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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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인플레이션(inflation)’ 공포가 번지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통화량의 증가로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 경제는 급속한 환율과 물가상승, 무역적자 지속, 부동산시장의 위축과 함게 경기 침체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3년간 급등한 집값과 유가 및 주가 등을 고려할 때, 체감 물가는 기관에서 발표되고 있는 수치보다 훨씬 높습니다. 인플레이션의 위험은 물가가 소득보다 더 빨리 상승해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입니다.

인플레이션이 만연하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 소유 자산이 거의 없는 서민들이나, 봉급생활자들은 실질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를 가져와 생활 수준이 하락합니다. 인플레이션 발생을 막기 위해, 연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것도, 금리인상을 통해 돈의 가치를 높여 부동산과 주식의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입니다.

인플레이션 발생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신자유주의의 퇴조로 인한 생산비용의 상승입니다. 지난 30년간 신자유주의에 바탕 한 국제분업으로, 중국 등지로부터 값싼 상품의 공급은 물가를 지속해서 안정시켜왔으나, 신자유주의가 빈익빈 부익부를 가중하는 요인으로 지목됨으로써 퇴출당하고 있어,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인플레의 촉발시킨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무분별한 과잉유동성 공급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중앙은행(Fed·연준)이 코로나 극복을 위해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리는 바람에 부동산과 주식이 폭등했습니다. 시중에 풀린 돈이 실물경제로 선(善)순환되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 등에 과잉투자 됨으로써 심한 자산 버블이 발생했습니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에너지와 곡물 가격에 악영향을 끼쳐 유가 상승과 곡물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트리거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미·중 경제 전쟁은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 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과정에서, 자원의 무기화 및 안보동맹을 통한 경제의 블록화, 생산원가의 상승을 불러와, 인플레 유발의 중요 요인의 하나입니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금리의 급속한 인상은 부채를 안고 집을 구입한 저소득자나 자영업자들은 부동산 하락과 높은 이자 때문에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특히, 급한 마음에 부동산이나 주식 그리고 ‘가상화폐’ 등에 투자를 한 ‘영끌족’들의 고통은 피해 갈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금리인상으로 늘어난 이자 부담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켜, 경기침체로 연결될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이를 거론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사회 분위기입니다. 경기침체를 피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은 없다는 것이 솔직한 대답일 것입니다.

정부는 경기침체로 발생하는 실업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대책을 시급히 세워야 합니다. 물가상승과 금리인상에 따르는 이자 부담의 증가는 사회 전반적으로 치명적인 독(毒)임이 틀림없습니다.

인플레와 경기 위축은 올해보다 내년이 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정부나 언론기관들은 현재의 경제적 상황을 솔직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눈앞의 어려움을 모면하기 위해 사실을 감추거나 거짓을 말해서는, 난관을 극복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정부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기관은 기득권을 감싸거나 보호하는데 자원과 시간을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재벌이나 부자, 노동조합, 언론기관 등 기득권들은 어려움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의 핵심 문제점의 하나는 비기득권층을 위한 정책이나 배려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국가적 위기를 실질적으로 해결 하는데 한 축을 맡고 있는 여야(與野) 정당조차도,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고, 이미 기득권화되어 개인의 이익과 집단이기주의에 빠져 있어, 그들에게 전혀 기대를 걸 수 없습니다.

국제 원(부)자재의 가격상승은 생산자 물가상승을 불러오고, 경직된 노동시장은 노동비용을 증가시켜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는 주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특히, 이미 기득권으로 변한 노동단체에 대한 획기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 정의 실현과 경제의 지속 성장과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우리 경제는 성장의 둔화, 급속한 물가 상승, 대중 무역적자의 지속, 환율의 급등, 무역적자의 지속 등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호들갑을 떨지만, 이러한 사태는 지난 정권의 무분별한 경제정책의 실패 때문, 오래전부터 예견되어 온 일입니다. 우리 경제는 경제불황 속에서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에 빠져들고 있어,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대비책이 시급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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