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는 주택 거래 절벽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거단지 상층부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는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수요가 몰리면서 공급이 부족해져 부동산 시장의 ‘귀한 몸’이 됐다.

펜트하우스는 단지 내 수백 가구 가운데 많아야 10가구 남짓한 물량으로 공급되고 있어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고 이를 선점하기 위한 수요자들의 열기가 뜨겁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1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 4월 인천 서구에서 분양한 ‘힐스테이트 검단 웰카운티’의 펜트하우스(전용면적 125㎡P)는 5가구 모집에 1052건이 접수됐다. 1순위 평균 경쟁률이 210. 4대 1을 기록했다. 해당 단지의 평균 경쟁률인 80.12 대 1을 두 배 이상 뛰어넘은 수치다.

또 같은 달 충북 충주에 분양한 ‘서충주 푸르지오 더퍼스트’의 전체 평균 경쟁률은 6.21 대 1 수준이었다. 하지만 펜트하우스로 공급된 전용 124㎡ 유형은 5가구 모집에 406건이 몰려 1순위 평균 경쟁률이 81.2 대 1을 나타냈다.

펜트하우스는 고급 주거 단지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주로 대형 평형으로 들어선다는 점에서 일반 최고층 단지와 차별화됐다. 특히 테라스 등 특화 설계가 도입돼 공간 활용이 뛰어나고, 우수한 조망권도 확보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 사회 문제로 급부상한 층간 소음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등의 우려까지 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올 들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수요자들의 매수 심리가 크게 얼어붙고 있다. 대출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섣불리 주택 구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집 값 고점 인식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관망세를 보이는 수요자들도 많아졌다. 전국 부동산 시장이 이처럼 역대급 한파를 겪으면서 전국적으로 가격 하락세도 가속화하고 있다. 전국 집값은 최근 10년 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고,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8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15% 떨어졌다. 2012년 7월 9일(-0.16%) 후 10년 2개월여 만의 최대 낙폭이다. 신고가 대비 수억원씩 내린 ‘급매’ ‘급급매’ 계약도 잇따르고 있다. 인기 주거지인 서울 강남권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서도 펜트하우스는 높은 거래가를 나타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경기 수원 영통구에 있는 ‘힐스테이트 광교’의 48층 펜트하우스(전용면적 145㎡)는 올 4월 31억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5월 거래가(26억원)와 비교하면 약 1년 새 5억원 올랐다.

지방에서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해운대경동제이드’의 47층 펜트하우스(전용 234㎡)가 올 1월 75억원에 거래돼 직전 거래가(2016년 27억8067억원)보다 약 47억원 올랐다.

지방 중소 도시의 경우 펜트하우스에서 도내 역대 최고 거래가가 나오기도 했다. 올 3월 입주를 마친 강원 춘천에 있는 ‘춘천 센트럴타워 푸르지오’의 49층 펜트하우스(전용면적 120㎡B)는 지난 7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 6억4090만원에 비해 약 7억원 이상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펜트하우스는 건물 꼭대기 층의 넓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같은 단지 내에서도 최고급 세대라는 상징성을 갖춰 자산가 수요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다”며 “공급되는 가구 자체가 적은 만큼 희소가치가 높아 몸값이 일반 가구보다 크게 뛰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