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금리, 달러가 이렇게 높다면 "주식 상승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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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에서 장 초반 반등 시도가 실패하고 결국 내림세로 마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잭슨홀 연설 이후 일상적인 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사흘간의 노동절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복귀한 6일(미 동부 시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1~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름세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가를 압박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아침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한때 3.352%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6월 중순 만들었던 연고점 3.47%에 육박했습니다. 오후 3시 50분께 14.2bp나 급등한 3.341%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9.9bp 오른 3.501%를 기록했습니다. 금리 급등세는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러시아가 가스 공급 중단을 발표한 뒤 유럽 경제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5일 "노드르스트림1 가스관은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완전히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들어오던 보수 등 기술적 문제가 아닌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일반적인 유럽 가정의 에너지 요금이 내년 초 월 500유로로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작년 대비 200% 증가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럽 경제 전체적으로는 에너지요금이 즉 GDP의 15%에 달하는 2조 유로 만큼 더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유럽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급 계약을 맺을 때 기준으로 삼는 1년 선도 가스 및 전력 가격이 각각 13배 이상 인상된 탓입니다.
에너지 공급량이 모자라고, 가격이 치솟으면 유럽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워집니다. 번스타인은 러시아의 가스 흐름이 '제로'가 되는 시나리오에서 가스 수요는 총 23% 감소해야 하며 이는 일반 가정의 난방온도 1도 감소(가계 수요 7% 감소) 및 산업계 수요 30% 감소, 혹은 가계의 난방온도 2도 감소(14% 감소)와 산업 수요 22% 감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난방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공장들이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게 될 것이란 뜻입니다. 유럽의 가계는 이제 실소득의 20%를 에너지에만 써야 할 판입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의 정부는 치솟는 전기료, 가스값 등을 보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차기 총리는 일반적 영국 가정의 연간 에너지 요금을 1971파운드(2300달러) 이하로 상한을 두기로 했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3548파운드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이를 낮추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는 6개월간 400억 파운드, 18개월 동안 최대 1300억 파운드가 소요됩니다. 이는 1년간 영국 정부 예산의 8%에 육박합니다. 이렇게 큰돈을 쓰려면 국채를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5.7bp 올라 3.101%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이후 처음 3%를 넘겼습니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2.6%대에 거래가 됐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영국 국채 금리가 3%를 넘으면서 채권 손절매가 많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경제는 어려운데, 이번 주 목요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50bp 혹은 75bp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가격 앙등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은 75bp 인상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독일 등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10%가 넘는 상황인데, 아직도 기준금리는 0%인 탓입니다. 도이치뱅크는 "시장은 ECB가 올해 남은 기간 175bp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번 주 75bp 인상과 10월, 12월 각각 50bp 인상이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그룹은 "ECB는 러시아 가스 공급의 완전한 차단에 직면해 75bp 인상을 합의해야 하는 몹시 어려운 길에 처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뿐이 아닙니다. 오늘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더 많은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내일 정책회의를 갖습니다. 75bp 인상이 예상됩니다. 글로벌 금리 상승은 미국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도 계속해서 매파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를 올릴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의 75bp 인상 베팅은 74%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Fed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높고, 미국 경제는 Fed의 계속된 긴축에도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9로 집계됐습니다. 전월(56.7)보다 개선됐고 월가 예상(55.5)을 상회했습니다. 신규수주지수(59.9→60.9), 기업활동지수(56.7→60.9) 등은 60을 넘었고, 고용지수(49.1→50.2)는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습니다. 강력한 고용 성장을 나타낸 8월 고용보고서(신규 고용 31만5000개)에 이은 것입니다. PMI 발표가 나온 뒤 미국 금리는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착륙을 향한 진전'(Progress Toward a Soft Landing)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이 여전히 경로는 좁지만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착륙은 추세 이하의 성장, 노동시장의 재조정(채용공고의 급감+실업률의 적당한 상승), 인플레이션의 큰 폭 하락 등 세 가지로 이뤄지는 데 미 경제가 이런 방향을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 지표에서 뚜렷한 침체 가능성이 잡히는 곳은 주택밖에 없습니다) 곳곳에서 금리가 치솟자 미국의 회사채 발행량이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이번 주 19개 기업이 300억~4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찍습니다. 