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잭슨홀 이후 첫 랠리, 3900 지켜낸 S&P…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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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의 지난달 26일 잭슨홀 연설 이후 시장은 한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단호한 매파적 메시지에 주식은 하락했고 금리는 급등했습니다. 달러 환율도 치솟았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렇게 높은 금리와 환율 속에서는 주가가 크게 오르기 어렵다"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7일(미 동부 시간) 잭슨홀 연설 이후 처음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금리와 환율이 꺾이고 유가 등 에너지 가격까지 급락하면서 주가가 크게 반등한 것입니다.
사실 아침까지는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달러 강세도 계속됐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368%까지 올랐고, 영국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407달러까지 하락해 1985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 이래 3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주가도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캐나다 중앙은행은 예상대로 75bp 인상해 기준금리가 2.5%에서 3.25%가 됐습니다. 기준금리가 3% 이상이었던 것은 2008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낮아지도록 하려면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75bp를 올렸지만, 캐나다 달러도 미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 정도로 그때까지 달러 강세는 강했습니다.
오전 10시 43분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파월의 인플레이션 통제 약속 이후 또 다른 75bp 인상 경로에 선 Fed'(Fed on Path for Another 0.75-Point Interest-Rate Lift After Powell’s Inflation Pledge)라는 기사에서 "Fed 인사들은 지난 7월 26~27일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어느 시점에서 늦출 것'이라고 시사한 뒤 시장이 랠리 해 금융여건이 완화된 데 대해 불편해했다"라며 "Fed가 이달 FOMC에서 금리를 75bp 올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습니다. 이 기사가 나온 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 9월 75bp 인상 베팅은 82%까지 높아졌습니다. 다만 일부에선 WSJ 기사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이라는 문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75bp 인상이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직 Fed 위원들의 블랙아웃(침묵)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고, 파월 의장도 내일 아침 연설대에 선다는 점에서 그들이 75bp 인상을 하기로 했다면 충분히 스스로 밝힐 기회가 있다"라며 "이번 기사는 Fed가 흘려준 기사는 아닐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오늘 아침 발언에 나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다음 FOMC에서 적절한 인상 폭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메스터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년 초까지 4%를 다소 상회하도록 높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또 "나는 FOMC가 모기지 증권(MBS)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조심스러운 가운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기록적 수준으로 폭락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크게 덜어줬기 때문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94달러(5.69%) 하락한 배럴당 81.94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락률은 지난 7월 21일 이후 최대였고, 종가는 1월 11일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였습니다. 브렌트유도 장중 배럴당 87.70달러까지 내렸습니다. 브렌트유는 2월 초 이후 8개월간 90달러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시장에선 유가 하락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합니다. (CIBC 레베카 보빈)
① 중국 유럽 등의 경기 침체 우려
밤새 중국의 무역 데이터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 했습니다. 8월 수출은 +7.1%로 넉 달 만에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12.8%)를 한참 밑도는 수치입니다. 지난 5~7월에는 증가율이 16~18% 수준이었습니다.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8월 원유 수입은 하루 95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② 기술적 저항선 붕괴
그동안 WTI는 배럴당 85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선이 순식간에 붕괴했습니다. 저항선 붕괴와 함께 매도물량이 더 쏟아졌습니다.
③ 헤드라인 피로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대해 유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반대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런 푸틴의 협박은 오히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80%에 달하고 있고 높은 에너지 가격에 따른 수요 파괴로 인해 러시아 가스 없이도 겨울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오늘 12%나 폭락해 메가와트시당 209유로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말 300유로에 육박했던 게 급락한 것이죠.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4%가량 하락했습니다.
