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인터뷰

美 증시 투자전략, 현금 넘치는 종목 노려라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위험…새내기주도 피해야
과도한 경기 침체 우려…금융주 등 실적주 주목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
"미국 경기에 대한 시장 우려가 과도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장 폭이 줄어드는 거지, 둔화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미국 증시에서 현금 흐름이 좋거나 JP모간 체이스 등과 같은 금융주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쿠팡처럼 아직 실적이 나오지 않는 새내기주는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안석훈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 팀장(사진)은 최근 미국 증시가 출렁이자 서학개미들의 투자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실적이 양호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을 해야 한다고 판단에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현금성 자산이 많은 종목이나 과도한 경기 침체 우려로 바닥을 형성한 금융주를 노려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경기만 놓고 보면 경기 침체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과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의 고용이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미 노동부는 8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31만5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의 예상치(31만8000명 증가)보다 소폭 낮으나 월가 예상에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다.

안 팀장은 요즘 같은 미국 주식시장에선 공격적인 투자보단 방어적인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강조한다. 지수를 추종하는 레버리지나 인버스 같은 상품이 아닌, 실적이 양호한 실적주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종목별 대응에서도 테마주보단 현금 유동성이 좋은 종목을 골라내야 한다고 말한다. 요동치는 미국 증시에서 알짜 종목을 골라내는 방법에 대해서 들어봤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종목 장세가 뚜렷해지는 상황입니다. 최근 주식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2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향후 실적 전망치에 따라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반화된 모습이죠.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2분기 증시 반등세를 이끌었는데, 이는 김칫국을 너무 많이 들이킨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는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른 방어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변동성이 커진 미국 증시에서 어떤 투자전략이 통할까요? 나아가 추천 업종이나 종목은 어떤 게 있나요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방어적 전략이 적절할 것으로 봅니다. 실적과 가이던스가 양호한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애플과 알파벳, 월마트, 맥도날드 등이 있습니다. 변동성 최소화 전략으로 투자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아이셰어스 에지 MSCI 저변동성 미국 ETF'(USMV)와 '인베스코 S&P 저변동성 ETF'(SPLV)가 대표적인 변동성 방어용 상품이죠. 우선 USMV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전 종목을 대상으로 최소 분산 포트폴리오 구성 방법론에 따라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선정해 추종합니다. SPLV는 S&P500 기업 중 가장 변동성이 낮은 100개 종목을 선정해 따라가죠."

▷테슬라에 대한 서학개미들의 러브콜이 여전합니다. 테슬라 전망은 어떻게 보나요

"저는 테슬라가 장기 투자를 위한 좋은 사례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실적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2020년에 이어 올해에도 주식분할을 실시했죠. 특히 세미, 싸이버 트럭 등 출시 예정 제품의 성장세도 견고할 것으로 봅니다. 테슬라를 투자할 때는 전기차 밸류에이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도로에서 수집되는 차량 운행에 관한 빅데이터도 투자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같은 변동장에선 어떤 종목을 담아야 할까요

"최근 중소형 지수인 러셀2000의 움직임이 나스닥과 S&P500 등에 비해 양호한 상황입니다.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큰 종목 중 실적과 가이던스가 양호한 종목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방법이죠. 업종으론 에너지(유가, 천연가스)와 신재생에너지(태양광) 쪽을 유망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나아가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흔들리지 않는 종목을 추천합니다. 보통 현금흐름이 좋은 종목이 해당됩니다. 현금성 자산이 많다는 것은 외부 조달 없이 자체 현금으로도 영업활동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지죠."

▷반대로 미국 증시에서 투자를 피해야 하는 업종이나 종목은 무엇이 있나요

"스팩(SPAC)을 비롯해 신규상장 종목에 대한 투자는 서두르지 말고 시간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미국 새내기주들은 한국 주식시장과 달리 기존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을 주로 평가해 상장 여부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상장 종목이라고 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해서는 안됩니다. 더군다나 쿠팡처럼 공모가 대비 주가가 많이 빠졌지만 실적이 나오지 않는 종목은 피하는 게 상책입니다. 쿠팡의 경우 초기 핵심 투자자인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비전펀드의 보호예수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비전펀드 입장에선 지금 주식을 팔아도 이득인 상황이죠."

▷미국 경기가 대내외 악재로 경기 침체를 넘어 기업들의 디폴트 사태까지 올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미국 경기만 보면 침체에 대한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봅니다. 미국 경제지표는 점차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다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전쟁 등으로 유럽 경기가 둔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 미국 증시 주요 지수들의 하방은 열려있다고 봅니다. 단 주식시장은 예측보다는 대응의 영역이라고 봅니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의 실적과 가이던스 그리고 재무제표를 챙겨야 합니다. 특히 경기 침체에 접어들 경우 기업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현금흐름을 평소에 잘 살펴야 낭패를 볼 확률을 줄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서학개미들은 지수를 추종하는 ETF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어떤 점을 조심해야 할까요

"레버리지나 인버스 ETF는 가급적 투자를 삼가하길 바랍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증시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당일 수익을 실현하지 않을 경우 일정 기간 이후 기대하는 수익률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원금에서 마이너스(-)10% 하락한 이후 원금이 회복되려면 플러스(+)10%가 아닌, 최소 +11% 초과 상승해야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땐 미국 채권 관련 ETF는 추천합니다.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선 채권은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죠. 채권 관련 상품에 투자할 경우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 중 어느 쪽을 주목해야 할까요

"글로벌 주식시장의 50%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에 여전히 주목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전 세계 주식시장의 1%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했을 때 50배 큰 미국 주식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한민국 대표 우량주로 '삼성전자'를 뽑는다면, 미국 증시에는 '삼성전자'와 같은 종목이 50개 이상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9월 미국 증시에서 주요 이벤트는 뭐가 있나요

"9월 FOMC를 앞두고 오는 13일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인플레이션 피크아웃을 기대하는 시장과 Fed에게는 주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 결과에 따라 시장에선 미 Fed의 공격적인 긴축 우려가 축소되거나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미국 증시 전망이 궁금합니다.

"여전히 어려운 시장입니다. 변동성 최소화 상품과 함께 미 국채에 투자하는 상품을 활용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도 지금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격적인 투자자라면 은행 등 금융주에 다시 한번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은행의 경우 경기가 어려워지면 충당금을 쌓아놓는데, 다시 환입하게 되면 수익은 크게 늘어나기 때문이죠. JP모간 체이스 등과 같이 충당금으로 실적은 안 좋게 나오는데,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흐름이 개선되는 금융주를 추천합니다."

류은혁 한경닷컴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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