이는 작년 9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입니다. 블룸버그는 "21일 FOMC에 대한 큰 불확실성과 더 높은 비용(금리)이 발생할 가능성에 따라 긴급한 필요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지난 8월 1일 이후 60bp 이상 치솟았습니다. 뉴욕생명 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높은 금리에 채권 발행을 서두른다는 것은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지속해서 Fed의 양적 긴축(QT)에 대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을 덮고 있는 다른 종말론적 시나리오'(The Other Doomsday Scenario Looming Over Markets)라는 기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헤쳐나왔던 영국 펀드 러퍼LLP의 알렉스 르나드 투자 책임자가 "큰 걱정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Fed가 양적 완화(QE)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보유 자산의 40%를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Fed의 자산 감축이 시장 유동성의 유동성을 빨아들여 시장이 갑자기 하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솟는 금리에 주요 지수는 오후 내내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다우는 0.55%, S&P500 지수는 0.41% 내렸고 나스닥은 0.74%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7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886.75까지 밀려 한때 39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소폭 만회해 3908.19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3900선은 지난 4개월 동안 상당한 거래량이 몰려 있는 구간이어서 무너진다면 더 큰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BTIG)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해설가는 "금리가 이렇게 높다면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라는 글에서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금리가 3% 이상일 때 많은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8월 중순 금리가 3%를 넘으면서 S&P500 지수도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아주 단단한 상관관계는 아니지만 불안한 성장, 거침없는 Fed와 함께 높은 금리는 다른 모든 자산의 가치를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만 문제가 아닙니다. 환율도 금융시장 전반에 스트레스를 높이고 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오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10을 넘었습니다. 2002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달러는 모든 통화에 대해 기록적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로화는 1달러당 0.98유로까지 하락해 패리티 밑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달러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달러당 142엔까지 올라 1998년 8월 이래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44달러까지 내렸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Fed만큼 매파적이지 않으며,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Fed만큼 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세계적 합의, 즉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ING는 "이러한 합의가 생기려면 Fed가 통화 정책 완화를 시작해야 하고, 그런 유턴은 올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ING는 "더 큰 위험은 아마도 달러가 더 앞으로 강해지는 것"이라며 "유로·달러의 경우 지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5%가량 추가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무라는 유로화가 달러 대비 10% 더 하락한 1달러당 0.9유로까지 떨어지고, 중국 위안화도 지금보다 4% 이상 절하되어 1달러당 7.2위안 이상까지 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JP모건은 지난주 "1998년 최고치인 1달러당 147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달러가 계속 올라간다면 미국 기업은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S&P500 기업은 더 그렇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는 보고서에서 상반기 첫 번째 단계의 하락장은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이 원인이었다면, 두 번째 단계의 하락장은 기업 이익의 감소가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모델은 S&P500 기업에 대해 모두 빨간색으로 깜박이고 있다. 우리는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하락이 끝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요컨대 두 번째 하락장은 상반기 첫 번째 하락장보다 더 차가울 것이다. 이번 가을에 날씨가 쌀쌀해지면 성장도 냉각될 것이므로 (섣불리 주식을 사는) 실수를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S&P500 기업에 대한 이익 기대치를 △2022년 $220←$225 △2023년 $212←$236 △2024년 $226←$23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2023년 이익을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7.6% 증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윌슨은 "비용 압박이 계속되고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데 월가의 2023년 마진 기대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지속적이고 높은 임금 비용과 더 올리기 어려운 소비자 가격 책정의 조합이 최근 거시경제 데이터에 분명히 드러났으며 이는 커다란 마진 압력을 나타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스닥은 7일 연속 내렸습니다. 단기 과매도로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반등할 수는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산톨리 주식 해설가는 현 상황에 대해 몇 가지를 조언했습니다.
▶시장은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시는 명백한 하락 추세다. S&P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깨는 데 실패한 뒤 내림세를 보인다. Fed는 경기 둔화를 목표로 긴축하고 있으며 뭔가 깨질 때까지 계속할 수 있다. 유럽은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를 향하고 있다. 9월은 계절적으로 악명이 높다. 만약 QT가 정말 큰 위협(대부분 관련 없다고 본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이달 가속화됐다.
