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소득 4개월 연속 마이너스
7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달러당 144엔대까지 하락했다.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140.5엔이던 엔화 가치가 하루 만에 4엔 가까이 하락하며 141~143엔 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이날 발표한 8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예상을 웃돈 영향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경기 활황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가 더 빠르게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일본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오를수록 두 나라의 금리차는 커지고 엔화를 팔려는 수요가 늘게 된다. 엔화 가치는 1개월 새 10엔 떨어졌다.
신흥국 통화 대비 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올 들어 태국 바트화에 대한 엔화 가치는 10% 하락했다. 인도 루피와 브라질 헤알화에 대해서도 각각 14%와 32% 떨어졌다.
기록적인 엔저(低)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겨 일본인들의 생활 수준을 떨어뜨리고 있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실질 소득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7월 근로자 1인당 현금 급여 총액은 37만7809엔(약 36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1.3% 감소했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개월 연속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돈 탓이다. 사이토 다로 닛세이기초연구소 경제조사부장은 아사히신문에 “물가가 계속 오르고 있어 실질 임금이 당분간 2% 전후의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엔저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우에노 쓰요시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가치가 1998년 기록한 달러당 147엔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