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출범할 비대위의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언 기자
주호영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로 출범할 비대위의 위원장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병언 기자
법원 결정으로 직무 정지된 주호영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새로 출범할 비대위 위원장직을 맡지 않기로 했다. ‘도로 주호영 비대위’라는 비판이 적지 않은 데다, 법원이 이미 직무 정지를 결정한 상황에서 또다시 법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민의힘 비대위 구성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비대위원장을 ‘외부 수혈’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발 뺀 주호영 “맡지 않겠다”

주 전 위원장은 6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고 “곧 출범 예정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직을 맡지 않겠다고 당에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주 전 위원장은 당이 비대위 체제로 전환한 지난달 9일 비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하지만 이준석 전 대표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서 지난달 26일 직무가 정지됐다. 이후 ‘새 비대위’ 출범이 가시화하면서 새 비대위에서도 유력한 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

그러나 주 전 위원장은 “직무정지 가처분이 떨어지고 난 다음부터 우리 당의 새 비대위를 구성하자고 결의했고, 그 단계부터 제가 다시 맡는 것이 좋은지 안 좋은지를 고민해왔다”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 게 좋겠다는 취지에서 훨씬 더 좋은 분을 모시는 게 좋겠다고 당에 건의드렸고, 그런 취지에서 저는 맡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상의했느냐는 질문에는 “상의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8일 비대위원장을 임명해 추석 밥상에 ‘새 비대위’를 올리겠다는 지도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중진, 재선, 초선 의원들과 잇따라 의원 모임을 열고 비대위원장 인선 권한을 위임받았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 모임 후 “의원들에게 새 비대위원장 인선 권한을 일임받았다”며 “(비대위원장 후보군이) 세 분 정도 되는데, 이들과 접촉해 7일 오후에 발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추석 전 비대위원장 임명을 위해 속도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당내 구인난에 ‘외부 수혈’ 가능성

당내에서 마땅한 비대위원장 후보가 나타나지 않으면서 원외 인사가 비대위원장 후보로 검토되기 시작했다. 법조인 출신으로 호남에서 4선을 지낸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 카드가 급부상했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부의장은 서울대 법대 동창에 검찰 선후배 사이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박 전 부의장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뒤 국민의힘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선대위 동서화합미래위원장으로 당의 ‘서진 전략’을 뒷받침했고,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원장도 맡았다.

박 전 부의장은 윤 대통령과 당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지역화합의 이미지도 심어줄 수 있다. 호남 중진 의원인 만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되기에도 체급이 맞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민주당 출신인 박 전 부의장이 국민의힘과 유기적 화합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권 원내대표가 외부 수혈 가능성을 언급하자 중진 의원 사이에서 비대위를 외부 인사에게 맡길 경우 당이 너무 허약해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원외 인사로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 나경원 전 의원, 이용구 전 중앙대 총장 등도 후보로 거론된다.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전날인 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비대위 체제 전환을 확정하고 새 비대위원장 임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하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고재연/맹진규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