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 경기 침체 우려에 국제 유가가 5%가량 급락했다. 유럽 경제 침체 우려와 더불어 미 중앙은행(Fed) 기준금리를 75bp(1bp=0.01%)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부진한 경제 지표도 침체 우려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5.7% 배럴당 81.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이전인 지난 1월 11일 이후 최저가다.

미·중·유럽 침체 우려에 국제유가 8개월 내 최저치…5% 급락 [오늘의 유가 동향]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11월물 브렌트유 선물도 전 거래일 대비 5.2% 떨어진 88달러로 장을 마쳤다. 로이터통신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90달러 이하로 거래된 것은 지난 2월 8일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유가를 끌어내린 이유 중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유럽발 침체 우려다. 이날 파운드·달러 환율은 장중 1.1407달러까지 하락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인 1985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치다. 러시아가 자국산 원유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는 국가에 석유와 가스를 일절 수출하지 않겠다고 밝힌 사실도 영향을 줬다. 유럽은 러시아산 원유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하기 위한 논의를 최근 시작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에서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유로존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의 수요 감소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지난달 원유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다. 수출도 줄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수출 규모는 3149억2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7.1%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12.8%)를 크게 하회했다. 장즈웨이 핀포인트자산운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 수요가 약화하면서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했다.

Fed의 공격적 긴축도 경기 침체 우려를 부르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는 이번 달 들어 실업률이 오르더라도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겠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공개적인 약속을 계기로 75bp 인상의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미국의 8월 27일~9월 2일 주간 원유재고량이 전주 대비 360만 배럴 증가했다는 점도 유가를 떨어뜨렸다고 WSJ는 분석했다.

미 Fed 2인자로 불리는 레이엘 브레이너드 부의장도 3연속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시사했다.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 수준)로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당분간 경제를 둔화시키는 수준으로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레이너드 연설 이후 공개된 Fed의 경기평가보고서인 베이지북도 향후 경제 전망이 약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베이직북에는 "향후 경제 성장 전망이 여전히 전반적으로 약하다"라는 평가가 담겼다.

주요국들의 긴축도 계속되고 있다. 캐나다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75bp를 인상했다. 호주도 기준금리를 50bp 올렸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ECB는 지난 7월에 1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블룸버그통신은 ECB가 오는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을 75%라고 전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