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내년 1월까지 '다시, 연결: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 전시
세계사적 관점서 본 '질병과의 사투'…"협력·연대가 위기 극복의 힘"
콜레라·스페인독감·코로나19…인류와 함께해온 팬데믹(종합)
모자를 쓴 신사가 차에 올라타려 하자 누군가 손을 들어 제지한다.

다른 사람과 달리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19 상황 같지만 사람들의 옷차림도, 그가 타려 한 교통수단도 어딘가 낯설다.

흑백으로 된 사진이 촬영된 시기는 1918년. 지금으로부터 104년 전 스페인독감이 휩쓸 때다.

흑사병, 콜레라, 스페인독감, 코로나19 등 인류를 위협한 감염병의 역사를 돌아보는 자리가 마련된다.

수많은 감염병에 맞서 인류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개관 1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 '다시, 연결: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를 이달 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고 7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세계사적 시각에서 다룬다.

콜레라·스페인독감·코로나19…인류와 함께해온 팬데믹(종합)
코로나19를 비롯해 인류가 경험해 온 주요 감염병 이야기를 사진, 기록물, 영상 콘텐츠 등 총 150점의 자료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인류의 역사 속에 감염병이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보여주는 영상을 먼저 마주한다.

영상은 사람들이 농경과 정착 생활을 하면서 생활이 안정됐지만, 병원균이 여러 명에게 퍼지는 집단감염 또한 가능해졌다고 설명하며 인류와 감염병의 무한한 '싸움'을 조명한다.

전시 첫 번째 부분인 '교류가 가져온 번영과 질병'에서는 근대 이후 교통수단이 발달하면서 국제 교역망을 따라 풍토병이 다른 대륙으로 전파하며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특히 1883년 프리드리히 그레츠가 그린 삽화는 당시 사람들이 느낀 공포를 엿볼 수 있다.

배의 앞부분에는 해골 같은 모습의 형체가 앉아 있는데 세계 최초의 소독약인 '석탄산'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이 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으려 한다.

외지에서 온 사람 즉, 이민자들에 의한 콜레라 유입과 공포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다.

콜레라·스페인독감·코로나19…인류와 함께해온 팬데믹(종합)
2부 '돌아온 감염병의 시대'에서는 20세기 이후 의학의 발달을 엿볼 수 있다.

특히 1976년 나온 '아기수첩'과 1979년 '육아수첩'을 비교하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1977년 마지막 천연두 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에는 접종 기록을 쓰는 칸 자체가 없어졌다.

그러나 조류독감, 니파바이러스감염증 등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인류가 세운 '방역 울타리'를 넘어선 새로운 감염병은 끊임없이 나타난다고 전시는 상기시킨다.

전시는 단순히 감염병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3부 '다시, 연결'에서는 국경 폐쇄, 지역 봉쇄, 불평등한 백신 공급, 감염자 차별 등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드러난 우리 사회의 취약한 모습을 신문 기사와 스티로폼 조각 등으로 보여준다.

전시 말미에는 5m 높이의 상호작용(인터렉티브)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어 '모두가 안전해질 때까지는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와 함께 팬데믹 극복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을 전한다.

남희숙 관장은 "팬데믹을 세계사적 관점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한 전시"라며 "전 세계인이 협력과 연대의 끈을 이어가야 팬데믹 위기를 함께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콜레라·스페인독감·코로나19…인류와 함께해온 팬데믹(종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