▶다음 주 소비자물가(CPI) 발표는 Fed 인사들의 블랙아웃(침묵) 기간에 나올 것이므로 시장은 9월 FOMC가 50bp 혹은 75bp 어디로 기울어지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그것이 마지막 대규모 인상이고 아마도 금리 인상의 일시 정지가 눈앞에 있다는 느낌과 함께 주식에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향후 몇 개월 동안 이익 추정치가 크게 하락하여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괜찮은 매출 추세와 안정적 이익을 내는 대형기술주로 인해 지수가 예고 없이 붕괴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은 잘해야 중립적이며(시가총액 상위 5개 기술주를 빼면 향후 12개월 이익 추정 기반 15배) 이런 밸류에이션도 기업 이익 추정이 유지되는 경우에만 지켜질 수 있다.
▶S&P500 지수가 6월 저점(3666)을 다시 깨고 내려갈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들의 목표치는 3300~3500 주위에 모여 있다. 6월 저점에 가까워지면 2020년 9월 2일 대선 직전 최고점인 3580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다만 나쁜 약세장이라도 궁극의 저점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 이건 전술적으로 마지막 대폭락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1~0.4% 수준의 상승세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오름세는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금리가 치솟으면서 주가를 압박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아침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한때 3.352%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 6월 중순 만들었던 연고점 3.47%에 육박했습니다. 오후 3시 50분께 14.2bp나 급등한 3.341%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9.9bp 오른 3.501%를 기록했습니다. 금리 급등세는 유럽에서 시작됐습니다. 지난주 러시아가 가스 공급 중단을 발표한 뒤 유럽 경제는 요동치고 있습니다.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5일 "노드르스트림1 가스관은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 완전히 재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동안 들어오던 보수 등 기술적 문제가 아닌 속내를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일반적인 유럽 가정의 에너지 요금이 내년 초 월 500유로로 정점에 달할 것이라며, 이는 작년 대비 200% 증가를 의미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유럽 경제 전체적으로는 에너지요금이 즉 GDP의 15%에 달하는 2조 유로 만큼 더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2020년 1월 이후, 유럽에서 새로운 에너지 공급 계약을 맺을 때 기준으로 삼는 1년 선도 가스 및 전력 가격이 각각 13배 이상 인상된 탓입니다.
에너지 공급량이 모자라고, 가격이 치솟으면 유럽 경제는 제대로 돌아가기 어려워집니다. 번스타인은 러시아의 가스 흐름이 '제로'가 되는 시나리오에서 가스 수요는 총 23% 감소해야 하며 이는 일반 가정의 난방온도 1도 감소(가계 수요 7% 감소) 및 산업계 수요 30% 감소, 혹은 가계의 난방온도 2도 감소(14% 감소)와 산업 수요 22% 감소를 의미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난방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고, 공장들이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게 될 것이란 뜻입니다. 유럽의 가계는 이제 실소득의 20%를 에너지에만 써야 할 판입니다. 이에 따라 유럽 각국의 정부는 치솟는 전기료, 가스값 등을 보조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영국의 리즈 트러스 차기 총리는 일반적 영국 가정의 연간 에너지 요금을 1971파운드(2300달러) 이하로 상한을 두기로 했습니다. 가만히 놔두면 3548파운드가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이를 낮추려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여기에는 6개월간 400억 파운드, 18개월 동안 최대 1300억 파운드가 소요됩니다. 이는 1년간 영국 정부 예산의 8%에 육박합니다. 이렇게 큰돈을 쓰려면 국채를 찍을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15.7bp 올라 3.101%를 기록했습니다. 2014년 이후 처음 3%를 넘겼습니다. 지난 8월 말까지만 해도 2.6%대에 거래가 됐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영국 국채 금리가 3%를 넘으면서 채권 손절매가 많이 발생했다는 얘기가 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경제는 어려운데, 이번 주 목요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50bp 혹은 75bp 올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에너지 가격 앙등으로 치솟은 물가를 잡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시장은 75bp 인상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독일 등 주요국 인플레이션이 10%가 넘는 상황인데, 아직도 기준금리는 0%인 탓입니다. 도이치뱅크는 "시장은 ECB가 올해 남은 기간 175bp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이번 주 75bp 인상과 10월, 12월 각각 50bp 인상이 예상된다"라고 밝혔습니다. 씨티그룹은 "ECB는 러시아 가스 공급의 완전한 차단에 직면해 75bp 인상을 합의해야 하는 몹시 어려운 길에 처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럽뿐이 아닙니다. 