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6일(현지시간) 이임사에서 고대 로마 정치인 신시나투스를 언급한 건 고도의 정치적 수사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존슨 전 총리는 영국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관저 앞에서 이임사를 하며 자신을 기능이 다 한 부스터 로켓에 비유했다. 그는 “부드럽게 대기권에 다시 진입해서 태평양 외딴 곳으로 보이지 않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시나투스처럼 다시 쟁기를 들고 새 정부를 열렬히 지지하겠다”고도 말했다. 신시나투스는 로마가 위기에 빠졌을 때 잠시 권력을 잡았다가 사태가 진정된 뒤 스스로 권좌에서 내려온 인물로 알려져 있다. 쟁기를 든 신시나투스는 봉사정신과 겸손함을 지닌 정치인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그는 또 “동료 보수당원들에게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를 지지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싶다”고도 했다. 트러스 신임 총리는 존슨이 총리를 지내던 시절 끝까지 사임하지 않고 그의 곁을 지켰던 인물 중 하나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역사학자들은 신시나투스가 나중에 다시 권력자로 돌아왔다고 여긴다”며 “고전학을 전공한 존슨 전 총리가 이를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존슨 전 총리는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대에서 고전학을 수학했다. 영국 정계에서는 존슨 전 총리가 추후 총리직에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존슨 전 총리는 평의원직을 유지한다.

존슨 총리는 이날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알현하고 사임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