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억 샀다"…외국인, 현대·기아차 폭풍 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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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최대 실적 기대감
<앵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제정으로 한국산 전기차는 대당 1천만원 상당의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현대차와 기아는 당장 전기차 판매 감소와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데, 외국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식시장에서 연일 현대차와 기아를 사들이고 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배경을 짚어보겠습니다. 신 기자, 외국인이 현대차와 기아를 연일 공격적으로 매수하고 있습니다.
<기자>
외국인은 지난 달 18일부터 오늘까지 14거래일째 하루도 거르지 않고 현대차를 순매수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현대차는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이었고, 쏟아부는 금액은 3천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외국인 매수세 덕분에 현대차의 주가는 지난 1월 21일 이후 약 8개월 만에 2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외국인은 기아도 9거래일 연속 사들이고 있는데요.
눈여겨볼 부분은 외국인이 순매수를 시작한 시점과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 시점이 거의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법안 발효 직후 외국인은 현대차와 기아를 5천억 원 가까이 순매수했습니다.
법 시행으로 미국에서 판매되는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현대차와 기아 입장에선 당연히 악재일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현대차와 기아엔 분명한 악재인데 외국인이 매수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3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입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분기 각각 6천억 원, 5천억 원에 달하는 환율 효과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죠.
현대차와 기아가 환율 효과로만 모두 1조 원 이상을 벌어들인 겁니다.
3분기에는 환율이 더 가파르게 올랐는데요.
때문에 환율 효과가 3분기에도 이어지면서 현대차와 기아 모두 분기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 증권가가 예상하는 현대차와 기아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보다 모두 30% 상향 조정됐습니다.
보통 3분기가 자동차 회사들의 비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란 평가입니다.
<앵커>
외국인이 현대차와 기아를 매수하는 이유가 단지 환율 상승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차도 잘 팔리고 있다면서요.
<기자>
3분기 들어서 현대차의 공장 가동률이 반도체 대란 직전인 2019년 수준에 거의 근접했습니다.
올 4분기엔 가동률이 2019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기아 역시 지난달 생산 목표치의 97%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이 더 이상 차량 생산에 큰 장애물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는데요.
생산이 뒷받침되니 판매도 덩달아 늘고 있는데요.
특히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현대차의 동생 격인 기아의 판매 지표입니다.
지난달 현대차와 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각각 6.2%와 5.9%로, 두 회사의 점유율이 비슷해졌습니다.
SUV 차량인 기아 스포티지와 텔룰라이드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럽 시장에선 이미 기아가 현대차의 점유율을 앞지른 상태입니다.
<앵커>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데 그런 만큼 자동차 회사들 간의 경쟁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차 판매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있는데 현대차는 인센티브 많이 주지 않는다면서요.
<기자>
인센티브는 자동차 회사가 미국 현지 딜러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일종의 판매 장려금인데요.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차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회사는 인센티브를 많이 지불할수록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에 실적엔 부정적입니다.
2분기 기준으로 볼 때 현대차와 기아가 지급하는 인센티브는 1대당 600달러 수준이었는데요.
3분기 들어 인센티브가 가파르게 떨어져 현재는 대당 현대차가 400달러, 기아가 450달러의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센티브가 신차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로 역사적으로 낮은 구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인센티브가 적다는 건 그만큼 차 값을 덜 깎아주는데도 사는 사람이 많단 뜻인데요.
지난달 경쟁사인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의 인센티브가 대당 1천 달러를 훌쩍 넘은 것을 보면 현대차와 기아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런 인기 덕분에 현대차와 기아 모두 재고가 한 달이 채 안 되는 수준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는데요.
심지어 미국 내 인기 차종인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기아 텔룰라이드 재고는 7일에 불과합니다.
보통 자동차 회사의 적정 재고는 2~3개월 정도인데, 증권가에선 낮은 재고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환율 효과에 더해 생산량 회복에 따른 판매 증가, 인센티브 감소 삼박자가 외국인 매수세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환율 효과에 인센티브까지 아끼게 되면 미국의 보조금 악재를 대응하는 데도 수월하지 않습니까?
<기자>
환율 효과로 추가 이익이 기대되고, 인센티브 절감으로 비용을 줄인 만큼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자동차 값을 할인해 줄 여력이 생긴 겁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으로 미국 소비자는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 6를 구매할 때 최대 1천만 원의 돈을 더 내야 되는데요.
이로 인해 아이오닉 5의 가격(4만7,450달러, 약 6,500만 원)은 경쟁사 테슬라의 모델 3(4만6,990달러, 약 6,396만 원)보다 약 100만 원 비싸졌습니다.
때문에 아낀 비용을 전기차 할인 판매에 쓸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다는 분석입니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가 미국 정부로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일부 피해를 보전할 수 있게 되는 거고요.
또 인플레이션 법안 발효 시점인 지난달 18일 이전에 계약이 이뤄진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을 수 있거든요.
최근 전기차 출고가 1년 이상 지연될 정도로 대기자가 많지 않습니까.
현대차와 기아도 법안 시행 전 계약 물량이 많은 만큼 당장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앵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신재근 기자와 함께 했습니다. 신재근기자 jkluv@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