추진한 민간기업 인권경영 시범사업에 지원했다. 풀무원의 대표 제품인 두부를 생산ㆍ유통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했는데, 평가 대상에는 인권경영체계, 공급망, 소비자, 지역사회뿐만 아니라 두부공장의 근로자들도 포함돼 있었다. 풀무원 인권경영 전담조직은 국가인권위원회 자문단 및 유관부서들과 함께 회사의 인권정책을 다시 점검하고, 충북 음성 두부공장에 방문해 직원들을 만났다. 직군별, 연령별, 고용형태별 대표 직원들과 한자리에 모여 그들의 관점에서 인권 이야기를 들었다. 정작 작업자들은 본사에서 정성 들여 설계한 고충처리시스템의 이용 방법을 잘 모르고 있었다. 현장에서 사람과 마주하면서 비로소 인권 이슈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인권경영은 정책과 절차만 잘 만든다고 실천할 수 있지 않다. 인권 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재된 경우가 많다. 경영진이 이해관계자들의 인권을 존중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에게 한 걸음 먼저 다가갈 때, 그동안 미처 놓치고 있던 인권 이슈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다. 한국에서 더 많은 기업이 인권영향평가를 실시하기를 기대해 본다.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지평 ESG센터 컴플라이언스팀장
국가인권위원회 민간기업 인권경영 시범사업 자문위원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