오늘 호주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 인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더 많은 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내일 정책회의를 갖습니다. 75bp 인상이 예상됩니다. 글로벌 금리 상승은 미국 채권시장에 영향을 줬습니다. 게다가 미국 중앙은행(Fed)도 계속해서 매파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75bp를 올릴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 워치 시장에서의 75bp 인상 베팅은 74%로 상승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Fed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높고, 미국 경제는 Fed의 계속된 긴축에도 잘 버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전 10시 발표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6.9로 집계됐습니다. 전월(56.7)보다 개선됐고 월가 예상(55.5)을 상회했습니다. 신규수주지수(59.9→60.9), 기업활동지수(56.7→60.9) 등은 60을 넘었고, 고용지수(49.1→50.2)는 확장 국면으로 전환했습니다. 강력한 고용 성장을 나타낸 8월 고용보고서(신규 고용 31만5000개)에 이은 것입니다. PMI 발표가 나온 뒤 미국 금리는 상승세를 가속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얀 헤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착륙을 향한 진전'(Progress Toward a Soft Landing)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이 여전히 경로는 좁지만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착륙은 추세 이하의 성장, 노동시장의 재조정(채용공고의 급감+실업률의 적당한 상승), 인플레이션의 큰 폭 하락 등 세 가지로 이뤄지는 데 미 경제가 이런 방향을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경제 지표에서 뚜렷한 침체 가능성이 잡히는 곳은 주택밖에 없습니다) 곳곳에서 금리가 치솟자 미국의 회사채 발행량이 덩달아 늘고 있습니다. 이번 주 19개 기업이 300억~40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찍습니다. 이는 작년 9월 이후 12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입니다. 블룸버그는 "21일 FOMC에 대한 큰 불확실성과 더 높은 비용(금리)이 발생할 가능성에 따라 긴급한 필요성이 커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이일드 채권 금리는 지난 8월 1일 이후 60bp 이상 치솟았습니다. 뉴욕생명 자산운용의 윤제성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기업들이 이처럼 높은 금리에 채권 발행을 서두른다는 것은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불안한 신호"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지속해서 Fed의 양적 긴축(QT)에 대한 불안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을 덮고 있는 다른 종말론적 시나리오'(The Other Doomsday Scenario Looming Over Markets)라는 기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와 팬데믹을 성공적으로 헤쳐나왔던 영국 펀드 러퍼LLP의 알렉스 르나드 투자 책임자가 "큰 걱정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Fed가 양적 완화(QE)를 철회하는 것”이라며 보유 자산의 40%를 현금과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Fed의 자산 감축이 시장 유동성의 유동성을 빨아들여 시장이 갑자기 하락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치솟는 금리에 주요 지수는 오후 내내 마이너스권에 머물렀습니다. 결국, 다우는 0.55%, S&P500 지수는 0.41% 내렸고 나스닥은 0.74% 떨어졌습니다. 나스닥은 2016년 이후 처음으로 7일 연속 하락했습니다. S&P500 지수는 3886.75까지 밀려 한때 390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지만, 소폭 만회해 3908.19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3900선은 지난 4개월 동안 상당한 거래량이 몰려 있는 구간이어서 무너진다면 더 큰 하락이 발생할 수 있다(BTIG)고 분석되고 있습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해설가는 "금리가 이렇게 높다면 주가가 많이 오를 것으로 기대하지 말라"라는 글에서 "주가는 지난 10년 동안 금리가 3% 이상일 때 많은 진전을 이뤄내지 못했다. 지난 8월 중순 금리가 3%를 넘으면서 S&P500 지수도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아주 단단한 상관관계는 아니지만 불안한 성장, 거침없는 Fed와 함께 높은 금리는 다른 모든 자산의 가치를 억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만 문제가 아닙니다. 환율도 금융시장 전반에 스트레스를 높이고 있습니다. ICE 달러인덱스는 오늘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110을 넘었습니다. 2002년 6월 이후 처음입니다. 