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은 통일연구원 평화연구실 연구위원은 8일 발표한 '미중경쟁과 글로벌 진영화 속에서 한국의 외교전략' 제하의 보고서에서 "현재의 진영화를 추동하는 미중경쟁이 악화일로로 내닫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미중경쟁에 치중하면서 경제 불평등, 정치 양극화, 인종·이민·젠더문제 등 산재한 국내문제가 소홀히 다뤄진다는 국내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미국 내 반중감정 심화가 아시아인 혐오라는 인종 문제로 이어지는 딜레마에 봉착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의 대외정책 측면에서도 "자유와 관용을 핵심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 연대를 추진하는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갈등과 경쟁을 주도하는 것이 글로벌 리더십과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모두 현재 경쟁의 최종목표가 모호한 상황에서 "제한된 국가자원을 무한정 쏟아붓기 어렵다"면서 "제로섬 게임이 되지 않도록 경쟁의 정도와 완급을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국은 "미중경쟁을 심화 일변도로 단정하고 특정 국가와의 관계 구상에 집중하기보다 실리에 기반한 외교원칙을 수립해야 한다"며 다양한 지역과 글로벌 협의체에 참여해 두터운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미관계의 경우도 "한미동맹의 역할과 지위를 미국의 인도 태평양 전략과 연계해 아시아 지역의 포괄적 안보동맹으로 확대해야 한다"면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질수록 미국이 북핵문제를 한반도를 넘어선 역내 문제로 인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