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가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총리와 재무·외무·내무장관 등 4대 요직에 백인 남성을 기용하지 않았다. 부총리도 여성이 맡았다.

트러스 총리는 6일(현지시간) 취임 연설을 마친 뒤 관례대로 관저로 장관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인사를 통보했다. 예상대로 측근과 선거 때 자신을 지지한 인사들로 내각 요직을 채웠다.

보리스 존슨 전임 총리 내각에서 산업부 장관을 지낸 쿼지 콰텡은 재무장관으로 새로 기용돼 에너지 위기 대응을 주도한다. 역사상 첫 흑인 재무장관이 된 콰텡은 부모가 1960년대에 가나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이민 2세대다. 케임브리지대를 졸업하고 금융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영국은 빚을 더 낼 여력이 충분하지만 재정을 책임감 있게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무장관으로는 트러스 총리의 뒤를 이어 제임스 클리벌리가 임명됐다. 군복무 경력이 있는 그는 외무부에서 중동·북아프리카 및 유럽·북미 담당 차관을 지냈다. 콰텡 재무장관과 마찬가지로 첫 흑인 외무장관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의 어머니는 시에라리온 출신이다.

내무장관에는 당대표 경선에 나섰던 수엘라 브레이버먼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부모가 케냐와 모리셔스 출신이다. 영국 내무장관은 이민정책을 이끄는 직책이다.

전임자인 프리타 파텔(우간다-인도 이민자 출신)에 이어 연속으로 소수 인종 출신이 내무장관에 올랐다. 트러스 총리의 오랜 정치적 동지인 테리즈 코피는 부총리 겸 보건복지부 장관을 맡는다.

리시 수낵 전 재무장관의 측근인 도미닉 라브 법무부 장관, 그랜트 섑스 교통부 장관 등은 모두 새 내각에서 빠졌다. 수낵 전 장관은 경선 막판까지 트러스 총리의 최대 경쟁자로 서로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우크라이나 사태 대응으로 호평을 받은 벤 월리스 국방부 장관은 유일하게 유임됐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