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미국, 유럽 증시에 대한 월가 비관론이 짙어지고 있다. 올겨울 악화할 가능성이 큰 에너지 공급난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이로 인한 미국 등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현재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선진국 증시 전반에 ‘비중 축소’ 의견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연내 미국 S&P500지수가 23%, 유럽 증시의 주가가 15%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블랙록, 선진국 주식 ‘비중 축소’

블랙록 "선진국 주식 비중 줄여라"…모건스탠리 "S&P, 23% 추가 하락"
블랙록은 6일(현지시간) 선진국 시장의 주식 전반에 비중 축소 의견을 제시했다. 블랙록은 “거시 전망 악화 탓에 올해 단기적으로 이들 시장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며 “저점에 주식을 매수하는 ‘바이 더 딥’ 전략도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가에 경기 침체 위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S&P500지수는 연초 4796.56포인트였다가 지난 6월 24% 떨어진 3666.77까지 하락했다. 최근 반등해 6일 3908.19를 기록했다.

비관론의 배경으로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꼽았다. 블랙록은 “Fed가 인플레이션과 성장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며 “금리 인상이 계속되는 동안 수요 곡선이 파괴되고 최소 300만 명의 실업자가 추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ed가 목표로 하는 물가상승률 목표치(2%대)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인상이 이어지더라도 미국 물가상승률이 3% 밑으로 내려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블랙록은 “Fed는 긴축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깎이면 결국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때까진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더 자주 조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 들어 낙폭이 컸던 기술주, 탈탄소주 등의 주가는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동력이 충분하다는 판단에서다.

모건스탠리 “유럽 증시 15% 추가 하락”

미국 대형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마이클 윌슨 모건스탠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6일 “올 4분기 약세장이 저점에 도달할 것”이라며 “S&P500지수는 3400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내 심각한 경기 침체에 진입하면 이 지수가 3000까지도 밀릴 것으로 봤다. 6일보다 23%, 연초(1월 3일)보다 37% 낮은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기업 실적 전망도 현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이 올 하반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을 앞다퉈 낮추게 되면 주가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더라도 미국 기업 전반의 매출이 3%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주가도 15%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모건스탠리는 전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공급난이 유럽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유럽 증시의 주요 지수인 MSCI 유럽 지수는 6일 139.14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 1월 연중 최고치(163.88)보다 15% 낮다.

그레이엄 섹커 모건스탠리 유럽 주식 전략가는 “MSCI 유럽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현재 11.5배 수준에서 10배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유럽 각국이 소비자·기업 지원책을 내놓으면 주가가 일시적으로 오를 수 있지만 결국엔 하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