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상여는커녕…조선 협력사 절반, 건보료·국민연금도 못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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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난·인력난 겹친 중기
200여개 사내 협력사는 물론
근로자들도 금융권 대출 막혀
베트남 근로자 입국 지연에
외국인 잦은 이직, 청년 외면
조선 생산인력 1만명 부족
지체 보상금 1조 물어줄 판
일손 부족해 자녀·이웃까지 '품앗이'동원
200여개 사내 협력사는 물론
근로자들도 금융권 대출 막혀
베트남 근로자 입국 지연에
외국인 잦은 이직, 청년 외면
조선 생산인력 1만명 부족
지체 보상금 1조 물어줄 판
일손 부족해 자녀·이웃까지 '품앗이'동원
“근로자 월급 마련하는 데 급급하다 보니 4대 보험은 미처 챙길 여력이 없었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소 내 사내 협력사의 절반가량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보험 체납 규모만 700억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금융권 대출까지 막힌 기업과 근로자가 부지기수다. 국내 제조업의 주축인 조선·뿌리업계가 만성적인 자금난, 인력난으로 암울한 추석을 보낼 전망이다.
자금난이 확산하면서 경남 거제 한 대형 조선사의 사내 협력사만 최근 2년 새 30여 개가 폐업했다. 인근 협력사들은 기숙사, 화물차, 기계설비 등 자산마저 압류당했다. 한 사내 협력사 대표는 “대형 조선사들이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한 영향으로 협력사 적자가 누적됐다”며 “근로자를 붙잡기 위해 급여를 우선 지급하다 보니 4대 보험 체납액이 커졌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사내 협력사 대표는 “2016년 대비 남아 있는 협력사는 30%도 안 된다”며 “나머지 협력사 대표 대다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일부는 임금체불로 구속됐다”고 전했다. 중소조선업계의 폐업이 일상화되다보니 원청업체 퇴직자들이 폐업을 유도한 뒤, 회사 자산을 물려 받아 재창업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업계는 정부가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 등에 대해 시행한 4대 보험료 납부 유예 조처를 조선업계에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조선업에 대해선 4대 보험 중 고용·산재보험 납부에 대해서만 6개월 유예 혜택을 줬다. 그마저도 올해 말 조치가 끝날 예정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체납 탕감은 불가능하더라도 정책적 차원에서 금융권 신규 대출만이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인력까지 입국에 차질을 빚고 있어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조선업계는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이달 조선업계 용접, 전기, 도장 등 생산기능직 부족 인력만 9509명에 이른다.
한 대형 조선소 협력사 대표는 “베트남 현지 인력 브로커의 행정 절차상 오류로 베트남 근로자 1000여 명의 입국이 갑자기 늦춰졌다”며 “협력사별로 1주일에서 한 달가량 선박 제작 공정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업계 전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지체상금을 물게 될 위기”라고 전했다.
법무부와 베트남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당장 일손 공백을 메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 조선기자재업체 대표는 “인력이 절박한 국내 중소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한 동남아시아 인력 브로커들의 사기까지 늘고 있어 걱정”이라고 거들었다.
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외국인 인력 공급이 끊긴 데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본격 시행으로 잔업수당이 줄어 배달·물류 분야, 반도체 공장 분야로 대거 인력이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직업계고 출신이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다 최근 대기업의 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격차는 인력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낮은 고졸 취업률을 감안할 때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900곳을 대상으로 추석 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전체 26.2%가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37.3%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유(복수 응답)로는 ‘매출 부진’(67.4%) ‘원·부자재 가격 상승’(58.1%), ‘인건비 상승’(33.5%) 등이 꼽혔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 조선업과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며 “정부와 금융권이 막연히 ‘한계기업’이라고 정의하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큰 시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강경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국내 대형 조선소 내 사내 협력사의 절반가량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체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보험 체납 규모만 700억원을 넘어섰다. 이 때문에 금융권 대출까지 막힌 기업과 근로자가 부지기수다. 국내 제조업의 주축인 조선·뿌리업계가 만성적인 자금난, 인력난으로 암울한 추석을 보낼 전망이다.