증시 랠리를 결정적으로 촉발한 건 오후 12시 40분께 전해진 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발언이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일(긴축)을 계속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목표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통화정책은 한동안 제한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긴축 사이클의 어느 시점에서 위험은 더욱 양면적일 것(two-sided)"이라며 "Fed가 금리를 인상하는 속도와 많은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역사적으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도한 긴축과 관련된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역사가 어떤 지침이 된다면 너무 빨리 긴축에서 후퇴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또 향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 이유로 △공격적 긴축 정책 △재정 부양책 소진 △기존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저효과 △여전히 잘 묶여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치 △세계 경제 둔화 등을 언급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브레이너드의 연설은 얼마 전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는 조금 달랐다"라면서 "파월 의장의 연설이 일방적으로 매파적이었다면 브레이너드의 연설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작년 말 파월 의장과 함께 차기 의장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민주당 인사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 태평양 조정관이 남편입니다. 그런 인사가 잭슨홀 연설 이후 열흘 만에 '균형 잡힌' 발언을 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에서 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브레이너드 연설이 나온 직후 다우 지수의 상승 폭은 1%를 넘었습니다. 오후 2시에 발표된 베이지북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습니다. 베이지북은 "경제 활동은 7월 초 이후 변화가 없다"라면서도 "향후 경제 성장 전망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약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물가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9개 지역에서 상승률이 어느 정도 완화했다고 적었습니다. 파월 의장과 Fed 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입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 발언, 베이지북이 발표된 뒤 금리는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결국,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20분께 전날보다 7.2bp 내린 3.278%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5.4bp 하락한 3.460%를 기록했습니다. Fed워치 시장의 75bp 인상 베팅도 70%대로 떨어졌습니다. 전날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미 달러화도 약세도 돌아섰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6% 낮아진 109.5로 내려왔습니다. 금리, 달러 등이 하락하자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4%, S&P500 지수는 1.83% 올랐고 나스닥은 2.14%나 반등했습니다. S&P500 지수는 71.68포인트 올라 3979.87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최근 두 번이나 3900선이 깨질 뻔한 위기에서 반등했습니다. 3900선은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저항선인데, 잘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WSJ이 9월 75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는데도,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꺾인 데 대해 시장이 충분히 Fed의 매파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푸틴의 협박에도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이어진 것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호재입니다. 씨티그룹은 "8월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가 많이 완화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2020년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씨티는 "우리의 경험적 분석은 상품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높지만, 최소 공급망 압력의 완화는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고무적 단계"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에너지의 경우 불확실성이 여전히 너무 큽니다. BCA리서치의 로버트 라이언 원자재 전략가는 "경기 침체로 인한 하락 위험보다는 공급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상승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때는 이처럼 과매도 조건에 따라 반등을 시작한 뒤 기술적 지지선까지 돌파하느냐 여부가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거시경제적 변수가 호의적으로 변하면서 상승장이 본격화되지요.
지금은 그런 상황일까요? 과연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세는 꺾인 것일까요?
전반적으로는 단기 과매도에 따른 예상됐던 반등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코너코드 제누이티의 토니 드와이어 전략가는 "오늘 달러와 금리 주가 등 거시경제 추세에서 반대 흐름이 나왔다. 금리 상승이 조금 지나쳤고 좀 극단적인 흐름이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글로벌 채권 시장 매도세가 진정되자 주식이 반등하고 있다"라며 “미국 경제에 대한 경제적 모멘텀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될 때만 개선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13일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관망세를 보일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업종 중 오늘 가장 많이 상승한 게 경기방어 업종인 유틸리티(+3.14%)라는 점도 약간은 걸리는 점입니다. 통상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끌어야 강세장은 오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 기술주 대장인 애플은 아이폰14를 공개했는데도 시장 상승 폭의 절반에 불과한 0.9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델로스 캐피털의 앤드루 스미스 전략가는 "수요일 랠리가 3주간의 매도 이후 진정한 반전처럼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상승 경로가 명확해졌다면 유틸리티가 현재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 아직 시장은 방어적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틸리티는 올해 들어 거의 10% 올랐습니다(동일 가중평균 기준).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마가렛 파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역동적인 반등 직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아니다”라며 "기업 이익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많은 주식이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레디 스위스의 조너선 골럽 전략가는 S&P500 기업이 강력한 2분기 실적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달간 3분기 실적 추정치가 5.5%나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통상 분기 내내 전망치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추세는 평소보다 훨씬 더 약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7일(미 동부 시간) 잭슨홀 연설 이후 처음 시장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금리와 환율이 꺾이고 유가 등 에너지 가격까지 급락하면서 주가가 크게 반등한 것입니다.
사실 아침까지는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고 달러 강세도 계속됐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 3.368%까지 올랐고, 영국 파운드화는 1파운드당 1.1407달러까지 하락해 1985년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 이래 37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뉴욕 증시의 주가도 보합세로 출발했습니다. 오전 10시에는 캐나다 중앙은행은 예상대로 75bp 인상해 기준금리가 2.5%에서 3.25%가 됐습니다. 기준금리가 3% 이상이었던 것은 2008년 4월 이후 처음입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2% 목표를 향해 낮아지도록 하려면 기준금리를 더 높여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캐나다 중앙은행이 75bp를 올렸지만, 캐나다 달러도 미 달러 대비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 정도로 그때까지 달러 강세는 강했습니다.
