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 제공
태풍 힌남노 피해 상황을 점검하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국토부 제공
올 5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후 국토부엔 달라진 것이 여럿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게 매일 아침 8시에 열리는 현안 회의입니다.

물론 모든 국토부 직원이 대상은 아닙니다. 원 장관을 비롯해 제1차관, 제2차관 그리고 기획조정실장·주택토지실장·항공정책실장 등 실·국장까지 대략 13명 정도가 아침마다 세종 국토부 회의실에 모여 그날의 현안을 얘기합니다.

딱히 주제가 있거나 안건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닙니다. 통상 정부 부처는 긴급한 현안이나 시급하게 다뤄야 할 안건이 있을 때 회의를 소집하지만 국토부는 이같은 관행을 깼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보고 서류가 없다는 것입니다. 회의를 할 땐 장·차관들에게 실·국장들이 회의 내용을 사전 보고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국토부는 이른바 페이퍼리스(종이가 필요 없는) 회의를 진행합니다.

순서대로 자기가 맡은 분야의 당일 현안, 당일 중점 과제 등을 말하면 됩니다. 시간도 길지 않습니다. 대략 3분 정도의 시간만 주어집니다.

물론 국회 등 불가피한 일정으로 세종 회의 참석이 어려울 경우엔 양해가 됩니다. 불참이 허용되는 건 아니고, 서울 정동에 있는 국토발전전시관에서 화상회의로 참여해야 합니다. 장·차관, 실·국장 모두 예외는 없습니다.

초반엔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많았습니다. 원 장관 취임 이전까지 이런 일 단위 조간 회의가 정례화 된 경우가 없었거든요. 여기에 보고서 준비 없이 말 그대로 '프리 토킹'을 하는 게 낯설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원 장관의 취임 후 네 달 정도 지나면서 이젠 조간 정례 회의가 상당 부분 정착됐다는 내부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3분 프리 토킹'의 장점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국토부 내 업무 협업 속도가 빨라지고 유연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조직 내엔 보이지 않는 부서 간 칸막이가 있습니다. 자신이 소속돼 있는 부서가 아니면 관심도나 이해도가 떨어지기 마련이죠. 하지만 조간 회의를 통해 국토부 내 전 업무에 대해 매일 아침마다 브리핑을 받게 되는 셈이라 임원들이 다양한 변수와 위험 요인들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정례 조간 회의가 원 장관이 굉장히 빠른 시간 안에 국토부 업무에 적응할 수 있게 된 배경"이라며 "국토교통 전문가가 아닌 데도 본인의 업무 습득 노력과 매일 아침 압축된 현안 브리핑을 통해 시행착오 없이 바로 현업에 몰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원 장관은 역대 국토부 장관 가운에 세종 업무 시간이 가장 긴 장관으로도 꼽히고 있습니다. 특히 태풍 힌남노가 상륙하면서는 세종에 마련된 상황총괄실에서 수시로 상황을 점검하면서 신속한 피해 복구를 지시했습니다.

업계 안팎에선 철야 근무를 하면서 긴급통행제한 조치 등을 즉각 시행하고, 시설물 피해 상황을 시간 단위로 챙긴 원 장관 덕분에 응급 복구가 효과적으로 이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간담회를 선호하는 업무 스타일로 알려졌습니다. 각종 현안에 대해 직원들을 통해 보고 받는 것과 함께 현장의 목소리를 가감없이 직접 들어야 정책을 수립하고 개선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입니다.

이 때문에 청년층의 주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때나, 층간소음·공사비 갈등 등을 해결하려고 할 때도 항상 이해당사자나 다양한 집단과 간담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안에 대한 빠른 인지와 높은 이해도, 현장 목소리에 대한 경청은 공감 받는 정책 추진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재건축·재개발 등 주택 공급 이슈와 택시난 등 교통 이슈까지 잡음 없이 잘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