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리더의 시각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마켓PRO] "글로벌 달러 독주 막을 대안이 안 보인다"
잭슨 홀 미팅 이후 미달러의 일방 독주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달러당 1300원을 넘었을 때만해도 너무 빠른 상승이라는 경계감도 적지 않았으나, 1350원을 어렵지 않게 넘어서고 1380원대로 직행하자 이제 1400원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달러 인덱스(DXY)가 어느덧 110포인트선까지 올라서며 달러 강세를 어느 누구도 쉽게 거스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급진적인 통화긴축의 대가로 경기침체를 감수해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미달러 독주의 원인을 연준으로만 돌리기에는 부족한 점도 적지 않다. ‘잘난’ 미국이 미달러 자산의 우위를 이끄는 것은 맞더라도 이례적인 미달러 강세에는 ‘못난’ 이웃들로 인한 후광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유럽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우려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자 미국보다 더 빨리 경기침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IMF는 러시아의 가스공급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1년 후에 유럽은 -1.8%의 GDP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ECB가 50~75bp의 추가적인 금리인상으로 연준을 추격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운 겨울을 걱정하는 유럽 경제와 패리티(parity)가 붕괴된 유로화에 대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차가워 보인다.

중국 역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더라도 2분기 GDP가 전분기 대비 -2.6%로 후퇴한 가운데 주택 가격이 계속 하락하며 부동산 시장 냉각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위안화 역시 미달러 강세에 굴복하며 소위 포치(破七)로 불리는 7위안대 진입을 걱정하고 있다. 중국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미국과 달러의 위상을 넘보기에는 아직 일러 보인다.
[마켓PRO] "글로벌 달러 독주 막을 대안이 안 보인다"
이와 같이 유로화의 패리티와 위안화의 포치가 횡행함에 따라 글로벌 미달러의 독주를 막을 만한 대안을 당장 찾기가 쉽지는 않다. 미달러에 내포된 버블이 폭발하거나 연준의 기조가 급격히 바뀌는 자체적인 동인을 탈출구로 삼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추석 직후 발표되는 8월 미국 소비자물가와 9월 FOMC가 글로벌 외환시장의 중요한 이벤트가 될 것이다.

다행히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있어 인플레이션의 피크아웃이 조금 더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은 우호적이다. 그러나 잭슨 홀 미팅에서 인플레이션 안정을 중앙은행의 임무로 규정하며 중립금리 이상으로 통화긴축을 계속해야 한다는 파월의 결연한 의지는 섣부른 시장의 기대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환율의 숨 고르기가 전개되더라도 한동안 1400원에 대한 경계감을 내려놓기가 그리 녹녹하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