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송면 이재민들, 배수펌프장 구조적 문제 방치한 당국 대처에 격앙
"천재지변 아닌 분명한 인재"…포항 태풍 이재민들 분통
"해마다 비만 오면 물난리가 나고 이번처럼 큰 피해 만 28년간 세 번째다".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대송면 다목적복지회관에서 만난 50대 주부는 태풍 '힌남노'보다 당국에 대한 원망이 컸다.

복지회관 인근에 산다는 그는 "약 30년째 살면서 방안까지 물이 들어찬 것이 여러 번이지만 당국에 아무리 문제 해결을 요구해도 딱히 뭘 조치해 주는 게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송면 토박이인 김일천(56)씨는 "천재지변이 아닌 분명한 인재"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송면 일대가 지대가 낮은 것도 있지만 배수 펌프장이 역할을 다 못하는 게 이번 피해를 키웠다"면서 "펌프장의 구조적 문제로 비가 조금만 많아도 제 역할을 못 하는데 그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당국에 수년 전부터 얘기했지만, 반영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펌프장 문제만 해결했어도 이번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태풍 이재민 대피소로인 복지회관에서는 이재민들의 격앙된 목소리가 끓이지 않았다.

오전 9시께 대송면 피해복구를 위해 해병대 장병 300여 명이 회관 앞마당에 집결하자 장병들 지원을 나온 공무원과 이재민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재민들은 "우리 동네는 왜 군 장병 지원을 못 받느냐 도대체 누가 그렇게 결정한 것이냐", "양수기는 언제 지원 오냐", "청소할 물도 없다.

수도시설 정상화는 언제 되냐"며 공무원들에게 따졌다.

격앙된 분위기를 진정시키려 책임자급의 한 공무원이 "마을 이장을 통해 불편 사항을 접수하시면 해결하겠다"고 하자 한 40대 주부는 "이장이 전화기가 꺼져 있어 연락이 안 되는데 도대체 누구에게 연락하라는 거냐"며 되려 더 쏟아 붙였다.
"천재지변 아닌 분명한 인재"…포항 태풍 이재민들 분통
대송면에서는 이번 태풍으로 26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포항시에서 집계한 이재민 수가 총 761명인 만큼 대송면 주민이 가장 많다.

주민들의 피해는 크지만, 대피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였다.

복지회관 입구에는 강한 물살에 떠밀린 차량 100여대가 서로 뒤엉켜 진입이 쉽지 않았다.

대피소 내부는 빼곡히 들어찬 40여 개 텐트와 6개의 화장실은 이재민들을 감당하기에는 벅차 보였으며 이 탓에 대피소 입구 바닥이나 건물 밖에서 식사하거나 쉬는 이재민이 많았다.

마땅한 자리가 없어 대피소 내 의자에 몸을 뉜 80대 어르신은 "지금 몸에 걸친 게 가지고 나온 전부다.

지병이 있어 늘 먹던 약이 있는데 챙겨오지도 못하고 지금 구할 곳도 없다"며 긴 한숨만 이어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