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주주대표 소송 결정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이관하기로 한 문재인 정부 방안의 문제점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모수개혁과 함께 국민연금 개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안도 개혁 과제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6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주주대표 소송 권한을 수탁위로 일원화하는 방안의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학계·법조계 전문가 의견을 취합 중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 방안에 대해 “부작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는 국내 기업에 대한 주주대표 소송을 활성화하기 위해 소송 개시 권한을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위로 넘기는 방안을 추진했다. 현재 배당, 임원 보수한도 등 비경영 사안에 국한한 수탁위의 주주 제안 범위도 ‘법령상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사안’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수탁위가 비상설 자문기구로 소송 결과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점, 노동·시민단체 등이 위원으로 참여해 주주대표 소송 결정권을 쥘 경우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반발했다. 수탁위는 노동계·경영계·지역가입자단체가 추천하는 3인씩 총 9명으로 구성된다.

윤 대통령이 주주대표 소송 권한 이관의 문제점을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원점 재검토되거나 수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연금개혁이 본격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정경제부(기획재정부 전신)·금융위원회 출신인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 이사장이 취임하면서 이런 관측이 커졌다. 김 이사장은 모수개혁과 함께 기금 운용의 전문성 강화도 ‘미션’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민연금 기금 운용 체계는 적립금이 160조원에 불과하고 국내 채권 중심으로 자산 구성이 단순했던 2005년에 설계한 그대로”라며 “기금 규모가 900조원으로 늘고 운용 자산도 다변화한 지금은 운용 전략과 의사결정 체계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차준호/곽용희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