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들이 추석을 앞두고 ‘상여금 딜레마’에 빠졌다. 가뜩이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데다 인력까지 모자란 상황에서 상여금 지급 여부가 인력 확보와 근로자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나마 있는 일감마저 소화하지 못할까 싶어 중소기업 대표 사이에선 불안감이 퍼지는 분위기다.
"상여금 안주면 직원 떠날까 봐 대출받아 지급"
6일 업계에 따르면 적잖은 중소업체가 추석을 앞두고 상여금 지급을 포기했다. 경기 남부의 한 공단에서 금속업체를 운영하는 A대표는 “금리 인상으로 운영난에 직면해 추석 상여금을 줄 수 없다”며 “최저임금이 너무 많이 오르면서 상여금을 줄 여력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건자재 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는 “월급도 밀려 있는데 어떻게 상여금을 주겠냐”며 “직원들 보기가 미안해서 비누나 샴푸 같은 선물 세트라도 마련하려 한다”고 말끝을 흐렸다.

부산 강서구에서 소규모 원단업체를 운영하는 C대표는 명절을 앞두고 휴대폰을 꺼놓는 일이 잦아졌다. 추석 전까지 밀린 임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방법이 없어 피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대출해서 월급을 주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갈수록 오르는 금리를 보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폐업하려고 해도 폐업 비용조차 만만찮다”고 고개를 숙였다.

경남에서 도금업체를 운영하는 D대표는 회사에 출근하자마자 직원들이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회사에 알리지도 않고 그만두는 직원이 늘어서다.

그는 “숙련공이 중요한데 1~2개월 해보고 그만두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추석 상여금이라도 주려고 은행 대출을 받는 업체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하지만 치솟는 금리 앞에 선뜻 대출받을 수 없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올 들어 지난해 말에 비해 2.5배가량 올랐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기준금리 1%포인트 인상 시 가산금리는 중소기업은 1.69%포인트, 대기업은 1.17%포인트 상승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경우 기업의 이자 부담은 약 4조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 중 중소기업 부담은 2조8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