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대책 만큼 '수요대책'에도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거래 마비 속 부동산 수요 누적되는 중
적절한 매매거래 유도해야
거래 마비 속 부동산 수요 누적되는 중
적절한 매매거래 유도해야
역대 최악의 거래 마비 상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올해는 이런 부동산 시장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금리가 가장 큰 문제인데 한국은행의 빅스텝(big step)으로 인해 시중금리 인상이 가팔랐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거래되는 대부분의 매물은 최고가에서 평균 20% 이상 하락한 급매물들입니다. 이런 매물들만 거래되고 최고가와 유사한 가격대의 매물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신고가 한 두 개로 가격이 결정됐던 2021년 상반기의 부동산 시장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하락가 한 두 개로 가격이 정해지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또한 정상이 아닌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의 매매거래량이 늘어야 합니다. 현재는 거래절벽 상태로 정상적인 하락시기가 아닙니다. ‘영끌’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2021년의 그 많던 주택수요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공급도 누적되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수요 또한 누적되어 언젠가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서울의 적정 아파트 수요는 4만8000가구라고 합니다. 어떻게 구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정보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간단히 서울의 주택수요를 추정하면 결혼과 이혼 건수가 신규수요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략 5만~6만 호 정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연립이나 오피스텔 등 아파트가 아닌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파트로 이전하고 싶어하는 ‘상품의 대체수요’와 경기, 지방, 해외 등 ‘지역의 대체수요’를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주택수요가 몇 년째 계속 누적되는 중입니다.
현재의 주택수요는 아파트를 매매하지 않으려 합니다. 상품으로는 연립이나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연립주택의 거래량도 줄었지만 아파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중입니다. 최근 오피스텔 거래량은 늘었습니다. 오피스텔 거래 증가분의 상당수는 아파텔이라 불리는 방 2, 3개를 보유한 넓은 면적의 오피스텔입니다. 정확히 아파트의 대체수요입니다.
상품 측면에서만 주택수요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주택 전체거래에서 증여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여전히 세금은 무겁고 거래도 잘 안되니 이 기회에 증여를 선택하는 분들도 많아진다는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직거래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가족 간 증여가 의심되는 거래가 꽤 되지만 공인중개사가 없이 부동산거래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전체거래에서 20% 가까이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거래들은 대다수가 최고가에서 많이 하락한 금액으로 실거래가 신고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의 하락을 통계적으로 부채질하는 중입니다. 주택수요가 다시 아파트 매매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2019년 12월 16일에 강력한 대출규제가 포함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2019년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1년 가까이 얼어붙었는데, 그 수요는 누적되어 마침내 2021년 폭발하게 됩니다. 당시를 고려한다면 누적된 주택 수요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당시 2030세대들이 서울 아파트 매입의 주도계층으로 등장했습니다. 연령별 주택거래량을 살펴보면 40, 50세대의 비중은 줄어들면서 2030세대와 60세 이상의 베이비부머들의 비중은 늘어나는 중입니다. 2030세대는 60세 이상의 베이비부머들과 함께 생각해야 세대입니다. 많은 2030세대들이 베이비부머의 도움으로 주택을 매입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여전히 주택시장에 머물러 있다면 2030세대들 또한 주택시장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들은 언젠가 다시 움직일 겁니다. 아마 내년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이 그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정부는 누적된 수요가 다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기 전에 매수수요를 조금씩 정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펼친 규제 완화는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의 대책이었습니다. 신규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당분간은 거의 없기에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대책들이었습니다. 시장의 자율작용으로 매물은 늘었지만 이를 받쳐줄 수요가 없다 보니 팔리지 않는 주택 매물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매수수요를 정상화하는 과제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가격상승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모처럼 안정된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계속 매수수요를 정상화시킬 수 없게 되면 부동산 시장의 왜곡은 더 커지게 될 겁니다. 매수수요 정상화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신고가 한 두 개로 가격이 결정됐던 2021년 상반기의 부동산 시장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하락가 한 두 개로 가격이 정해지는 지금의 부동산 시장 또한 정상이 아닌 건 마찬가지입니다. 정상적으로 가격이 하락하기 위해서는 아파트의 매매거래량이 늘어야 합니다. 현재는 거래절벽 상태로 정상적인 하락시기가 아닙니다. ‘영끌’이란 단어가 유행하던 2021년의 그 많던 주택수요는 다 어디로 갔을까요?