◆회사도, 직원도 모두 막힌 대출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5대 대형조선소 내 400여 개 사내 협력사 가운데 50%가량이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4대 보험을 체납했다. 이 때문에 200여 개 사내 협력사는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금융권 대출이 막혔다.자금난이 확산하면서 경남 거제 한 대형 조선사의 사내 협력사만 최근 2년 새 30여 개가 폐업했다. 인근 협력사들은 기숙사, 화물차, 기계설비 등 자산마저 압류당했다. 한 사내 협력사 대표는 “대형 조선사들이 경쟁적으로 저가 수주한 영향으로 협력사 적자가 누적됐다”며 “근로자를 붙잡기 위해 급여를 우선 지급하다 보니 4대 보험 체납액이 커졌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사내 협력사 대표는 “2016년 대비 남아 있는 협력사는 30%도 안 된다”며 “나머지 협력사 대표 대다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했고, 일부는 임금체불로 구속됐다”고 전했다. 중소조선업계의 폐업이 일상화되다보니 원청업체 퇴직자들이 폐업을 유도한 뒤, 회사 자산을 물려 받아 재창업하는 사례도 빈번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조선업계는 정부가 여행업·관광숙박업·관광운송업 등에 대해 시행한 4대 보험료 납부 유예 조처를 조선업계에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조선업에 대해선 4대 보험 중 고용·산재보험 납부에 대해서만 6개월 유예 혜택을 줬다. 그마저도 올해 말 조치가 끝날 예정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체납 탕감은 불가능하더라도 정책적 차원에서 금융권 신규 대출만이라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인 인력까지 입국에 차질을 빚고 있어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인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한 조선업계는 막대한 지체상금을 물 전망이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이달 조선업계 용접, 전기, 도장 등 생산기능직 부족 인력만 9509명에 이른다.
한 대형 조선소 협력사 대표는 “베트남 현지 인력 브로커의 행정 절차상 오류로 베트남 근로자 1000여 명의 입국이 갑자기 늦춰졌다”며 “협력사별로 1주일에서 한 달가량 선박 제작 공정 차질이 불가피해졌고, 업계 전체적으로 1조원 이상의 지체상금을 물게 될 위기”라고 전했다.
법무부와 베트남 당국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당장 일손 공백을 메우지 못해 비상이 걸린 상태다. 한 조선기자재업체 대표는 “인력이 절박한 국내 중소 조선업체를 대상으로 한 동남아시아 인력 브로커들의 사기까지 늘고 있어 걱정”이라고 거들었다.
◆뿌리산업은 만성 ‘빈사 상태’
추석을 앞두고 표정이 어두운 곳은 중소 조선 협력사만 아니다. 뿌리산업 전반이 심각한 자금난과 인력난에 직면해 있다. 경남에서 절삭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연휴를 앞두고 일할 사람이 없어 부인과 자녀, 이웃까지 ‘품앗이’로 동원하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의 몸값이 치솟으면서 조건에 따라 자주 이직하는 까닭에 일손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기 때문이다.중소기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외국인 인력 공급이 끊긴 데다 지난해 주 52시간 근로제 본격 시행으로 잔업수당이 줄어 배달·물류 분야, 반도체 공장 분야로 대거 인력이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직업계고 출신이나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데다 최근 대기업의 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격차는 인력난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는 분석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낮은 고졸 취업률을 감안할 때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900곳을 대상으로 추석 자금 수요를 조사한 결과 전체 26.2%가 자금 사정이 곤란하다고 응답했다. 37.3%만 추석 상여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자금 사정이 어려운 이유(복수 응답)로는 ‘매출 부진’(67.4%) ‘원·부자재 가격 상승’(58.1%), ‘인건비 상승’(33.5%) 등이 꼽혔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 조선업과 뿌리산업이 무너지면 제조업 기반이 무너진다”며 “정부와 금융권이 막연히 ‘한계기업’이라고 정의하기보다 글로벌 공급망 차원의 큰 시야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대규/강경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