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에 대한 책 두 권 추천
![최근 열다섯 번째 시집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를 출간한 문정희 시인. /구은서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9/01.31160693.1.jpg)
어린 시절 기억 때문만은 아니다. "시인이 서 있는 곳은 어디든 망명지"('아도니스')다. 효율과 쓸모가 가장 중요한 세상. 시와 시인이 정주할 자리는 없다. 시인은 "썩은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희귀종 새처럼"('희귀종') 절망 또는 희망을 노래한다.
10대에 첫 시집을 낸 문 시인은 "등단 이후 53년간 한국 사회는 오직 물질 가치와 속도전에 매달렸다"며 "그 두 가지와 전혀 무관한 일(시 쓰는 일)을 붙들고 있다는 데 때로는 자괴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대가 급변하는데, 시가 무능한 것 같은 순간도 있었죠. 왜 없었겠어요. 사랑하는 자식도 코를 콱 꼬집고 싶을 때도 있듯이, '시가 뭐라고 내 삶에 이렇게 관여하나' 했죠. 그래도 제게는 시를 쓰는 순간이 제일 편하고 좋았어요. 시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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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자를 자처하는 문 시인이 요새 '꽂혀 있는' 책도 방랑에 대한 책들이다. 그는 "유랑은 현실에 대한 불만족과 불안이 출발의 근거인데, 문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 시인이 "그저께 사서, 어제 밤에 읽다 잔 책"이라며 추천한 건 베르너 헤이초크가 쓴 <얼음 속을 걷다>. 독일의 영화 감독이자 작가인 저자가 스승이 위독하다는 소식에 '유럽의 겨울을 가로질러' 파리로 향한 여정을 담고 있다. 몽상과 현실이 뒤섞인, 기이하고 아름다운 여행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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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