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의 호모파덴스] 자기주도 성장전략 '프로 직장인' 만든다
기업들의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 시즌이 시작됐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서울대에서도 새 학기 개강과 함께 캠퍼스에서 대면으로 채용설명회가 열렸다.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등을 포함한 국내 주요 기업도 인재 확보를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수많은 아마추어가 그간 갈고닦은 기량을 뽐내며 프로 무대로 진출하기 위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기 위해 치열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 대졸 신입 채용을 앞두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신규 채용에서 수시채용을 활용하겠다는 기업은 62%, 수시채용만 하겠다는 기업은 19.8%였다. 공채 비중은 38%밖에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올 들어 많은 기업이 공채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공개채용으로 신입 직원을 뽑는 비율은 더욱 감소할 전망이다.

과거에는 채용 시즌에 정기 공채로 선발된 기수별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기업 주도의 인재 육성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제는 ‘수시채용, 경력직 채용’ 확대로 임직원 개개인의 자기주도적 성장 전략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각자 흥미를 갖고 있는 분야더라도 아마추어 수준에서 탈피해 맡은 바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나만의 프로세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러자면 나만의 강점을 기반으로 해 흥미를 몰입으로, 지시를 기회로, 활동을 성과로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엔데믹 전환 및 대퇴사 시기에 경제 리스크가 높고, 다양성의 심화로 변덕스럽고 불확실하고 복잡하며 모호함이 난무하는 이른바 ‘뷰카(VUCA) 시대’를 맞이하는 시점에서 나만의 프로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경력 개발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치열한 취업 경쟁을 뚫고 입사한 스펙 좋은 신입사원 중 막상 부서 배치 이후 맡게 된 업무들이 그간의 취업 노력에 비하면 자괴감이 드는 수준이라고 불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어차피 입사 초기의 신입사원은 성과 창출의 단계라기보다는 육성 단계에 가깝다. 학교가 돈을 내고 배우며 성장하는 곳이라면, 기업은 돈을 받고 배우며 성장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사원들의 조기 퇴사율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기업들은 대졸 신입 채용보다는 경력 채용을 선호하게 되고, 신입 채용을 하더라도 최소 1~2년이라도 조직 생활을 경험한 중고 신입을 선호하게 됐다.

기업들이 새로 선발한 인력을 연수원에서 집체 교육 방식의 신입 교육을 통해 조직 핵심 가치를 전파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에는 숙박 교육 없이 메타버스 등을 활용한 비대면 연수 방식 등으로 신입 조기 전력화를 도모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한 조직 안에 공존하는 임직원일지라도 각자가 입사 후 체험한 경험에 따라 업무에 임하는 온도차가 커지고, 조직 내에서 나만의 프로세계를 바라보는 관점도 세대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직장에 다니는 성인뿐만 아니라 학교에 다니는 학령기 어린이들에게도 나타나고 있어 사회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그 후유증으로 등교를 거부하거나 또래 친구들과의 단체 생활에 곤란을 겪는 경우가 늘었다. 기존 재직자뿐만 아니라 코로나 시기에 맞물려 최근 3년 동안 입사한 구성원들도 회사 업무에 몰입하며 동반 성장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급기야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맥락을 같이 한다.

학교를 갓 졸업하고 신입을 꿈꾸든, 기존 직무에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변화를 꿈꾸든 우리가 쌓은 기존의 크고 작은 경험들은 새로운 꿈의 무대로 들어가는 순간 새로운 잣대로 평가받게 마련이다. 그럴수록 내 꿈과 나의 일상을 연결 지어 의미를 부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오늘이다. 끊임없이 나만의 흥미를 찾아 몰입하고, 리더의 지시를 성장 기회로 삼으며, 일상의 활동 속에 개인과 조직의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만이 나만의 프로세계에서 내일의 꿈을 펼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