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CAR-T만으론 힘들어…CAR-MIL이 해결할 것"
박셀바이오가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 ‘VAX-NK’에 이은 차세대 후보물질로 공개한 ‘CAR-MIL(키메릭항원수용체 골수침윤림프구)’에 대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골수침윤림프구(MIL) 자체가 생소한데다, CAR-T(키메릭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에서 쓰는 CAR 유전자를 접목하는 시도가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아서다. 박셀바이오는 최근 연구중단을 발표한 수지상세포 기반 세포치료제 ‘VAX-DC’를 대신할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CAR-MIL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6일 화상 연결을 통해 만난 이제중 박셀바이오 대표(사진)는 “기존 치료제를 비롯해 새로운 CAR-T 요법 등으로 다발골수종을 정복할 수 있었다면, CAR-MIL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1~5차에 이르는 다양한 요법이 있음에도 해결되지 않는 미충족 수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CAR-MIL은 무엇인가

MIL과 비슷하면서도 보다 잘 알려진 것은 종양침윤림프구(TIL)다. TIL이란 이름처럼 종양에 침투한 면역세포를 뜻한다. 환자에게서 종양의 일부를 떼어낸 뒤 면역세포만 분리해 배양 후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종양에 몰려들어 침투했다는 것은 이 면역세포가 종양에서 발현된 다양한 암 항원을 인식했다는 뜻이 된다.

대개 1개 항원만 인식하는 CAR-T와 비교해 여러 종류의 암 항원을 공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에선 임상 2상을 마친 미국 신약벤처 아이오반스가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진행성 흑색종에 대한 신약허가(BLA)를 신청했다. 국내에선 네오젠TC가 TIL로 임상 1상을 준비하고 있다.

MIL은 골수에 침투한 면역세포다. 다발골수종(MM)은 골수에 발생하는 종양이므로, 여기서 발현된 다양한 암 항원을 인식해 몰려든 면역세포를 추출 및 배양한 뒤 환자에게 투여하는 치료요법이다. 이 대표는 “MIL은 TIL 대비 기억T세포(Memory T cell)의 비율이 높아 T세포의 활성이 오래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셀바이오는 MIL에 CAR를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이른 바 CAR-MIL이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TIL이나 MIL의 장점은 다양한 암 항원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CAR는 1개 항원에 대해서만 선택성을 보이는 수용체를 발현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CAR를 발현시키는 것이 다양한 항원에 대응할 수 있는 MIL이나 TIL의 장점을 헤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CAR를 발현시키는 까닭은 신호 도메인(signaling domain)을 삽입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항원수용체 없이 신호 도메인만 집어넣는 시도도 해봤지만 효용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CAR를 면역세포를 활성화시키는 ‘스위치’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CAR는 암 항원을 인식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신호 도메인을 통해 면역세포의 활성을 높이는 기능도 한다.

박셀바이오는 체외 환경(In vitro)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CAR-MIL의 우수성을 일부 확인했다. 환자에서 채취한 종양세포를 죽이는 세포독성 능력을 평가했는데, MIL과 비교해 CAR-MIL의 종양 살해 능력이 월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셀바이오는 이르면 연내 실험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임상 시험을 통해 CAR-MIL의 효력과 독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CAR-T 뛰어넘을 수 있을까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해서는 항암제 및 스테로이드를 함께 투약하는 3제요법부터 방사선 치료, 조혈모세포이식 등 다양한 방법이 쓰이고 있다. CAR-T 치료제도 다발골수종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지난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CAR-T ‘아베크마’가 다발골수종 치료를 위한 5차 요법으로 승인을 받았고, 올 2월엔 얀센의 ‘카빅티’도 5차 요법으로 승인을 받았다. 카빅티의 객관적반응률(ORR)은 98%, 완전관해(CR)율은 78%에 달했다. 박셀바이오의 CAR-MIL이 성공하기 위해선 이같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쳐야 한다.

CAR-MIL 연구의 선두주자는 MIL을 연구하던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들이 설립한 신약벤처 윈드밀 테라퓨틱스다. 윈드밀 테라퓨틱스의 공동 설립자인 킴벌리 누난 박사는 CAR-T와 CAR-MIL의 효능을 비교한 실험 결과를 2019년 학술지 ‘블러드’에 발표했다.

통상 CAR-T를 만드는 데 쓰는 말초혈액 유래 T세포로 만든 CAR-T와 CAR-MIL로 다발골수종 종양을 살해하는 효능을 실험실 환경(in vitro)에서 비교했다. 연구에 따르면 CAR-MIL이 CAR-T 대비 우수한 다발골수종 암세포 살해 능력을 보였다. 이 논문에서 연구진은 “CAR-MIL이 CAR의 항원특이성에 관계없이 우수한 종양세포살해 능력을 보였다”고 했다. 이는 MIL에 CAR를 붙여도 다양한 암 항원에 대응할 수 있다는 이 대표 주장의 근거가 된다.

누난 박사팀의 in vitro 연구만으로 CAR-MIL의 성공을 점치긴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상시험 정보사이트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따르면 MIL로 등록된 의뢰자 주도 임상(SIT)은 총 3건이며 자금 문제 등으로 모두 중단됐다. 다발골수종이 아닌 비소세포폐암 등을 적응증으로 하는 임상으로 3건 모두 윈드밀 테라퓨틱스가 진행했다. 관련 소식도 2020년 미국면역항암학회(SITC)에서 비소세포폐암 및 전립선암 환자로부터 채취한 골수에서 얻은 MIL로 암 항원에 대응하는 T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는 발표 이후 없다.

MIL이 아닌 CAR-MIL을 이용한 임상 연구는 클리니컬트라이얼즈에 등록된 것이 없다. 박셀바이오가 CAR-MIL로 임상에 진입할 경우, ‘퍼스트 무버’ 자리도 노려볼 수 있다.

윈드밀 테라퓨틱스는 비소세포폐암 등 다발골수종이 아닌 다른 암종을 적응증으로 임상을 진행하려다 중단했다. 이 대표는 “윈드밀 테라퓨틱스가 다발골수종 외에 다른 암을 대상으로 한 실험(in vitro)에서 MIL의 효능을 봤다곤 해도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셀바이오는 CAR-MIL로 다발골수종 치료에 우선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CAR-T가 다발골수종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암의 항원 회피 기전 때문에 의료 현장에선 재발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며 “다양한 항원에 대응하는 CAR-MIL이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일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VAX-NK 임상 2a상 예비 연구결과를 발표한 박셀바이오는 VAX-NK의 적응증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르면 연내 진행성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2a상을 신청한다는 목표다. 박셀바이오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했던 간동맥내화학요법(HAIC)이 아닌 다른 세포치료제 기업들이 통상 쓰는 정맥주사(IV)로 화학항암제 및 VAX-NK를 투입할 예정이다. VAX-NK를 HAIC이 아닌 IV로 투여해 진행하는 박셀바이오의 첫 임상이 될 전망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