달러는 모든 통화에 대해 기록적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로화는 1달러당 0.98유로까지 하락해 패리티 밑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달러는 일본 엔화에 대해서는 1달러당 142엔까지 올라 1998년 8월 이래 2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영국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44달러까지 내렸습니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중앙은행들도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Fed만큼 매파적이지 않으며,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Fed만큼 올릴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달러가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일부에서는 달러 강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세계적 합의, 즉 1985년 플라자 합의 같은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ING는 "이러한 합의가 생기려면 Fed가 통화 정책 완화를 시작해야 하고, 그런 유턴은 올해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ING는 "더 큰 위험은 아마도 달러가 더 앞으로 강해지는 것"이라며 "유로·달러의 경우 지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5%가량 추가 상승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노무라는 유로화가 달러 대비 10% 더 하락한 1달러당 0.9유로까지 떨어지고, 중국 위안화도 지금보다 4% 이상 절하되어 1달러당 7.2위안 이상까지 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JP모건은 지난주 "1998년 최고치인 1달러당 147엔까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금리가 계속 높아지고, 달러가 계속 올라간다면 미국 기업은 타격을 받을 것입니다. 특히 글로벌 매출 비중이 높은 S&P500 기업은 더 그렇습니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 CIO는 보고서에서 상반기 첫 번째 단계의 하락장은 금리 상승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이 원인이었다면, 두 번째 단계의 하락장은 기업 이익의 감소가 원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우리의 모델은 S&P500 기업에 대해 모두 빨간색으로 깜박이고 있다. 우리는 주당순이익(EPS) 추정치 하락이 끝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요컨대 두 번째 하락장은 상반기 첫 번째 하락장보다 더 차가울 것이다. 이번 가을에 날씨가 쌀쌀해지면 성장도 냉각될 것이므로 (섣불리 주식을 사는) 실수를 하지 말라"라고 조언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S&P500 기업에 대한 이익 기대치를 △2022년 $220←$225 △2023년 $212←$236 △2024년 $226←$237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2023년 이익을 전년 대비 3% 감소할 것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이는 월가 컨센서스인 7.6% 증가와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윌슨은 "비용 압박이 계속되고 수요가 둔화하고 있는데 월가의 2023년 마진 기대치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며 "지속적이고 높은 임금 비용과 더 올리기 어려운 소비자 가격 책정의 조합이 최근 거시경제 데이터에 분명히 드러났으며 이는 커다란 마진 압력을 나타낸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스닥은 7일 연속 내렸습니다. 단기 과매도로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반등할 수는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지금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산톨리 주식 해설가는 현 상황에 대해 몇 가지를 조언했습니다.
▶시장은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증시는 명백한 하락 추세다. S&P500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을 깨는 데 실패한 뒤 내림세를 보인다. Fed는 경기 둔화를 목표로 긴축하고 있으며 뭔가 깨질 때까지 계속할 수 있다. 유럽은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를 향하고 있다. 9월은 계절적으로 악명이 높다. 만약 QT가 정말 큰 위협(대부분 관련 없다고 본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이달 가속화됐다.
▶다음 주 소비자물가(CPI) 발표는 Fed 인사들의 블랙아웃(침묵) 기간에 나올 것이므로 시장은 9월 FOMC가 50bp 혹은 75bp 어디로 기울어지는지 잘 판단해야 한다. 나는 여전히 그것이 마지막 대규모 인상이고 아마도 금리 인상의 일시 정지가 눈앞에 있다는 느낌과 함께 주식에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건스탠리의 마이크 윌슨은 향후 몇 개월 동안 이익 추정치가 크게 하락하여 주가가 다시 하락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것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근의 괜찮은 매출 추세와 안정적 이익을 내는 대형기술주로 인해 지수가 예고 없이 붕괴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은 잘해야 중립적이며(시가총액 상위 5개 기술주를 빼면 향후 12개월 이익 추정 기반 15배) 이런 밸류에이션도 기업 이익 추정이 유지되는 경우에만 지켜질 수 있다.
▶S&P500 지수가 6월 저점(3666)을 다시 깨고 내려갈 것으로 보는 비관론자들의 목표치는 3300~3500 주위에 모여 있다. 6월 저점에 가까워지면 2020년 9월 2일 대선 직전 최고점인 3580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다만 나쁜 약세장이라도 궁극의 저점에서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기억할 가치가 있다. 이건 전술적으로 마지막 대폭락의 타이밍을 잡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