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둥과 벽면 곳곳에 손가락과 물 떼 자국…카시트·인형 등 수면 위에
[태풍 힌남노] 포항 지하 주차장에 선명히 남은 긴박한 순간들
7일 언론에 공개된 경북 포항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 현장은 말 그대로 참혹했다.

이날 오후 4시 30분께 경북소방본부 관계자 6명의 인솔에 따라 차량용 출입구를 20여m 내려가자, 차디찬 진흙탕 물이 몸에 닿는 동시에 매캐한 자동차 오일 냄새가 진동했다.

내부 수위는 성인 여성 골반 아래 높이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물 위에는 신발, 인형, 화장품, 물티슈가 둥둥 떠 있었다.

간혹 차량 보닛 위에서 마주하게 되는 차량용 물품과 차 안에 나뒹구는 카시트는 이곳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했다.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제일 처음 마주하게 되는 흰 벽면에는 검은 글씨로 '천천히 미끄럼 주의'라고 적혀 있었다.

하얀 벽면에는 구조 당국이 배수하며 수면이 내려갈 때마다, 층층이 낀 물 때로 줄무늬가 형성됐다.

이 벽면 바로 대각선 방향인 'ㄱ'자 부근에서 첫 번째 생존자와 71세 남성, 65세·54세 여성 사망자 3명이 발견됐다.

그 너머 뒤편에서는 52세·22세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태풍 힌남노] 포항 지하 주차장에 선명히 남은 긴박한 순간들
지하 주차장 천장 많은 곳에는 약 5㎝ 깊이로 보이는 우물천장이 있었다.

그 경계에도 차오른 수위를 가늠케 하는 '물 때 줄무늬'가 남았다.

생존자들은 이 줄무늬 경계선을 기준으로 그 위에 남은 공기로 숨을 쉬며 살아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지하 주차장 공간 대부분은 수면 위로 떠 올랐다가 배수 이후 내려앉은 자동차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곳곳에 자동차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옆으로 쓰러진 오토바이도 종종 발견됐다.

지하 주차장에는 차량 72대, 오토바이 20여 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자동차 유리는 대부분 구조 활동으로 깨져 있었다.

취재진을 인솔한 이종호 포항 남부소방서 119 구조구급센터 소방장은 "혹시 모를 구조 요청자를 찾기 위해 트렁크를 다 열었고, 자동차 하부를 일일이 수색했다"면서 "이들이 차량 아래에 남아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태풍 힌남노] 포항 지하 주차장에 선명히 남은 긴박한 순간들
'ㄷ'자 모양을 두 번 꺾어 지나자 두 번째 생존자인 50대 여성이 누워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상부 '패널'이 등장했다.

이 여성은 발견 당시 상부 패널에 누워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구조 당국은 이 여성이 주차장 입구에 있는 소방용 빨간색 스프링클러 위에서 발견됐다고 수정 발표하기도 해 혼선을 빚었다.

그 옆에 있는 한 자동차 보닛에는 구조대가 벗어둔 장화가 붙어있는 바지가 있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수색 도중 발에 걸릴 수도 있어 심리적 압박감에 벗기도 한다"고 전했다.

일부 기둥 벽면 위편에는 손가락 자국이 선명한 진흙 손 때가 남아 있기도 했다.

누구의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긴박한 순간을 가늠케 했다.

[태풍 힌남노] 포항 지하 주차장에 선명히 남은 긴박한 순간들
소방당국은 일부 바닥이 갯벌 상태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바닥은 비교적 양호한 상태였다.

현재 수위 기준 완전히 배수 하는 데는, 앞으로도 수일이 걸릴 것으로 소방당국은 내다봤다.

경찰 등 합동 감식은 이후 가능하다고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