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하루 새 5% 넘게 급락하며 1만9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두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리가 치솟고 달러가 20년 만에 최고치로 급등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암호화폐 시장도 함께 무너졌다.

7일 암호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게코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5.7% 하락한 1만8798달러에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6월30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지난 일주일 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코인게코
지난 일주일 간 비트코인 가격 추이. /코인게코
이달중 '이더리움 2.0' 업그레이드(머지)를 앞둔 이더리움도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더리움은 24시간 전보다 6.1% 내린 1539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은 전날 이더리움 머지의 1단계인 '벨라트릭스 하드포크'를 성공적으로 완료하며 급등했지만 하루도 못 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의 매파적 연설 이후 전 세계 자산시장과 함께 급락했던 비트코인은 그동안 2만 달러 선 안팎에서 불안한 줄타기를 이어왔다. 하지만 유럽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번 흔들리자 코인 시장도 버티지 못했다.

6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에선 다우존스와 S&P500, 나스닥 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이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에 미 국채 금리가 치솟고, 달러 인덱스가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며 위험자산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다. 달러 인덱스는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수다. 원·달러 환율도 이날 개장하자마자 1380원을 뚫고 급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금리·달러 급등세가 계속되면 기업 실적에도 타격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Fed의 양적 긴축(QT)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소다. 대표 위험자산으로 자리잡은 암호화폐 시장에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24시간 전보다 4.1% 쪼그라들어 9860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다음 저점이 1만5000달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는 "비트코인이 최근의 가격 추세선을 급격히 뚫고 내려가면서 1만50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달러 가치 급등으로 '일단 현금을 쌓아두자'는 수요가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