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평택시 고덕동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경기 평택시 고덕동에 있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사업 초격차 달성을 위한 전초기지를 조성하겠다.”

삼성전자가 2014년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인 평택캠퍼스 건설을 결정하면서 밝힌 목표다. 삼성의 목표는 8년 만에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는 7일 매머드급 반도체 생산시설인 평택캠퍼스 3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이 회사의 반도체 경쟁력이 한 단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첨단 제조 역량 모았다

삼성전자는 경기 평택캠퍼스에 연면적 99만1736㎡ 규모로 지은 3라인을 이날 처음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지난 7월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웨이퍼를 투입한 데 이어 본격적인 가동을 알린 것이다. 이날 방문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3라인 입구에선 웨이퍼(반도체 원재료)를 실은 트럭이 꾸준히 드나들었다. 본격 가동을 시작하면서 낸드플래시 생산에 분주한 분위기였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사장은 “평택캠퍼스 3라인은 미래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핵심 역할의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가동 초기에는 첨단 낸드플래시 생산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2002년 세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뒤 20년간 수성해왔다. 평택 3라인을 가동해 낸드플래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D램과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경쟁력까지 두루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3라인에 극자외선(EUV) 공정 기반 D램과 5나노 이하 파운드리 공정 등 첨단 생산시설을 확대할 계획이다. 평택 3라인을 완전히 구축하는 데는 30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경 사장은 “대만 TSMC 등 경쟁사의 주요 고객을 어떻게든 모셔 올 것”이라며 “내년 말께엔 삼성 파운드리의 입지가 확 달라져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라인을 포함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는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산기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올 5월 방문해 한·미 반도체 협력을 논의한 곳이기도 하다. 부지 규모가 축구장 400개를 합친 289만㎡에 달한다.

평택캠퍼스 곳곳에서는 텅 빈 부지에 언제든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기초공사가 한창이었다.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반도체 공장을 세 곳 더 지어 6개 생산시설을 구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평택 4라인의 구체적인 착공 시기와 생산 제품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버튼만 누르면’ 곧장 진행될 정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 "30조원 새 반도체 기지, 초격차 굳힌다"

“업황 반등은 아직…M&A 검토”

당분간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소비 위축이 심화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그런데도 글로벌 반도체업체들은 역발상 투자로 다음 호황기를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부터 5년간 15조원을 들여 충북 청주에 반도체공장 M15X를 짓는다고 지난 6일 발표했다. 미국 마이크론은 최근 15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하는 신규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 TSMC는 올해 400억~440억달러(약 55조~60조원)의 설비 투자를 예고했다.

경 사장은 “내년에도 업황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당장은 사업이 어렵지만, 꾸준히 투자하며 호황기를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술 투자 측면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경 사장은 “기술이 한 세대 이상 확실히 앞서 있으면 기본 가격을 10% 이상 높게 받을 수 있다”며 “경쟁사와 가격 차이를 20% 이상 벌리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마이크론이나 SK하이닉스가 5년, 10년 전에 비해 기술 격차를 좁힌 게 사실”이라며 “격차를 벌리기 위해 연구개발(R&D), 신규 투자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 사장은 “매출 1등이 아니라 질적인 1등을 달성하는 방안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킬 방법으로 M&A도 검토할 수 있다”며 “어디인지 밝힐 수는 없지만, 우선순위를 정해 M&A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평택=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