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한경DB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지난달 서울에서 사상 처음으로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강남의 한 재건축 공사 현장. 한경DB
지난달 서울에서 입주권·분양권 거래가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월간 입주·분양권 거래가 전무한 것은 처음이다. 입주 날짜가 어느 정도 확정된 서울 재개발·재건축 입주권과 분양권은 부동산 시장에서 유망 투자처로 꼽히지만 최근엔 아예 거래가 끊기다시피 했다. 전문가들은 “입주권·분양권 전매 규정이 여전히 강력한 상황에서 부동산 시장 한파까지 겹친 여파”라고 설명했다.

○“제값 못 받는다” 매도자도 안 내놔

"완전 씨가 말랐다"…서울 분양권 거래 0건 '역대급 사태'
7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분양권·입주권 전매는 0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4건이 거래됐다. 분양권·입주권 거래가 한 달에 한 번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6년 후 이번이 처음이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총 거래 건수는 52건으로 전년 동기(210건) 대비 75%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7월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한 개포프레지던스자이 전용면적 59㎡ 입주권이 20억3000만원에 팔린 것이 마지막 거래다.

입주권은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으로 지어지는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 권리다. 입주권을 사면 조합원 자격이 승계된다. 분양권은 청약 당첨자가 획득한 입주 권리다. 입주·분양권은 입주 날짜가 정해져 있어 투자 안정성이 높지만, 원 분양가에 프리미엄(p)이 얼마나 붙느냐에 따라 수익성이 판가름 난다.

서초구 방배5구역을 재건축하는 ‘디에이치방배’는 84㎡ 입주권에 프리미엄 15억원이 붙여 25억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김종래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서초구 지회장은 “올 들어 입주권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프리미엄은 미래 가치를 반영한 것인데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매수 희망자들은 입주 시점에 프리미엄 이상의 가치를 얻기 어렵다고 보고, 조합원들은 현 시장 상황에서는 제값 받고 딱지(입주권)를 넘기기 어렵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력한 전매제한도 거래절벽 부추겨

입주권·분양권의 강력한 전매제한 제도도 거래절벽의 원인으로 꼽힌다. 김예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부동산 시장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서울 대부분 구역이 여전히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어 입주권 거래절벽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투기과열지구의 재건축은 조합 설립 인가 전, 재개발은 관리처분 인가 전까지만 조합원 권리를 양도할 수 있다. 이후 구매한 입주권은 무효가 되며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현금청산을 당한다. 청약 당첨자의 분양권 역시 당첨 직후부터 소유권 등기 후 5년까지 전매가 금지된다. 김 변호사는 “투기과열지구에서 분양권의 전매금지 기간 동안 거래하게 되면 매수, 매도자, 중개인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고 했다.

투기과열지구 지정으로 거래가 묶이면서 거래량은 매년 감소 추세다. 서울의 입주권·분양권 거래량은 2018년 1493건, 2019년 945건, 2020년 480건, 2021년 158건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분양권 전매 규제와 실거주 의무 기준을 강화하면서 세금은 중과해 거래를 눌렀다. 올 들어서는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이 직격탄이 되고 있다.

입주권·분양권의 거래절벽은 전체 매매 거래 시장에도 여파를 미치는 분위기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421건으로 전년 동월(4064건)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시장 상황에 맞게 거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서울 입주권과 분양권은 거래하고 싶어도 막아놓은 규제가 너무 많다”며 “지금처럼 부동산 시장이 크게 위축된 현실을 반영해 입주권만이라도 조합원 재산권 보장 차원에서 거래 제한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