오전 10시 43분 'Fed의 비공식 대변인'으로 불리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가 '파월의 인플레이션 통제 약속 이후 또 다른 75bp 인상 경로에 선 Fed'(Fed on Path for Another 0.75-Point Interest-Rate Lift After Powell’s Inflation Pledge)라는 기사에서 "Fed 인사들은 지난 7월 26~27일 FOMC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금리 인상을 어느 시점에서 늦출 것'이라고 시사한 뒤 시장이 랠리 해 금융여건이 완화된 데 대해 불편해했다"라며 "Fed가 이달 FOMC에서 금리를 75bp 올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썼습니다. 이 기사가 나온 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Fed워치 시장에서 9월 75bp 인상 베팅은 82%까지 높아졌습니다. 다만 일부에선 WSJ 기사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이라는 문구가 없었다는 점에서 75bp 인상이 여전히 확실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아직 Fed 위원들의 블랙아웃(침묵) 기간이 시작되지 않았고, 파월 의장도 내일 아침 연설대에 선다는 점에서 그들이 75bp 인상을 하기로 했다면 충분히 스스로 밝힐 기회가 있다"라며 "이번 기사는 Fed가 흘려준 기사는 아닐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오늘 아침 발언에 나선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은행 총재는 다음 FOMC에서 적절한 인상 폭을 결정하기 위해 "회의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13일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CPI)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뜻일 것입니다. 메스터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년 초까지 4%를 다소 상회하도록 높여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다시 강조했습니다. 또 "나는 FOMC가 모기지 증권(MBS) 일부를 매각하는 것을 선호한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주요 지수는 조심스러운 가운데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유가 등 에너지 가격이 기록적 수준으로 폭락해 인플레이션 우려를 크게 덜어줬기 때문입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4.94달러(5.69%) 하락한 배럴당 81.94달러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하락률은 지난 7월 21일 이후 최대였고, 종가는 1월 11일 이후 8개월 만의 최저치였습니다. 브렌트유도 장중 배럴당 87.70달러까지 내렸습니다. 브렌트유는 2월 초 이후 8개월간 90달러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습니다. 시장에선 유가 하락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합니다. (CIBC 레베카 보빈)
① 중국 유럽 등의 경기 침체 우려
밤새 중국의 무역 데이터는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더 했습니다. 8월 수출은 +7.1%로 넉 달 만에 한 자릿수 증가에 그쳤습니다. 시장 예상치(12.8%)를 한참 밑도는 수치입니다. 지난 5~7월에는 증가율이 16~18% 수준이었습니다.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가 이어지면서 중국의 8월 원유 수입은 하루 95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② 기술적 저항선 붕괴
그동안 WTI는 배럴당 85달러, 브렌트유는 배럴당 90달러 선에서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선이 순식간에 붕괴했습니다. 저항선 붕괴와 함께 매도물량이 더 쏟아졌습니다.
③ 헤드라인 피로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주요 7개국(G7)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에 대해 유가 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한 데 대해 "우리의 경제적 이익에 반대된다면, 아무것도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스도, 원유도, 석탄도, 휘발유도 아무것도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오늘 이런 푸틴의 협박은 오히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미 유럽의 천연가스 저장량이 80%에 달하고 있고 높은 에너지 가격에 따른 수요 파괴로 인해 러시아 가스 없이도 겨울을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이에 따라 유럽의 천연가스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가격은 오늘 12%나 폭락해 메가와트시당 209유로까지 떨어졌습니다. 지난달 말 300유로에 육박했던 게 급락한 것이죠.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도 4%가량 하락했습니다.
