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차지연 "송화의 마지막 무대…담백하게 떠나보낼 것"
“뮤지컬은 제게 ‘산소호흡기’ 같아요. 배우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존재를 이어가게 해주는 절대적 존재랄까요.”

뮤지컬 ‘서편제’에서 ‘송화’를 연기하는 배우 차지연(사진)은 “무대에 오르기 전에 극도의 긴장감이 드는데 그럴 때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차지연은 뮤지컬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는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앙상블로 데뷔해 드라마와 영화에까지 진출했다. 하지만 마음의 고향이 뮤지컬이라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그는 12년 전 처음으로 송화 배역으로 무대에 섰다. 송화는 진정한 소리꾼의 길을 좇는 아버지에 의해 앞을 못 보게 되는 캐릭터다. 한 많은 송화 역할이 이번으로 다섯 번째다. 스물아홉 살에 시작해 어느덧 마흔한 살이 됐다. 그러는 동안 ‘한국 뮤지컬의 간판’이라는 수식어도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

수많은 대작 뮤지컬의 주역을 담당한 차지연이지만 ‘송화’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그는 어린 시절 고수 무형문화재인 외조부를 따라 북을 배우면서 국악을 했다. 차지연은 “사실 국악을 했던 기억이 그다지 행복하거나 즐겁지 않았다”며 “하지만 ‘송화’를 연기하면서 국악으로 아팠던 시간을 날려버리고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참 고마운 캐릭터”라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서 차지연은 이전보다 담백한 연기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그는 “이전까지 연기한 송화는 희생이란 키워드에 중점을 뒀다”며 “이번에는 제 개인적인 삶의 색깔을 덜어내고 ‘송화’ 그대로, 좀 더 단단해지고 담백하게 연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서편제’는 이번이 마지막 시즌이다. 이청준이 지은 동명의 원작 소설 저작권 사용 기간이 끝나면서다. 마지막으로 ‘송화’를 연기하는 소감을 묻자 차지연은 “매회 공연마다 죽을 힘을 다해 연기하고 있다”며 “‘서편제’는 볼거리가 화려한 작품은 아니지만, 관객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먹먹함을 선사했으면 한다”고 답했다.

차지연은 “먹고 살기 위해서 시작한 뮤지컬이지만 뮤지컬로 받은 사랑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을 것”이라며 “적은 출연료라도 좋은 메시지를 주는 작품이라면 규모가 작은 창작 뮤지컬을 포함해 언제든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편제’는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 BBCH홀에서 다음달 23일까지 이어진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