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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한국 주식 역대급으로 싸다...가치투자 외국인 돌아오기 시작"
"시멘트·방산株 중 싼 종목 선호…방산 이외 태조이방원엔 회의적"


"저도 요즘은 투자하는 게 무섭고 가끔은 허무하기도 합니다. 충분히 빠졌다고 생각했는데 더 빠지니까요. 그렇지만 모두가 두려워하는 이때야 말로 씨를 뿌릴 때입니다. 어려운 시기에도 돈을 벌 수 있는 종목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켓PRO]"'그때 살걸' 나중에 후회할 정도로 싼 주식 널렸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달러 강세, 물가 급등…. 한국 증시가 '3고(高)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운용업에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시장이라고 고개를 저을 정도다. 하지만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사진)는 "지금은 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한경 마켓PRO는 김 대표와 만나 투자전략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올해는 작년에 비해 펀드 수익률이 부진한 것 같습니다. 시장 대응은 어떻게 하십니까?
"올해는 한 업종도 빠짐없이 악재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유동성이 축소되니 시장이 돌아가며 희생양을 찾는 것처럼 보입니다. 실적이 좋은데도 주가가 내리는 걸 보면 허무할 정도입니다. 다만 올해 물가가 오른다고 생각해서 일찍이 판가 전가가 가능한 종목들에 초점을 맞춰놨고, 금리 오를 것을 감안해 밸류에이션이 비싼 종목들은 미리 덜어냈습니다. 따라서 절대 수익률은 부진해도 시장 대비 아웃퍼폼은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개인은 시장을 떠나가고, 기관의 매수 여력도 떨어진 시기에 외국인 수급마저 우호적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달러화 기준으로 보면 한국 주식의 밸류에이션은 역대급으로 싼 수준입니다. 제가 파악하기로는 최근 바텀업 플레이를 선호하는 가치투자 계열의 외국인들이 한국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IMF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랑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강달러로 수급을 걱정하는 목소리들도 있겠지만, 다른 한쪽에선 그만큼 환율효과를 보는 상장사도 있다는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장에 계속 남아있어야 할까요?
"저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번 씨를 뿌리는 시기라고 봅니다. 이렇게 싼 밸류에이션에 주식을 살 기회는 흔히 오지 않습니다. 시장 자체는 단기에 큰 폭으로 반등하지 않겠지만, 어려운 시장에 잘 대처해 나가는 회사를 지금 싼 값에 사두면 높은 수익률을 돌려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바닥이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는 나중에 돌아봤을 때 지금이 발목에서 무릎 어디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중에 지금을 돌아보면 '그 때 살 걸' 하고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모든 상황이 부정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만큼 안 좋지 않다는 것만 보여줘도 주가가 예민하게 반응하며 오를 수 있습니다. 과매도 된 종목에 집중하되 기대치를 낮춰잡고 투자 시계열을 길게 보고 있습니다."

▷어떤 업종이 유망하다고 보시나요?
"예전엔 업종 단위로 언급을 많이 했었는데 올해는 개별 종목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어려운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실적도 제각기 다르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투자가 어려워졌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컴플라이언스가 있어 개별종목은 언급하지 못하지만, 방산주와 시멘트 업종 내에서 주목받고 있진 않지만, 밸류에이션이 싼 종목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견조한 매출과 성장, 절대적으로 싼 밸류에이션의 종목을 주목합니다."

▷시멘트와 방산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멘트 회사의 경우 이미 가격 전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빗물 터널이나 GTX 등 대형공사가 속도를 내는 것도 호재입니다. 방산주의 경우 분단 이후 방산에 꾸준히 투자했던 한국이 본격적으로 해외 진출을 노려볼 수 있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방산 밸류체인 자체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해 단순히 자주포나 탱크를 넘어, 포탄 수출 확대까지 고려해 투자 중입니다."

▷태·조·이·방·원(태양광·조선·이차전지·방산·원전)이 주식시장의 테마로 떠올랐습니다. 언급하신 방산 외 나머지 업종에 대해선 어떻게 보시나요?
"저는 태조이방원 테마 자체가 주력 수출업체가 쉬어가는 상황에서 시장이 비주력 시류나마 만들어 보려는 움직임이 아닌가 보고 있습니다. 태양광의 경우 에너지 독립 기대감은 인정하나 대부분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고, 원전은 기대감이 실현되기까지 너무 많이 기다려야 합니다. 조선과 이차전지 업종도 2~3년 후 이익까지 다 끌어온 밸류에이션이라 회의적으로 봅니다."

▷시장을 떠나가려는 투자자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요?
"우선 지금은 시장을 떠날 때가 아니라고 다시 한번 말하고 싶습니다. 단 시장을 떠나지 않기 위해서는 주식을 '기업이 발행한 복권'이라고 보지 않고 '기업의 소유권'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복권이라고 생각하면 기업의 실체가 의미가 없으니 가상자산 투자하듯 수급만 신경 쓰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기업은 꾸준히 돈을 벌고, 부동산도 갖고 있고, 가진 돈으로 배당도 준다는 것을 상기해야 합니다. 저 역시 최근 투자가 힘들 때면 투자 중인 회사의 사업보고서를 다시 한번 들여다봅니다. 펀더멘털이 튼튼하고 열심히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시장의 오해로 돈을 잘 버는 기업도 주가가 당분간 지지부진할 수 있으나, 결국 회사가 버는 돈이 주가를 밀어 올릴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투자하면 이길 수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