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공포에…'여름 깜짝 랠리' 고스란히 반납한 산업금속 [원자재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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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니켈 등 주요 산업금속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가 여름 깜짝 랠리를 고스란히 반납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중국의 제조업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다.
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 GSCI 산업금속지수는 8월 중순 이후 이날까지 9% 가량 떨어지며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감이 고조됐었던 7월 저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S&P GSCI는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금속의 현물가를 추종하는 지수다. 올해 초 기준으로는 17% 하락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찍었던 연고점에 비해서는 25% 넘게 밀려났다.
S&P GSCI의 하락세를 부추기는 대표 원자재는 구리다.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의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t당 7650달러 수준으로 일주일여 만에 6% 가까이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가격도 t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t당 160달러를 넘겼던 올해 최고점에 비해 40%에 달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베어링스의 클라이브 버스토우 자원 부문 책임자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퍼져 있다"면서 "시장의 논쟁은 과연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인가 여부가 아니라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유럽향(向) 가스 차단 여파로 최근 유럽의 가스 가격은 널뛰기를 거듭했다. 지난 5일엔 장중 17% 폭등했다.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 구매력에 영향을 받는다. 컨설팅회사 CRU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피터 길치크는 "소비자 측면에서의 수요 급랭이 금속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전망도 산업금속 가격에 하방 압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를 기록했다. 두 달째 경기 위축세를 이어갔다. 중국 정부는 고강도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엔 제조업 설비가 밀집해 있는 청두와 남부 기술허브인 선전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달러도 산업금속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속을 비롯한 주요 상품은 대개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에선 원자재 구입 시 가격 부담이 커져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긴축(금리 인상) 드라이브로 인해 최근 20년래 최고치 수준을 찍고 있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 선에 근접할 만큼 가치가 떨어졌다. BMO의 원자재 리서치 담당 이사인 콜린 해밀턴은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원자재 수입 물가를 더 비싸게 만들면서 수요 급랭과 원자재 시장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 전망이 암울해짐에 따라 향후 2분기 동안 금속 가격 전망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공급 제한 우려로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이유로 산업금속 생산시설이 폐쇄되면서 공급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델은 공장 한 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철강 제조사인 아르셀로미탈도 독일 소재 2개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CRU의 길치크 애널리스트는 "산업금속에 대한 대규모 투매는 끝을 보인 것 같다"면서도 "공급 리스크와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 GSCI 산업금속지수는 8월 중순 이후 이날까지 9% 가량 떨어지며 글로벌 경기침체 위기감이 고조됐었던 7월 저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S&P GSCI는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금속의 현물가를 추종하는 지수다. 올해 초 기준으로는 17% 하락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찍었던 연고점에 비해서는 25% 넘게 밀려났다.
S&P GSCI의 하락세를 부추기는 대표 원자재는 구리다.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는 별명을 가진 구리의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에서 t당 7650달러 수준으로 일주일여 만에 6% 가까이 내렸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철광석 가격도 t당 1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t당 160달러를 넘겼던 올해 최고점에 비해 40%에 달하는 하락폭을 기록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 세계 에너지 가격 급등이 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베어링스의 클라이브 버스토우 자원 부문 책임자는 "지금의 에너지 위기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퍼져 있다"면서 "시장의 논쟁은 과연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인가 여부가 아니라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유럽향(向) 가스 차단 여파로 최근 유럽의 가스 가격은 널뛰기를 거듭했다. 지난 5일엔 장중 17% 폭등했다. 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산업계와 소비자 모두 구매력에 영향을 받는다. 컨설팅회사 CRU의 원자재 애널리스트 피터 길치크는 "소비자 측면에서의 수요 급랭이 금속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기둔화 전망도 산업금속 가격에 하방 압력을 부채질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중국의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4를 기록했다. 두 달째 경기 위축세를 이어갔다. 중국 정부는 고강도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고 있다. 지난주엔 제조업 설비가 밀집해 있는 청두와 남부 기술허브인 선전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봉쇄 조치가 내려졌다. 2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달러도 산업금속 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금속을 비롯한 주요 상품은 대개 달러로 거래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를 쓰지 않는 나라에선 원자재 구입 시 가격 부담이 커져 수요를 줄일 수밖에 없다. 글로벌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산정하는 달러지수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 긴축(금리 인상) 드라이브로 인해 최근 20년래 최고치 수준을 찍고 있다.
반면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 선에 근접할 만큼 가치가 떨어졌다. BMO의 원자재 리서치 담당 이사인 콜린 해밀턴은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의 약세가 원자재 수입 물가를 더 비싸게 만들면서 수요 급랭과 원자재 시장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최근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경기 전망이 암울해짐에 따라 향후 2분기 동안 금속 가격 전망을 하향조정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공급 제한 우려로 하락폭이 제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에서는 에너지 가격 급등을 이유로 산업금속 생산시설이 폐쇄되면서 공급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네덜란드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델은 공장 한 곳의 운영을 중단했다. 세계 최대 철강 제조사인 아르셀로미탈도 독일 소재 2개 공장의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CRU의 길치크 애널리스트는 "산업금속에 대한 대규모 투매는 끝을 보인 것 같다"면서도 "공급 리스크와 경기 침체 전망에 따른 수요 둔화가 맞물리면서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