증시 랠리를 결정적으로 촉발한 건 오후 12시 40분께 전해진 Fed의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의 발언이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얼마나 오래 걸리든 일(긴축)을 계속할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목표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통화정책은 한동안 제한적이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긴축 사이클의 어느 시점에서 위험은 더욱 양면적일 것(two-sided)"이라며 "Fed가 금리를 인상하는 속도와 많은 글로벌 중앙은행들도 역사적으로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는 사실이 과도한 긴축과 관련된 위험을 초래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역사가 어떤 지침이 된다면 너무 빨리 긴축에서 후퇴할 위험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또 향후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그 이유로 △공격적 긴축 정책 △재정 부양책 소진 △기존 높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기저효과 △여전히 잘 묶여있는 인플레이션 기대치 △세계 경제 둔화 등을 언급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브레이너드의 연설은 얼마 전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과는 조금 달랐다"라면서 "파월 의장의 연설이 일방적으로 매파적이었다면 브레이너드의 연설은 어느 정도 균형이 잡혀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브레이너드는 작년 말 파월 의장과 함께 차기 의장 후보 1순위로 꼽혔던 민주당 인사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아시아 차르'로 불리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 태평양 조정관이 남편입니다. 그런 인사가 잭슨홀 연설 이후 열흘 만에 '균형 잡힌' 발언을 하면서 여당인 민주당에서 Fed의 긴축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습니다. 브레이너드 연설이 나온 직후 다우 지수의 상승 폭은 1%를 넘었습니다. 오후 2시에 발표된 베이지북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습니다. 베이지북은 "경제 활동은 7월 초 이후 변화가 없다"라면서도 "향후 경제 성장 전망은 여전히 전반적으로 약하다"라고 밝혔습니다. 물가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9개 지역에서 상승률이 어느 정도 완화했다고 적었습니다. 파월 의장과 Fed 위원들이 좋아할 만한 내용입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 발언, 베이지북이 발표된 뒤 금리는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결국,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4시 20분께 전날보다 7.2bp 내린 3.278%에 거래됐습니다. 2년물도 5.4bp 하락한 3.460%를 기록했습니다. Fed워치 시장의 75bp 인상 베팅도 70%대로 떨어졌습니다. 전날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미 달러화도 약세도 돌아섰습니다. ICE 달러 인덱스는 전날보다 0.6% 낮아진 109.5로 내려왔습니다. 금리, 달러 등이 하락하자 주가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1.4%, S&P500 지수는 1.83% 올랐고 나스닥은 2.14%나 반등했습니다. S&P500 지수는 71.68포인트 올라 3979.87포인트로 마감했습니다. 최근 두 번이나 3900선이 깨질 뻔한 위기에서 반등했습니다. 3900선은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저항선인데, 잘 지켜내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WSJ이 9월 75bp 인상 가능성을 제기했는데도, 금리가 하락하고 달러 강세가 꺾인 데 대해 시장이 충분히 Fed의 매파적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푸틴의 협박에도 에너지 가격 하락이 이어진 것도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호재입니다. 씨티그룹은 "8월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가 많이 완화되었다"라고 밝혔습니다. 2020년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씨티는 "우리의 경험적 분석은 상품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몇 개월 동안 급격히 떨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추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높지만, 최소 공급망 압력의 완화는 인플레이션과 싸움에서 고무적 단계"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에너지의 경우 불확실성이 여전히 너무 큽니다. BCA리서치의 로버트 라이언 원자재 전략가는 "경기 침체로 인한 하락 위험보다는 공급 요인과 지정학적 요인에 따른 상승 위험이 더 크다고 본다"라고 말했습니다.
통상 주가가 상승할 때는 이처럼 과매도 조건에 따라 반등을 시작한 뒤 기술적 지지선까지 돌파하느냐 여부가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거시경제적 변수가 호의적으로 변하면서 상승장이 본격화되지요.
지금은 그런 상황일까요? 과연 달러 강세와 금리 상승세는 꺾인 것일까요?
전반적으로는 단기 과매도에 따른 예상됐던 반등이라는 시각이 많습니다. 코너코드 제누이티의 토니 드와이어 전략가는 "오늘 달러와 금리 주가 등 거시경제 추세에서 반대 흐름이 나왔다. 금리 상승이 조금 지나쳤고 좀 극단적인 흐름이 있었다"라고 밝혔습니다. 오안다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시장 분석가는 "글로벌 채권 시장 매도세가 진정되자 주식이 반등하고 있다"라며 “미국 경제에 대한 경제적 모멘텀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될 때만 개선될 수 있다. 투자자들은 13일 인플레이션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관망세를 보일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S&P500 업종 중 오늘 가장 많이 상승한 게 경기방어 업종인 유틸리티(+3.14%)라는 점도 약간은 걸리는 점입니다. 통상 기술주가 상승세를 이끌어야 강세장은 오래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오늘 기술주 대장인 애플은 아이폰14를 공개했는데도 시장 상승 폭의 절반에 불과한 0.93%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델로스 캐피털의 앤드루 스미스 전략가는 "수요일 랠리가 3주간의 매도 이후 진정한 반전처럼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상승 경로가 명확해졌다면 유틸리티가 현재 위치에 있어서는 안 된다. 아직 시장은 방어적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유틸리티는 올해 들어 거의 10% 올랐습니다(동일 가중평균 기준).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의 마가렛 파텔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 TV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가 둔화하고 있으며 역동적인 반등 직전에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때는 아니다”라며 "기업 이익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많은 주식이 하락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크레디 스위스의 조너선 골럽 전략가는 S&P500 기업이 강력한 2분기 실적을 보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두 달간 3분기 실적 추정치가 5.5%나 하락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통상 분기 내내 전망치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추세는 평소보다 훨씬 더 약하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