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그릭요거트 하이브리드(유인+무인) 점포인 ‘그릭데이고(go)’ 풍경. 사진=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그릭요거트 하이브리드(유인+무인) 점포인 ‘그릭데이고(go)’ 풍경. 사진=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상품을 담은 바구니만 계산대에 올려 놓으세요. 계산은 자동으로 진행됩니다.”
지난달 말 방문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위치한 그릭요거트 하이브리드(유인+무인) 점포인 ‘그릭데이고(go)’. 식품 기반 바이오테크 기업 ‘스위트바이오’가 전자태그 셀프계산(RFID SCO) 기술을 적용한 매장이다. 전자가격표시기(ESL)가 부착된 진열대에서 상품을 담아 계산대에 올리면 전체 구매품을 자동으로 인식해 빠르게 결제할 수 있다.

낮에는 인력이 상주하면서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시간까지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다.

스위트바이오 측은 "외식업계 최초로 전자태그 셀프계산 기술을 적용했다. 무인 운영을 위해 고난도 IT 기술을 다수 도입했다"고 소개했다.

매장을 들어설 때부터 여러 첨단 기술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개인 신용카드를 매장 문 옆에 달린 카드 리더기에 인식하면 문이 열리고 입장할 수 있다. 무인매장이라 각종 범죄나 고장 등의 불편을 예방하기 위해 ‘신원 인증’을 거친 후 매장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2000원대부터 8000원대까지 그릭요거트 제품들은 물론 과일 카프레제, 과일산도 등 디저트, 우삼겹 소바 등 한끼 식사 대용 식품 등 다양한 상품이 매대에 늘어서 있다. 장바구니를 들고 그 안을 채운 다음 매장 한 가운데 설치된 계산대에 올려놓기만 하면 결제가 가능하다. 전자태그 셀프계산 기술 덕분에 바코드를 일일이 찍지 않아도 상품들이 모두 스캔되기 때문이다. 이 기술은 반도체 칩이 내장된 태그, 라벨 등의 저장된 데이터를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비접촉으로 읽어낸다. 고세형 스위트바이오 프로젝트 총괄팀장은 “고난도의 특수 레이더 기술을 적용했다”고 말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그릭데이고처럼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무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건비 지출을 줄이면서도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무인매장을 어색하지 않게 여기는 이들이 늘었다. 다양한 기술을 통해 식품 신선도와 품질을 유지하고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구매 경험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새벽 영업이 많은 편의점 점포에서도 무인화 전환이 빠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24시간 무인편의점은 2020년 52곳에서 현재 120곳으로 2년여 사이 2배로 증가했다. 밤에만 무인으로 운영되는 ‘하이브리드 점포’도 이 기간 430여 곳에서 2630여 곳으로 6배 이상으로 늘었다. 셀프 주유소는 5월 말 기준 전체 4969곳으로 2020년(4174곳)보다 19% 증가했다. 이 밖에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밀키트, 반찬가게 등 다양한 종류의 무인점포가 증가하는 추세다.

밤낮 없이 매장 출입부터 상품 구매, 배달까지 모든 서비스를 완전 비대면으로 제공하는 배스킨라빈스 플로우도 유사한 사례다. 지난해 경기 성남시 수정구에 무인매장 플로우 1호점을 론칭한데 이어 올해 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2호점을 열었다. 식품업체 풀무원도 무인판매 플랫폼인 출출박스를 통해 신선식품과 냉장·냉동 도시락, 간편식 등을 파는 매장을 운영 중이다. 풀무원에 따르면 2019년 출출박스 론칭 이후 3년간 연평균 약 350%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스위트바이오의 그릭데이고 역시 연말까지 무인매장 두 곳을 추가로 낼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중인 열 개 '그릭데이' 매장도 일부 무인화를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그릭데이 고는 무인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이고 가맹점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무인매장 가맹점의 성공 모델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