공급도 누적되어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수요 또한 누적되어 언젠가는 부동산시장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서울의 적정 아파트 수요는 4만8000가구라고 합니다. 어떻게 구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정보업체에서 제공하는 자료에는 이렇게 나옵니다. 간단히 서울의 주택수요를 추정하면 결혼과 이혼 건수가 신규수요가 아닌가 싶습니다. 대략 5만~6만 호 정도입니다. 여기에 더해 연립이나 오피스텔 등 아파트가 아닌 주거시설에 거주하는 분들이 아파트로 이전하고 싶어하는 ‘상품의 대체수요’와 경기, 지방, 해외 등 ‘지역의 대체수요’를 포함하면 훨씬 늘어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주택수요가 몇 년째 계속 누적되는 중입니다.
현재의 주택수요는 아파트를 매매하지 않으려 합니다. 상품으로는 연립이나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연립주택의 거래량도 줄었지만 아파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는 중입니다. 최근 오피스텔 거래량은 늘었습니다. 오피스텔 거래 증가분의 상당수는 아파텔이라 불리는 방 2, 3개를 보유한 넓은 면적의 오피스텔입니다. 정확히 아파트의 대체수요입니다.
상품 측면에서만 주택수요가 움직이지는 않습니다. 주택 전체거래에서 증여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고를 기록하는 중입니다. 여전히 세금은 무겁고 거래도 잘 안되니 이 기회에 증여를 선택하는 분들도 많아진다는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직거래도 늘어나는 중입니다. 가족 간 증여가 의심되는 거래가 꽤 되지만 공인중개사가 없이 부동산거래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전체거래에서 20% 가까이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거래들은 대다수가 최고가에서 많이 하락한 금액으로 실거래가 신고되고 있습니다. 주택가격의 하락을 통계적으로 부채질하는 중입니다. 주택수요가 다시 아파트 매매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2019년 12월 16일에 강력한 대출규제가 포함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 발표됐습니다. 2019년 대책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1년 가까이 얼어붙었는데, 그 수요는 누적되어 마침내 2021년 폭발하게 됩니다. 당시를 고려한다면 누적된 주택 수요는 여건이 갖춰진다면 언제든지 다시 부동산시장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당시 2030세대들이 서울 아파트 매입의 주도계층으로 등장했습니다. 연령별 주택거래량을 살펴보면 40, 50세대의 비중은 줄어들면서 2030세대와 60세 이상의 베이비부머들의 비중은 늘어나는 중입니다. 2030세대는 60세 이상의 베이비부머들과 함께 생각해야 세대입니다. 많은 2030세대들이 베이비부머의 도움으로 주택을 매입합니다. 베이비부머들이 여전히 주택시장에 머물러 있다면 2030세대들 또한 주택시장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들은 언젠가 다시 움직일 겁니다. 아마 내년 금리가 내려가는 시점이 그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따라서 정부는 누적된 수요가 다시 시장을 불안하게 만들기 전에 매수수요를 조금씩 정상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까지 윤석열 정부에서 펼친 규제 완화는 수요보다는 공급 측면의 대책이었습니다. 신규물량이 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당분간은 거의 없기에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는 대책들이었습니다. 시장의 자율작용으로 매물은 늘었지만 이를 받쳐줄 수요가 없다 보니 팔리지 않는 주택 매물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매수수요를 정상화하는 과제는 어렵고 힘든 일입니다. 가격상승의 부담이 증가하면서 모처럼 안정된 부동산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출범한 지 얼마되지 않은 새 정부 입장에서는 많은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정책입니다. 하지만 계속 매수수요를 정상화시킬 수 없게 되면 부동산 시장의 왜곡은 더 커지게 될 겁니다. 매수수요 정상화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